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제도 5가지 관점
기본소득제도 현실화 위해서는
나랏빚 는다는 편견 벗어나야
되레 시장경제 지탱하는 수단
기본소득 복지 아닌 ‘기본권’

기본소득제 반대론자들은 항상 이렇게 주장한다. “재원 마련을 위해 세금을 더 내야 한다” “지금도 부채가 많은데 나라가 망할 것이다.” 이 두 주장은 끝내 ‘기본소득은 포퓰리즘’이란 비판으로 이어진다. 과연 그럴까. 이런 뻔한 문제가 있는데, 유엔미래포럼(2017년)에서 “2030년에는 전세계 국가의 50%가 기본소득을 지급할 것”이라고 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기본소득제의 개념을 재정립해봤다. 김의철 경제칼럼니스트가 혜안을 줬다.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기본소득을 둘러싼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기본소득을 둘러싼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내년 3월 치러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권주자들 사이에서 기본소득 논쟁이 뜨겁다.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두고 각 진영의 주장이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어서다. 한쪽에서는 기본소득이 현행 사회보장시스템의 구멍을 메울 최소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또 다른 한쪽에선 기본소득제가 실효성이 없는 포퓰리즘 정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기본소득을 둘러싼 대권주자들의 갑론을박은 주요 정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환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기본소득 논쟁이 산으로 향하는 건 아닐까란 우려도 있다. 기본소득 논쟁이 ‘맞느냐 틀리냐’의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하는 데다, 다양한 형태의 모델을 제시하고 검증하는 생산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이로 인해 기본소득의 개념을 오해하는 국민들도 늘어나고 있다. 지금처럼 정치 논리에 매몰된 소모적 갈등은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확률이 높다. 기본소득이 지속가능한 경제적 대안으로 결실을 맺기 위해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기본소득의 개념을 처음부터 다시 정립해야 한다. 

■재정립➊ 편견의 정정 = 여러 대선주자들이 경제공약을 두고 ‘성장’을 얘기한다. 그래야 일자리도 만들어지고 안정적인 경제생활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제성장은 국가총생산(GDP)의 증가를 의미한다. 이는 정부가 통화량을 늘린다는 뜻이고, 국가부채가 늘어난다는 얘기다. 

여기서 중요한 건 모든 국가 부채가 반드시 ‘갚아야 할 빚’이 아니라는 점이다. 개인 빚과는 달리 국가부채는 정부가 갚아야만 하는 채무와 갚지 않아도 되는 부채로 나뉜다. 정부가 화폐발행을 위해 늘린 부채는 갚지 않아도 된다. 

기본소득제도의 실현을 위해서는 먼저 사회적 합의부터 이뤄져야 한다.[사진=연합뉴스]
기본소득제도의 실현을 위해서는 먼저 사회적 합의부터 이뤄져야 한다.[사진=연합뉴스]

따라서 국가부채가 늘어난다는 이유로 기본소득제를 반대하는 건 신용화폐제도의 특징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되레 부유한 국가일수록 부채가 많다. 앞서 말했듯 정부가 시장에 화폐를 공급하는 유일한 수단이 부채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우리나라의 내년 예산 규모를 살펴보면 ‘기본소득제가 나라 곳간을 거덜낸다’는 인식이 편견이라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내년 중앙정부 예산은 600조원, 지방자치단체와 공기업 예산을 포함하면 1000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반면 지난해 가계부채는 9.4% 늘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증가율 1위를 차지했다. 2위인 스웨덴ㆍ캐나다의 가계부채 증가율(6%)과도 차이가 크다.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격차가 그만큼 벌어졌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정부가 국민에게 지출하는 이전소득이 많은 것도 아니다. 고작해야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이다. 

그런데도 기본소득제를 도입하자는 의견엔 ‘추가로 세금을 걷어야 하지 않느냐’는 반론이 따라붙는다. 이는 기본소득제의 배경과 그 목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다. 기본소득은 소득과 소비를 늘려 세수를 증가시키는 마중물 효과도 있다.  

■재정립➋ 공유부의 개념 = 흔히 복지의 개념으로 기본소득을 설명하려고 하지만 그래서는 기본소득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기본소득은 민주주의 국가에서의 투표권과 같은 ‘기본권’이다. 민주국가의 주인은 국민이고, 주인으로서 국가의 부를 일정 부분 배당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 기본소득의 기본 논리다. 

 

화폐발행권은 한 국가의 경제주권을 상징한다. 국가의 주인이 국민이라면 화폐발행에 따른 이익 역시 국민에게 배당돼야 한다는 게 기본소득론자들의 시각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기본소득론자들은 ‘공유부共有富’란 개념을 제시한다. 

토지나 천연자원 등 본래 공동자산이었던 것에서 얻은 공유부의 일부를 모든 국민에게 조건 없이, 지속적으로, 균등하게 지급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아울러 기본소득은 화폐금융경제 체제에서 비롯되는 자산소득과 근로소득의 격차를 해소하고 시장경제가 활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실용적인 목적도 있다. 


시대적 흐름은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2017년 스위스에서 개최된 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유일한 경제적 대안으로 기본소득제가 거론됐다. 같은 해 유엔미래포럼에선 2030년이 되면 전세계 국가의 50%, 2050년이 되면 대부분의 국가에서 기본소득제를 실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본소득제의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건 과거와 달리 소득과 소비가 생산 못지않게 중요한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생산→투자→소득 증가→소비 확대’라는 경제적 선순환을 이루려면 소비를 가능하게 하는 소득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일자리가 줄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사람을 대체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엔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비非근로소득’인 기본소득은 국민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소비시장을 지탱할 일종의 보호장치가 될 수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국민들은 4차 산업혁명과 ‘위드 코로나’ 시대에 적합한 공공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대안을 찾고 있다. 여기에는 보수와 진보가 따로 있지 않다. 기본소득도 특정 후보의 전유물이 아니다. 

나라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는 경제적 대안을 찾고 싶은 정치 지도자라면 기본소득이 무엇인지 면밀히 검토하고, 우리 상황에 적합한 모델을 찾을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나아가 기본소득을 국민의 당연한 권리로 여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기본소득이 무엇인지 국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득하려는 노력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사회적 합의야말로 기본소득제를 실현하기 위한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글 = 김의철 경제칼럼니스트 
dosin4746@naver.com 

정리 =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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