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내실 없는 성장
5년간 시총 3배나 커졌지만
R&D 비중은 되레 뒷걸음질

신약 개발에 이어 코로나19 백신 개발이라는 막중한 임무가 제약바이오기업에 주어졌다. 수십조원에 이르는 기업가치(시가총액)만 보면 임무를 거뜬히 해내고도 남아야 하지만, 웬일인지 기대보다는 불안이 더 크다. 부쩍 커진 시총만큼 내실을 단단히 다졌는지는 의문이라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시총 상위 50개 제약바이오기업 연구ㆍ개발(R&D)의 현주소를 분석했다.

시총 상위 50개 제약바이오기업의 시총 규모가 지난 5년간 3배 이상 커졌다.[사진=연합뉴스]
시총 상위 50개 제약바이오기업의 시총 규모가 지난 5년간 3배 이상 커졌다.[사진=연합뉴스]

“백신은 반도체, 배터리와 함께 3대 국가전략기술… 2025년까지 글로벌 백신 생산 5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 지난 8월 5일 열린 ‘K-글로벌 백신 허브화 비전ㆍ전략 보고대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전한 메시지다. 

코로나19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백신 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건데, 시장의 관심은 수혜가 예상되는 바이오기업들로 향했다. 발표 직후 백신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뛰었다.

예컨대 8월 4일 90만3000원(종가 기준)에서 출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17일 101만2000원까지 올라섰고, SK바이오사이언스의 주가는 4일 21만500원에서 19일 33만5500원으로 뛰었다. 

그렇다면 바이오기업들은 정부와 시장의 기대를 얼마만큼 만족시킬 수 있을까. 사실 정부가 바이오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100대 국정과제의 미래형 신산업 중 하나로 바이오산업을 꼽았고, 이듬해엔 혁신성장을 이끌 8대 선도산업으로 선정했다. 2019년엔 다시 바이오산업을 시스템반도체, 미래차와 함께 3대 신산업으로 꼽고 우선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사이 바이오기업들의 시장가치는 훌쩍 커졌지만 그만한 ‘내실’을 갖췄는지는 미지수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시가총액 상위 50개(9월 7일 종가 기준) 제약바이오기업의 5년 전과 현재를 분석해본 결과에 따르면 연구ㆍ개발(R&D)에 들어간 인풋과 아웃풋은 부쩍 커진 시총에 비해 만족스럽지 못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2015년과 비교하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기업가치는 몰라보게 성장했다. 단적인 예로 2015년 9월 제약바이오기업 중 기업가치가 가장 컸던 셀트리온의 시총이 7조5730억원이었다.

현재(9월 7일) 시총이 가장 큰 곳은 삼성바이오로직스로, 무려 62조8568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시총 상위 50개 기업의 시총 규모는 70조6380억원에서 218조1747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커진 덩치만큼 내실을 충분히 다지진 못했다. 제약바이오기업의 ‘미래가치’ 를 엿볼 수 있는 R&D 실적은 제자리를 걷거나 되레 뒷걸음질 쳤다. 50개 기업의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2015년 90.6%(이하 평균치)에서 지난해 78.9%로 하락했다. 50개 기업 중 22개 기업은 매출액 대비 R&D 비중이 떨어졌다. 

R&D 투입 비율이 떨어진 탓인지 결과물도 신통치 않았다. 2019년 기준 국내 생산액 순위 20위 안에 들어간 의약품 중 신약은 15위에 오른 케이캡정(CJ헬스케어) 하나뿐이었다. 여전히 제네릭(복제약)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거다.

바이오의약품의 생산ㆍ무역 지표도 악화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가장 최근 통계인 2019년 국내 바이오의약품 시장을 보면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6.6% 커졌다. 하지만 같은 기간 생산실적과 수출액은 각각 2.8%, 12.8% 감소했다. 그 자리를 채운 건 외국산 의약품이다. 수입액은 되레 16.7% 늘었다. 

지난 5년간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시총이 부쩍 커졌지만, 그만큼의 가치를 입증할 만한 내실을 쌓았는지는 의문인 이유다. 정부는 백신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선언했고, 바이오기업들은 또다시 몸집을 불리고 있다. 이젠 가치를 증명해야 할 때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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