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기업 독점 무엇이 문제인가

최근 카카오가 카카오택시의 ‘스마트 호출’ 서비스 요금을 인상하려 해 논란을 빚었다. 카카오가 한발 물러서면서 일단락됐는데, 그것만으로 괜찮은 걸까. 아니다. 카카오처럼 플랫폼을 독점해 사업을 확장하는 시스템이 가져오는 부작용이 워낙 커서다. 근본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미국에서도 이런 규제 시스템을 만드는 중이다. 그 중심엔 ‘리나 칸(Lina Khan)’이란 인물이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플랫폼 기업의 독점 논란을 취재했다. 

아마존은 플랫폼 지배력을 이용해 문어발식 확장을 했다.[사진=뉴시스]
아마존은 플랫폼 지배력을 이용해 문어발식 확장을 했다.[사진=뉴시스]

지난 6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리나 칸(Lina Khan) 컬럼비아대 로스쿨 부교수를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에 임명했다. FTC는 우리나라의 공정거래위원회와 비슷한 조직이다.

그러자 아마존ㆍ애플ㆍ페이스북ㆍ구글 등 미국의 빅테크 플랫폼 기업들이 바짝 긴장했다. 리나 칸이 2017년 예일대 로스쿨 박사과정을 졸업하면서 발표했던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Amazon’s Anti trust Paradox)’이라는 논문 때문이었다. 대체 무슨 내용이 담겨 있기에 미국 최고의 기업들이 숨을 죽였을까.

논문은 미국의 반독점 규제 시스템의 허점을 지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 미국의 반독점 규제에 따르면 기업은 시장을 독점해선 안 된다. 기업들이 건전하게 경쟁해야 생산성이 올라가고, 그 결과 소비자가격도 떨어져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킨다는 자본주의의 기본 철학에서 탄생한 규제다.

반면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면 소비자가격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고,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막아 자유경쟁 질서를 해친다. 자본주의 국가들이 비슷한 규제 시스템을 두는 이유다.

그런데 미국의 반독점 규제엔 예외가 있다.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더라도 소비자가격의 인하 효과가 있다면 별다른 규제를 하지 않는다는 거다. 앞서 말한 자본주의 철학을 이해한다면 그럴듯한 예외 규정이다. 하지만 리나 칸은 이 지점에서 문제를 제기한다. 빅테크 플랫폼 기업에는 이런 예외를 적용해선 안 된다는 거다.

주장의 요점은 이렇다. 과거의 반독점 규제는 생산자(기업)와 소비자만을 대상으로 했다. 하지만 플랫폼 시장에는 생산자와 소비자만 있는 게 아니다. 수많은 소상공인과 플랫폼 노동자도 참여하고 있다.

따라서 플랫폼 독점기업이 탄생하면 소비자가격은 오르지 않더라도 플랫폼에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업체들을 독점해 매입가격을 낮출 수 있다. 단가 후려치기가 발생하는 거다. 또한 플랫폼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독점기업에 귀속돼 노동 선택권이 사라져 저임금 노동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리나 칸이 지적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플랫폼 독점기업은 현재의 (독점)시스템을 기반으로 다른 플랫폼으로 확장한다는 거다. 풍부한 자본력과 플랫폼 이용자들을 기반으로 다른 플랫폼 시장을 장악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또다른 독점이 이뤄진 시장에서 소상공인과 노동자들의 피해가 발생한다. 따라서 단순히 소비자가격만을 따져 플랫폼 독점기업에 규제의 예외를 허용할 게 아니라 좀 더 다양한 각도로 플랫폼 독점의 폐해를 살펴봐야 한다는 게 리나 칸의 주장이다. 

