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오른 리셀 플랫폼 경쟁
고질병 ‘가품 문제’ 해결
솔드아웃, 크림의 행보 막을까

‘한정판 신발’의 인기가 뜨겁다. 사자마자 가격이 10배 이상 폭등하다 보니 ‘신고 싶어서’ 사는 사람만큼 ‘다시 팔고 싶어서’ 구입하는 사람도 많다. 신발 ‘리셀 시장’이 급성장한 배경이다. 리셀 수요가 늘면서 전문 중개 플랫폼도 생겨났다. 네이버 계열의 ‘크림’과 무신사 자회사 ‘솔드아웃’이 대표적이다. 업계 1~2위를 다투는 이들 업체는 어떤 경쟁을 펼칠까.

한정판 신발을 거래하는 리셀 시장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홍대에 있는 크림의 쇼룸.[사진=뉴시스]
한정판 신발을 거래하는 리셀 시장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홍대에 있는 크림의 쇼룸.[사진=뉴시스]

“신어야 해, 말아야 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 11일 자신의 SNS에 한정판 운동화와 함께 이같은 게시글을 올렸다. 정 부회장이 올린 사진 속 운동화는 나이키가 지난 8월 발매한 한정판 운동화 ‘트래비스 스캇×프라그먼트×에어조던1’이었다.

18만9000원에 발매된 이 제품은 현재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170만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발매되자마자 가격이 8배가량 치솟은 결과다. 온라인상에선 “회장님도 신어야 할지 팔아야 할지 고민하게 만드는 게 ‘리셀’의 매력이다” “덕분에 (운동화) 가격 좀 더 올라가려나”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한정판 신발’의 리셀(resell)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리셀 시장을 이끄는 건 MZ(밀레니얼ㆍZ)세대다. 희소성이 있는 신발을 가지려는 MZ세대가 숱한 데다 한정판 신발을 구입해 비싼 값에 되파는 ‘슈테크(슈즈+재테크)’ 수요도 많아서다. 

이는 전세계적인 추세다. 미국 투자은행 코웬앤드컴퍼니에 따르면, 글로벌 리셀(이하 신발 기준) 시장 규모는 2025년 60억 달러(약 7조원)대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리셀 시장도 이제 막 ‘개화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많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리셀 시장 규모는 현재 5000억원대로 추정된다”면서 “글로벌 시장 규모와 비교해도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리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플랫폼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장 주목할 만한 건 네이버의 손자회사 ‘크림(KREAM)’과 무신사의 자회사 ‘솔드아웃(SLDT)’이다. ‘IT 공룡’ 네이버와 ‘스타트업’ 무신사가 리셀시장에서 맞붙은 셈이다. 시장에 먼저 발을 들인 건 네이버 크림이다.

크림은 지난해 3월, 솔드아웃은 지난해 7월 서비스를 론칭했다.[※참고: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가 운영해온 크림은 지난해 11월 별도 법인으로 물적분할했다. 무신사가 운영해온 솔드아웃은 지난 5월 자회사로 분사했다.] 

론칭 시기는 다르지만 서비스 면에선 유사점이 많다. 무엇보다 두 플랫폼 모두 미국의 리셀 플랫폼 ‘스탁엑스(StockX)’의 한국판을 표방하고 있다는 점이다. 스탁엑스가 선보인 ‘경매 방식’ ‘자체 검수 시스템’ 등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참고: 2015년 설립한 스탁엑스는 신발을 주식처럼 거래하는 방식과 함께 자체적으로 진품·가품 여부를 판단하는 검수 시스템을 최초로 도입했다. 지난해 시리즈E 투자 유치 과정에서 기업가치 38억 달러(약 4조4000억원)를 인정받았다.] 

실제로 크림과 솔드아웃에선 ‘주식시장’처럼 소비자가 원하는 모델의 실시간 가격과 거래 현황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입찰을 통해 판매자와 구매자가 원하는 가격에 거래하고, 당장 사길 원할 경우엔 ‘즉시 구매가’에 구입할 수도 있다. 그동안 중고 거래 시 대면하고 흥정하는 절차가 불편했던 소비자로선 반길 만한 시스템인 셈이다. 

자체 검수 시스템을 갖춰 리셀 시장의 ‘고질병’으로 꼽히던 ‘가품’ 문제도 해결했다. 크림의 경우, 거래가 성사되면 판매자가 상품을 검수센터로 보낸다. 이후 전문 검수팀이 박스 상태, 구성품, 상품 정보택 등을 확인한다. 또 진품·가품 여부를 판단해 진품일 경우에만 재포장해 구매자에게 발송한다. 진품이 아닐 때엔 구매자에게 판매액의 3배를 보상하고 있다. 

