남양유업 이대로 괜찮나

불가리스 논란에 이어 매각 번복까지…. 남양유업이 또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그러자 2013년 대리점 갑질 사건 이후 8년째 계속되고 있는 ‘남양유업 불매운동’에도 다시 불씨가 붙었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남양유업 불매운동은 눈에 띌 만큼의 폭발력이 보이지 않는다. 갑질이나 부정이슈가 터졌을 때 ‘불매운동’으로 해당 기업을 혼쭐냈던 것과 대조적이다. 과연 8년째 이어진 남양유업 불매운동은 아무런 영향이 없었던 걸까. 또 남양유업은 재기할 수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남양유업과 홍씨 일가에 던져진 두가지 질문을 풀어봤다. 

남양유업은 올해도 불가리스 논란, 매각과 사퇴 번복, 육아휴직 불이익 폭로 등 각종 이슈를 낳았다. [사진=뉴시스]
남양유업은 올해도 불가리스 논란, 매각과 사퇴 번복, 육아휴직 불이익 폭로 등 각종 이슈를 낳았다. [사진=뉴시스]

남양유업이 또 ‘사고’를 쳤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한앤컴퍼니와 맺은 매각 계약을 파기하면서다. 남양유업은 지난 4월 한 심포지엄에서 자사 발효유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에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가 날카로운 역풍을 맞았다. 비난이 빗발치자 홍 회장은 사퇴와 회사 매각 카드를 내며 눈물로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홍 회장은 변심했는지 사퇴도, 매각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남양유업을 향한 소비자의 신뢰는 또다시 곤두박질쳤다. 게다가 지난 7일에는 육아휴직 후 복직한 직원에게 홍 회장이 직접 부당한 인사발령을 지시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남양이 남양했다’는 말이 일파만파로 확산했다. “불매운동이 다시 일어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불매운동이 눈에 띌 만큼 전개되진 않는 듯하다. “불매운동을 왜 했는지 이유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무튼 하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갑질이나 부정이슈가 터졌을 때 ‘불매운동’으로 해당 기업을 혼쭐냈던 것과 대조적이다.

■질문❶ 불매운동 효과 없었나= 그렇다면 남양유업 불매운동은 찻잔 속 태풍에 머물러 있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남양유업 불매운동은 8년째 ‘현재진행형’이다. 역으로 돌려 말하면, 남양유업이 문제를 일으킨 이슈가 숱하다는 방증이다. 먼저 남양유업이 불러일으킨 부정적 이슈를 살펴보자. 

남양유업은 2013년 대리점 갑질 사건 이후에도 오너 리스크 등이 이어지며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다. [사진=연합뉴스]
남양유업은 2013년 대리점 갑질 사건 이후에도 오너 리스크 등이 이어지며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다. [사진=연합뉴스]

2013년 5월 대리점 ‘물량 밀어내기’ 갑질 사건 이후, 불과 한달 만에 기혼 여직원 차별 의혹이 제기됐다. 남양유업 본사가 결혼한 여성 직원의 임금을 깎은 데다 임신이나 출산을 하면 정규직 직원을 계약직으로 전환하거나 퇴사를 종용했다는 거다.

이 사건은 여성 소비자의 분노를 사며 불매운동을 불러일으켰다. [※참고: 당시 남양유업은 차별 의혹을 전면 부인했고, 2014년 3월 서울중앙지검에서 무혐의 결과를 받았다고 밝혔다.] 

물론 남양유업이 소비자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회사는 유업계 최초로 대리점 상생회의를 도입하고, 대리점에 출산 장려금을 지급하는 등 복지를 확대했다. 각종 루머를 두고 자체적으로 ‘팩트 체크’를 하는 등 불신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서도 애썼다.

하지만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그 이후로도 ▲홍 회장 외조카(황하나씨) 마약 투약 사건 ▲매일유업 비방 댓글 논란 ▲건강기능식품 ‘이너케어’ 뚜껑 표절 시비 ▲불가리스 논란 ▲매각 철회 등 수많은 이슈가 터지면서 부정적인 이미지는 극에 달했다. 

