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재개한 광고 효과 ‘물음표’
남양유업-한앤컴퍼니 여전히 법적 공방
끊나지 않는 남양유업 오너 리스크
사모펀드에 인수되면 괜찮을까

# 지난 3월 남양유업은 모처럼 광고를 재개했다. 배우 이시영을 모델로 내세운 ‘맛있는우유GT’ 신규 광고였다. 브랜드가 언급될 때마다 소비자의 부메랑을 맞았던 남양유업으로선 큰 결단을 내린 셈이었다.

# 하지만 마케팅 효과를 누릴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7차 변론기일을 사이에 두고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사모펀드 한앤컴퍼니 간 법적 분쟁이 뜨거운 이슈로 떠올라서다. 남양유업이 간신히 펼친 ‘부활을 위한 날개’를 오너가 꺾고 있다는 거다. 또다시 잔인한 6월을 보내고 있는 남양유업에 봄날은 올 수 있을까. 

홍원식 회장과 한앤컴퍼니 간 법적 공방이 계속되면서 남양유업 이미지도 타격을 입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홍원식 회장과 한앤컴퍼니 간 법적 공방이 계속되면서 남양유업 이미지도 타격을 입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바람 잘 날 없는 남양유업이 잔인한 6월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5월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불가리스 사태’에 책임지고 물러나겠다고 밝힌 지 1년이 훌쩍 지났지만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어서다. 

당시 홍 회장은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오너 일가의 지분 전체(53.08%·3107억원)와 경영권을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2021년 5월 27일)을 체결했지만 결정을 번복했다. 업계 안팎에선 계약 체결 이후 남양유업 주가가 급등하자 홍 회장이 변심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실제로 말 많고 탈 많은 오너 일가가 경영에서 물러난다는 소식에 남양유업 주가는 3년 래 최고가(81만3000원·2021년 7월 2일)를 기록했다. 결국 한앤컴퍼니는 홍 회장 측에 계약을 이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법적 공방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참고: 남양유업은 지난해 4월 자사 제품 불가리스에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있다고 홍보했다가 ‘허위·과장 광고’로 식약처의 고발을 당했다. 이후 홍 회장은 일련의 사태를 책임지고 물러나겠다며 눈물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는 21일 열리는 7차 변론기일에는 홍 회장과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한다. 공방의 주요 쟁점은 ▲남양유업 백미당 사업부문 분사 ▲김앤장 쌍방대리 ▲별도 합의서 등이다. 일례로 백미당 분사와 관련해 홍 회장 측은 ‘백미당을 분사하고 매각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의 계약 선행 조건이 있었지만 한앤컴퍼니가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참고: 백미당은 남양유업이 2014년 론칭한 아이스크림 브랜드다. 전국에 8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반면 한앤컴퍼니 측은 홍 회장 측이 주식 매매계약 체결 이후 주가가 크게 오르자 가격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섰다면서 백미당 매각 제외도 계약 체결 이후 요구사항 중 하나라고 맞서고 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이하 김앤장) 쌍방대리를 두고도 양측은 다른 말을 하고 있다. 한앤컴퍼니 측은 ‘김앤장이 양측 모두를 대리한다는 사실을 홍 회장이 알고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홍 회장 측은 ‘계약 체결 이후 김앤장의 쌍방대리 사실을 인지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김앤장이 배임적 대리권을 행사한 만큼 계약 자체가 무효라는 게 홍 회장 측의 주장이다. 특히 앞서 7일 열린 6차 변론기일에선 홍 회장 측 소송 대리인(LKB앤파트너스)이 문서화한 ‘별도 합의서’를 증거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쟁의 중심에 ‘이면 합의’가 있는 만큼 별도 합의서가 존재할 경우 ‘태풍의 눈’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제는 1년 넘게 법적 공방이 진행되는 사이 남양유업의 경영 정상화가 미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남양유업은 지난 3월 배우 이시영을 ‘맛있는우유GT’의 모델로 기용하고 신규 광고를 시작했다. 맛있는우유GT 광고를 재개한 건 9년 만이었다. 하지만 정작 남양유업 오너 일가의 소송전이 모처럼 재개한 신규 광고 효과를 훼손할 공산이 크다. 