월마트 넘어선 아마존의 독점

설득력이 충분한 이론이다. 미국 월마트의 사례를 들어보자. 1990년대 월마트는 대규모 투자와 최저가 정책을 통해 미국 유통망을 장악했다. 소비자의 만족도도 높았다. 하지만 월마트가 인기를 끌자 지역 유통업체와 공급업체가 줄줄이 파산했다. 월마트의 노동자들은 저임금에 시달렸다. 그러자 미국은 월마트 매장의 면적을 규제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리나 칸 미 연방거래위원장이 빅테크 플랫폼 기업 규제에 나섰다.[사진=뉴시스]
리나 칸 미 연방거래위원장이 빅테크 플랫폼 기업 규제에 나섰다.[사진=뉴시스]

그런데 이런 월마트를 넘어선 독점기업이 바로 아마존이다. 리나 칸은 이를 ‘약탈적 가격(predatory pricing)’과 ‘수직적 통합(vertical combination)’을 통해 성장했다고 설명한다. ‘약탈적 가격’은 플랫폼 독점 지위를 이용해 공급업체들을 쥐어짜 소비자가격을 낮춘 뒤 이를 토대로 경쟁기업을 몰아내는 거다.

그렇게 시장을 독점한 다음에 가격을 재조정한다. 그럼 수직적 통합은 뭘까. 이는 플랫폼 지배력을 이용해 결제ㆍ대출ㆍ물류 등 유통에 필요한 영역뿐만 아니라 출판ㆍ영화를 비롯한 콘텐츠 영역까지 플랫폼에 통합시키면서 성장하는 걸 의미한다. 

리나 칸은 이런 근거들을 토대로 플랫폼 독점기업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리나 칸이 FTC 위원장이 된 후 관련 법안들이 속속 발의되고 있다. 빅테크 플랫폼 기업들이 긴장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플랫폼 기업들은 괜찮을까. 전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바탕으로 다양한 시장에 진출한 카카오는 아마존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선 카카오는 메신저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국내 인구 5100만명 중 4500만명이 카카오톡을 사용하고 있다.

카카오는 이 이용자들을 기반으로 모빌리티ㆍ은행ㆍ증권ㆍ결제ㆍ택시ㆍ쇼핑ㆍ배달 등 진입하지 않은 곳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산업군에 진출했다. 그 결과, 2020년 105개였던 계열사는 올 6월말 기준 158개로 늘어났다. ‘문어발식 경영’이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그럼에도 독점에 따른 규제는 받지 않는다. 카카오가 타깃으로 삼은 시장은 주로 개인사업자나 중소 영세사업자들의 영역인데, 대기업들은 각종 규제로 진출할 수 없는 시장이다. 하지만 카카오는 카카오톡 이용자들의 빅데이타를 계열사에 제공해 각 시장들을 장악해가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의 또다른 형태로 볼 수 있음에도 규제를 받지 않는다. 심지어 금산분리법의 규제도 받지 않는다. 

카카오와 같은 플랫폼 기업의 독점이 소비자에게 도움을 줄진 모른다. 하지만 한국경제에 얼마나 많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의문이다. 예컨대 카카오택시나 카카오대리, 카카오뱅크 등의 사업이 아무리 성장해도 국내 택시시장이나 국내 은행산업이 커지진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카카오의 진출로 플랫폼의 공급업체들은 치킨게임으로 내몰리고, 저임금 노동자들이 양산되고 있다. ‘약탈적 가격’과 ‘수직적 통합’이 그대로 진행되고 있어서다. 

플랫폼 독점 막고 싶다면…

어쨌거나 우리 정부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구글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플랫폼 기업이 펀드나 보험 등 투자상품을 중개하는 것도 금지했다. 이런 분위기에 맞춰 카카오는 최근 카카오택시의 스마트 호출 요금제 인상 논란 후,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사업에서 철수하고, 향후 5년간 상생기금 3000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물가에 영향을 주는 필수품의 가격을 규제하듯 플랫폼을 규제하거나(약탈적 가격 규제) 플랫폼을 통해 거래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플랫폼 독점기업이 직접 제공하지 못하게 하는(수직적 통합 규제) 규제도 필요하다. 리나 칸 FTC 위원장이 주장한 것처럼 플랫폼 독점기업들의 ‘약탈적 가격’과 ‘수직적 통합’을 규제하지 않으면 근본적인 문제를 막을 수 없어서다. 

정우철 바른투자자문 대표
www.barunib.com

정리 =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