 

소비자의 불신은 남양유업이 ‘제품에서 사명을 숨긴다’는 의심으로 이어졌다. 2018년 ‘맛있는 우유 GT’ ‘루카스나인 라떼’ 등 TV 광고에서 회사 로고를 감췄다는 논란이 일었던 게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컵 커피에 붙은 빨대로 로고를 가린다거나, OEM·PB제품에 사명을 숨긴다는 등 의심이 끊이지 않았다. 급기야 2019년엔 남양유업 제품인지 아닌지 바코드로 판별하는 ‘남양유없’이라는 사이트까지 등장했다. 

‘남양유없’ 사이트도 등장 


남양유업은 의도적으로 사명을 가린다는 의혹에 적극적으로 해명해왔다. TV 광고의 로고 축소는 “제품 인지도가 높아 로고를 굳이 강조하지 않았다”고, 컵 커피는 “공정상 빨대 부착 위치가 조금씩 달라진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2019년 말 자회사 남양F&B의 사명을 ‘건강한사람들’로 바꿨을 때 “불매 이미지를 피하려 한다”는 눈총을 피하지 못했다.[※참고: 남양유업은 남양F&B 사명 변경에 관해 “음료 OEM 전문에서 이유식·HMR 등을 생산하는 종합식품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이름을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보자. 8년 동안 꾸준히 이어진 불매운동은 남양유업의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남양유업은 2013년 이후 좀처럼 실적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2012년 1조3650억원에 달했던 매출은 이듬해 1조2298억원으로 한풀 꺾이더니 감소세를 타기 시작했다.

2020년(9489억원)엔 끝내 ‘매출 1조원’ 벽도 무너졌다. 경쟁사인 매일유업의 2020년 매출이 전년 대비 5.0%(1조3932억원→1조4631억원) 늘었다는 점과 대비되는 실적이다. 

수익성은 더 악화했다. 2013년 대리점 갑질 사건이 터진 후 이태 연속 적자(-174억원·-260억원)을 냈던 남양유업은 2015년 간신히 흑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영업이익은 2019년 4억원으로 뚝 떨어졌고, 1년 후인 2020년에는 771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게다가 국내 2위 유업체 자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하던 매일유업과의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는 자료도 나왔다. 리서치기업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0년 우유 시장점유율(대체우유·가공유·분유 포함)은 서울우유가 29.1%로 1위, 매일유업이 17.6%로 2위, 남양유업은 10.2%로 3위였다. 매일유업과의 점유율 차이가 7.4%포인트나 벌어졌다는 거다. 2019년 매일유업의 판매량은 4.1% 늘어난 반면, 남양유업은 4.7% 줄어든 결과다. 

■질문❷ 남양유업 재기 가능할까= 이처럼 소비자의 
신뢰를 잃은 대가를 혹독히 치르고 있는 남양유업은 회생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남양유업의 브랜드 가치가 크게 훼손됐지만 회복의 여지는 있다”고 입을 모은다. 어쨌거나 60년에 가까운 긴 시간 우유 시장서 상위 업체로 버텨 온 데다, 보유한 히트 상품도 숱해서다. 

하지만 전제가 있다. 하나는 ‘부정적 후광효과(대상의 부적정인 특성에 주목해 실제보다 더 나쁘게 평가하는 것)’를 없애는 것이다.

천성용 단국대(경영학부)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친숙함과 브랜드 신뢰가 매우 중요한 소비재 시장에서 남양유업이 브랜드 가치를 단기간에 회복하긴 어려울 것이다. 특히 남양유업은 연이은 사건으로 생긴 부정적 후광효과를 최대한 제거할 필요가 있다. 진정성 마케팅(Authentic Marketing)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소비자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둘째 전제는 ‘오너 리스크’를 헤지하는 거다. 남양유업은 여전히 시장에서 매력적인 매물로 통한다. 애초 홍 회장과 한앤컴퍼니 측이 매각대금으로 설정한 3000억원대 몸값이 ‘저렴하다’는 평을 듣는 것도 남양유업의 잠재적인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김대종 세종대(경영학부) 교수는 “기업 가치를 회복하려면 홍 회장 일가가 떠나고 ‘제대로 된’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가족 중심의 경영은 업무 외 관여와 소통의 부재로 이어지고, 결국 갑질을 낳는다. 과거엔 기업의 이윤추구가 우선이었지만 지금은 사회적 책임이 중요한 시대다.” 남양유업과 홍씨 일가가 들어야 할 말이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