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원 규모 국내 택시호출앱 시장
카카오T 독주로 질적 성장 어려워
대항마 ‘우티’ 나섰지만 혹평 세례

시장은 경쟁을 통해 발전한다.하지만 국내 택시앱 시장은 경쟁이 무의미할 정도로 선두 기업의 독점 구조가 뿌리내린 상태다. 최근 ‘게임체인저’가 될 만한 새로운 기업이 나타났지만 첫 출발부터 문제가 많아 보인다. 이대로라면 택시앱 시장은 발전은커녕 되레 퇴보할지도 모른다.  

국내 택시앱 시장이 질적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플랫폼 회사들의 치열한 경쟁이 필요하다.[사진=연합뉴스]
국내 택시앱 시장이 질적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플랫폼 회사들의 치열한 경쟁이 필요하다.[사진=연합뉴스]

“나를 없애려는 경쟁자를 계속 바라보는 것만큼 내 일에 집중하게 해주는 것은 없다.” 1986년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음료회사 펩시(pepsi)의 CEO를 맡았던 웨인 캘로웨이(Wayne Calloway)가 남긴 말이다. 언뜻 평범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함의含意가 상당하다. 독점의 폐해와 시장의 진화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줘서다. 

예를 들어보자. 2004년 코카콜라가 난데없이 ‘차茶 음료’ 시장에 진출했다. ‘콜라’ 하나로 시장을 평정한 기업으로선 이례적 행보였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었다. 펩시의 비약적 성장이었다. 100년 넘게 ‘만년 2위’에 머물던 펩시는 1990년대 후반 ‘차 음료’란 획기적 콘셉트를 도입해 코카콜라를 넘어섰다(2004년 매출 1위 달성).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펩시의 대역전극은 코카콜라가 ‘차 음료’ 사업에 출사표를 던지는 데 한몫 톡톡히 했다. 이 사례는 업체간 경쟁이 시장이 진화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잘 보여준다. 

자! 이제 국내 택시호출앱 시장으로 눈을 돌려보자. 무려 10조원대로 추정되는 국내 택시호출앱 시장의 절대강자는 ‘카카오택시’다. 택시앱 서비스를 운영하는 전국의 플랫폼 업체는 7곳(올 6월 기준)이 넘지만, 카카오택시가 시장의 80%를 거머쥐고 있다.[※참고: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국내에서 택시앱을 활용해 운행 중인 ‘플랫폼 택시’는 총 3만539대로 지난해 말 대비 18배 증가했다.] 

전성민 가천대(경영학) 교수는 “카카오는 2800만명에 이르는 앱 가입자수와 23만명에 달하는 택시기사를 통해 압도적인 시장지배력을 확보했다”면서 “택시 수요와 공급 어느 쪽을 봐도 다른 플랫폼 업체들이 카카오와 경쟁을 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상태”라고 진단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카카오택시를 둘러싸고 서비스 품질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는 거다. 2020년 11월 서울시가 발표한 ‘택시서비스 시민만족도 조사’의 결과에 따르면, 승객을 태우기 위해 앱을 사용하는 택시기사들의 평균 만족도는 5점 만점에 2.9점에 불과했다. 기사들의 택시앱 만족도가 ‘보통(3점)’에도 못 미친다는 얘기다. 카카오택시가 시장의 80%를 지배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결과는 카카오의 민낯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20년 넘게 현업에 종사한 택시기사의 말을 들어보자. “카카오가 처음 택시앱을 출시했을 때부터 줄곧 사용했지만 아직도 문제점이 숱하다. 승객의 위치정보가 부정확하고, 경로 안내조차 제대로 하지 못할 때가 많다. 카카오와 가맹 계약을 맺지 않은 일반 기사들은 수요가 집중한 곳보다 외곽 지역의 ‘콜’을 받는 게 다반사다. 오죽하면 영업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아예 카카오 앱의 작동을 끄고 운행하는 기사들이 있을 정도다.” 

문제는 택시기사들의 불만이 승객의 불편으로 고스란히 이어진다는 점이다. 카카오의 모바일 앱 스토어는 “택시를 부르면 꼭 서 있는 곳의 반대편 위치로 온다” “지도상으로는 5분 거리에 있다고 표시한 택시가 15분이 지나서야 도착했다” 등 승객들이 제기한 불편사항으로 넘쳐난다. 택시기사들과 마찬가지로 부정확한 위치 안내 시스템에서 비롯한 문제가 상당수다.    

승객들이 불편을 호소한 요소는 또 있다. 카카오 앱이 가까운 곳에 있는 택시를 두고 6~7분 거리에 떨어져 있는 택시를 호출한다는 거다. 그 중심엔 카카오의 가맹 서비스인 ‘카카오T 블루(이하 T블루)’가 있다.   

T블루는 카카오가 기사들의 승차거부를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2020년 3월 출시한 서비스다. 기사는 사전에 승객의 목적지를 볼 수 없기 때문에 강제 배차 시스템이나 다름없는 구조다. 대신, T블루에 가입한 택시기사(가맹기사)는 같은 거리를 운행해도 일반기사보다 최대 3000원까지 요금을 더 받을 수 있다. T블루는 카카오와 가맹기사 입장에서 더 많은 수입을 얻을 수 있는 고가의 서비스인 셈이다. 