이정희 중앙대(경제학) 교수는 이렇게 지적했다. “소송이 장기화할수록 남양유업의 이미지는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다. 분쟁이 언론에 노출될수록 소비자의 외면을 받기도 쉽다. 매출 감소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제품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고스란히 남양유업 직원과 대리점 등의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교수의 말처럼 모든 피해는 남양유업의 직원, 대리점, 협력사, 주주의 몫으로 돌아오고 있다. 남양유업은 2020년 무너진 매출액 1조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매출액은 2343억원으로 전년 동기(2309억원) 대비 소폭(1.4%) 증가했지만 영업적자는 같은 기간 63.2%(-136억원→ -222억원)나 커졌다.

지난해 5월 ‘눈물의 기자회견’을 한 홍원식 회장은 아직도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해 5월 ‘눈물의 기자회견’을 한 홍원식 회장은 아직도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남양유업이 부침을 겪는 사이 경쟁사인 매일유업은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며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참고: 매일유업의 매출액은 2019년 1조3933억원에서 지난해 1조5519억원으로 11.3% 증가했다. 올해엔 1조6000억원대 매출액을 올릴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이같은 실적 부진은 남양유업 제품을 공급·유통하는 협력사·대리점의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주주들이 입는 피해도 막심하다. 언급했듯 지난해 오너 일가의 경영권 매각 소식에 남양유업의 주가는 상승세를 탔다. 홍 회장의 눈물의 기자회견 당일 36만2500원(2021년 5월 4일)이던 주가는 7월 2일 81만300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매각 철회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고꾸라졌고, 지금은 37만원대에 머물러 있다. 

그렇다고 소송전이 끝나면 남양유업에 장밋빛 미래가 펼쳐지는 것도 아니다. 행여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가 승소해 새 주인이 된다고 해도 불안 요인이 많다. 사모펀드의 특성상 초점이 수익성에 맞춰질 가능성이 높고, 그렇다면 사업 구조조정이 이어질 수 있어서다. 한앤컴퍼니가 2013년 사들였다가 두배가량의 차익을 남기고 되판 웅진식품이 대표적 사례다. 

당시 한앤컴퍼니는 적자에 빠진 웅진식품의 지분 57.86%를 115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웅진식품은 ‘동부팜가야(음료업체)’ ‘대영식품(제과업체)’ 등을 추가로 인수해 덩치를 키웠다. 한앤컴퍼니는 이른바 ‘볼트온(관련 기업을 추가로 인수해 규모의 경제를 꾀하는 경영 전략)’ 전략으로 웅진식품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렸고, 2019년 대만 식품업체 퉁이그룹에 매각(매각가 2600억원)했다. 

모두가 ‘성공적 매각’이라고 입을 모았지만, 직원들도 그렇게 생각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한앤컴퍼니는 웅진식품을 인수한 이후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구조조정했다. 그 과정에서 직원 수가 크게 줄었다. 2012년 311명이던 웅진식품 직원 수는 피인수 1년 만인 20 14년 269명으로 13.5% 감소했다.

한앤컴퍼니가 지난해 6월 “인위적 구조조정 없이 남양유업 직원의 고용을 승계하겠다”고 밝혔지만 연간 700억원대 적자가 쌓인 상황에서 그 약속을 지킬지는 미지수다. 

이정희 교수는 “사모펀드는 장기적 관점보다는 단기적인 수익성 개선 관점에서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 과정에서 직원이나 협력업체에 피해가 돌아가지 않도록 안정적인 경영 전략과 미래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양유업은 결국 누구의 품에 안길까. 홍 회장이든 사모펀드든 직원들에겐 ‘시련의 길’이 될 게 분명해 보인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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