솔드아웃도 ‘안심 검수 솔루션’을 운영하고 있다. 거래가 체결되면 내부 검수팀이 상품의 진품·가품 여부, 제품 상태 등을 확인한다. 합격 시에만 ‘검수택’을 부착해 구매자에게 출고한다. 가품일 경우 크림과 마찬가지로 구매자에게 거래액의 3배를 보상하고 있다.

네이버 계열의 ‘크림’과 무신사의 자회사 ‘솔드아웃’이 리셀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네이버 계열의 ‘크림’과 무신사의 자회사 ‘솔드아웃’이 리셀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소비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3무無(배송비ㆍ검수비ㆍ수수료) 전략’을 택하고 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솔드아웃은 지난해 론칭 이후 현재까지 중개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다. 별도의 검수 비용도 없다. 올해엔 ‘2021년 이벤트’로 판매ㆍ구매ㆍ반품 배송비 무료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크림 역시 중개 수수료, 배송비(보관판매 상품 제외), 검수비 모두 무료다.

문제는 이같은 ‘3무 전략’이 출혈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두 플랫폼 모두 제품을 판매할수록 적자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누가 ‘출혈경쟁’을 버텨내느냐가 관건이 될 거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정연승 단국대(경영학) 교수는 “한정적인 국내 유통시장에선 시장을 선점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리셀업業에 대한 경험과 이해뿐만 아니라 자본력도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비자를 붙들 만한 서비스 개발부터 마케팅에 쏟아부을 ‘실탄’ 확보가 중요하다는 거다. 

그렇다면 두 회사의 자금력은 어떨까. 크림은 지난 3월 벤처캐피털(VC) 소프트뱅크벤처스ㆍ알토스벤처스 등으로부터 2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네이버를 등에 업은 만큼 자금 조달도 원활하다. 모회사인 스노우로부터 단기 차입금 총 270억원을 수혈받은 건 단적인 예다. 물론 솔드아웃도 분사 직후인 5월 두나무(업비트 운영사)로부터 100억원을 투자를 받았지만, ‘호주머니’가 든든한 건 크림이다. 

국내 리셀 시장이 개화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많다.[사진=뉴시스]
국내 리셀 시장이 개화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많다.[사진=뉴시스]

그래서인지 크림은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월 태국의 리셀 플랫폼 ‘Sasom’에 지분 투자(10억원ㆍ지분율 20. 01%)를 단행한 데 이어 7월에는 일본 리셀 플랫폼 ‘소다’의 지분 14.89%를 355억원에 인수했다.[※참고: 크림이 투자한 소다는 일본 내 경쟁 리셀 플랫폼 ‘모노카부’를 인수(8월)하는 등 세를 불리고 있다.] 

8월에는 국내 온라인 패션 커뮤니티 ‘나매인(나이키매니아)’을 80억원에 사들였다. 2004년 개설한 온라인 커뮤니티인 나매인은 회원 수가 103만명에 달한다. 크림으로선 막대한 ‘배후 수요’가 생긴 셈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크림과 나매인은 그동안 다양하게 협업해 왔다”면서 “전략적 시너지 강화를 위한 투자 차원의 인수다”고 설명했다.

리셀 플랫폼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다양한 이용자’ ‘많은 양의 신발’ 확보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크림에 유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건 사실인 셈이다. 김현용 애널리스트는 “리셀 시장은 MZ세대 중에서도 미래 소비세력인 Z세대가 주를 이루는 시장이다”면서 “네이버로선 미래를 내다보고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솔드아웃에 기회요인이 없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모회사인 무신사가 보유한 840만명의 회원은 솔드아웃의 강점으로 꼽힌다. 솔드아웃 관계자는 “84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무신사와의 시너지를 통해 리셀 시장에 빠르게 안착하고 있다”면서 “한정판 제품 중개 플랫폼으로서의 안정성과 신뢰도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셀 시장이 고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솔드아웃에도 충분한 ‘파이’가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유통전문가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한정판’ 제품의 특성상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높아지고 리셀 시장 규모는 커질 수밖에 없다. 또 지금은 한두 브랜드가 주류를 이루지만 거래되는 브랜드나 모델도 좀 더 다양해질 것이다. 그만큼 다양한 ‘플레이어’에게 기회가 돌아갈 것이라고 본다.” 리셀 시장에서 크림과 솔드아웃은 어떤 경쟁을 펼칠까. 결과는 두고 볼 일이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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