하지만 T블루를 향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뜻밖에도 거세다. 승객 중엔 ‘일반호출’로는 좀처럼 택시가 잡히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T블루를 이용하는 이들이 많다. 아울러 막상 T블루 택시를 호출해도 가맹택시수가 일반택시보다 적은 탓에 탑승까지 5분 이상 기다린 적이 많다며 불만을 터뜨리는 승객도 숱하다. 

소비자만이 아니다. T블루에 가입하지 않은 일반 택시기사도 불만이 많다. 다달이 내는 정액 요금이 부담스러워 T블루 가맹계약을 맺지 않은 기사들도 “손해 보는 기분은 마찬가지”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카카오택시가 T블루 서비스를 새로 출시한 후 택시 수요가 많은 곳이나 장거리 지역으로 향하는 콜이 확연히 줄었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택시앱 시장이 ‘서비스’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택시기사와 승객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참고: 현재 공정거래위원회가 카카오의 ‘콜 몰아주기’ 의혹을 조사 중이다. 이르면 연내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한다.]  

그렇다면 카카오택시의 독점 구도 속에서 시장의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까. 전성민 교수가 내놓은 답은 이렇다. “서비스 산업은 경쟁을 통해 발전하는 만큼 카카오택시의 강력한 라이벌이 필요하다. 독점 체제를 무너뜨리는 방법 자체는 간단하다. 카카오택시만큼 ‘물량공세’를 퍼붓는 동시에 카카오와 차별화한 서비스를 제시하는 거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대규모 자본과 노하우가 있어야만 한다.” 

지난 4월 서비스를 시작한 ‘우티(UT)’가 택시호출앱의 품질 개선을 촉발하는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를 받은 건 이런 이유에서다. 자본이나 규모 면에서 카카오택시의 유일한 대항마가 우티로 손꼽혀왔기 때문이다. 우티는 글로벌 승차공유 업체 ‘우버’와 국내 1위 내비게이션 업체 ‘티맵모빌리티(이하 티맵)’가 설립한 합작사다. 우티는 시작부터 막강한 자본력을 자랑했다. 우버의 투자금(1118억원)을 포함해 우티가 장전한 ‘총알’만 6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체급만으로 카카오택시에 필적하는 우티에 우버가 쌓은 모빌리티 서비스 역량만 제대로 이식한다면 택시앱 시장의 판도가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의 기대도 남달랐다. 누구보다 택시앱 서비스에 불만이 많았던 택시기사들과 소비자가 특히 그랬다. 

그러나 출시 두달째를 맞은 6월 현재, 우티를 향한 시장의 반응은 실망을 넘어선 분노에 가깝다. “차별화는커녕 어떤 택시앱보다도 엉망진창”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출퇴근길에 우티를 이용한 적이 있다는 직장인 박혜정(가명)씨의 말을 들어보자. “우티를 사용하면서 단 한 번도 사전에 안내한 시간과 요금대로 목적지에 도착한 적이 없다. 택시를 탈 때마다 우회경로로 돌아가서다. 생전 처음 보는 길로 간 적도 있다. 연달아 지각을 하고 나서 바로 앱을 삭제했다.” 

우티의 내비게이션 기능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는 얘기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다. 티맵이 정확한 길 안내로 내비게이션 시장을 장악한 만큼 실시간 교통 안내 서비스에서 우티가 다른 택시앱보다 뛰어날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우티의 ‘배신’은 이뿐만이 아니다. 택시기사가 일방적으로 호출을 취소하거나 이미 승객을 태운 상태에서 추가로 다른 승객의 호출을 받는 등 운행 서비스에서도 여러 가지 문제점을 노출했다.

우티의 반전 기대했지만…

우티는 편안한 운행과 최적화한 경로 안내라는 가장 기본적인 서비스조차 충실히 해내지 못하고 있다. 우티의 문제를 앱 출시 초기에 겪는 시행착오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그렇다면 우티는 현재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우티 측은 “제기된 문제들의 확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우티는 항상 드라이버와 이용객 모두에게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도, 정확한 개선 시점도 알 수 없는 원론적인 답변이다.   

국내 택시호출앱 시장은 질적 성장으로 향하는 기로에 서 있다. 강경우 한양대(교통
물류공학) 교수는 “요금 자율신고제의 현실화로 택시앱을 운영하는 각 플랫폼 업체의 전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며 “가격에 걸맞은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느냐가 시장에서의 생사生死를 가르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참고: 지난 4월 8일부터 개정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을 시행하면서 가맹택시의 경우 요금을 자유롭게 책정할 수 있게 됐다. 월 구독형 모델, 요금 사전확정제 등 소비자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라는 취지에서다.] 

독점은 오만을 부르고, 오만은 품질을 떨어뜨린다. 이런 악순환을 막는 건 업체들 간 선의의 경쟁이다. 택시앱 시장에선 과연 긍정적인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걸까. 향후 차별화한 서비스를 통한 시장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걸까. 카카오택시와 우티가 점검해봐야 할 대목이다.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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