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가 주목하는 토스-타다 동행
아직까지 공통 목표 부재
가맹택시 경쟁력 부족한 타다
모빌리티 사업 경험 없는 토스
새로운 아이덴티티 형성이 관건

국내 모빌리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핀테크 기업 ‘토스’가 택시호출 서비스업체 ‘타다’를 인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토스와 타다가 한차車에 올라타기는 했지만 목적지가 같은지는 모르겠다”는 말이 나온다. 아직까지 두 회사가 공통 목표나 구체적인 운영 방향을 내놓지 않고 있어서다. 토스와 타다의 만남은 서로에게 플러스일까. 더스쿠프(The SCOOP)가 토스와 타다의 동상이몽을 취재했다. 

지난 8일 핀테크 기업 토스가 택시호출 서비스업체인 타다를 인수한다고 밝혔다.[사진=연합뉴스]
지난 8일 핀테크 기업 토스가 택시호출 서비스업체인 타다를 인수한다고 밝혔다.[사진=연합뉴스]

모빌리티 업계의 시선이 핀테크 기업 ‘토스(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에 쏠리고 있다. 토스가 택시호출 서비스업체인 ‘타다’를 인수하기로 하면서다. 지난 8일 비바리퍼블리카는 “타다 운영사인 VCNC의 지분 60%를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인수를 통해 토스는 결제 · 대출 등 금융서비스 분야에서 시너지를, 타다는 기존의 택시호출 사업에서 외형 확장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토스의 이번 인수가 뜻밖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독주하고 있는 국내 택시호출앱 시장에서 토스가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에서다. 한편에선 모빌리티 서비스 경험이 없는 토스가 타다를 위해 재정적 지원 외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을 표한다.

그렇다면 토스가 타다를 품은 배경은 무엇일까. 타다는 토스를 통해 어떤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걸까. 두 회사의 만남은 ‘동행’이 될까 ‘동상이몽’에 그칠까. 더스쿠프(The SCOOP)가 토스와 타다의 눈으로 서로를 향한 기대와 불안이 뒤섞인 속내를 들여다봤다.

■ 토스가 바라보는 타다 = 토스가 타다를 인수한 이유는 간단하다. 타다를 통해 몸집을 키울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내 택시호출앱 시장의 연간 결제액은 6조원에 이른다. ‘토스페이’라는 결제사업을 운영하는 토스에 택시호출앱에서 파생되는 또다른 결제행위는 매출을 늘릴 기회임에 틀림없다.

타다의 빅데이터도 토스로선 탐나는 요소다.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이용자(택시기사 · 승객)에게 대출 · 보험 등 다방면에서 맞춤형 금융상품을 제공할 수 있어서다. 이를 통해 타다의 이용자를 토스로 유인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위험요인이 없지 않다. 전문가들은 “결제시장에서 수익을 내려면 앱 이용자 수가 최소 200만명은 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정도 이용자가 있어야 너도나도 토스페이를 설치하는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타다의 이용자는 11만명 수준이다. 갈 길이 까마득하다.  

물론 토스 측에선 “대출 · 보험상품을 개발해 타다 이용자를 (토스 앱으로) 유인하겠다”는 전략을 세울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규모의 경제’에 도달하려면 타다 앱 이용자가 훨씬 많아야 한다. 결국 타다의 이용자를 어떻게 늘리느냐가 관건이라는 건데, 타다는 이 부분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기준 타다의 가맹택시 수는 1500대다. 경쟁사 카카오모빌리티(2만3271대)의 6% 수준이다. 안 그래도 차이가 큰 상황에서 타다는 가맹택시를 유치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승객의 목적지를 미리 볼 수 없는 일종의 강제배차 시스템이 택시기사들의 유입을 막고 있어서다.

타다 앱 이용자 늘릴 수 있을까

문제는 여기서 비롯되는 악순환이다. 기사 유입이 적다 보니 가맹택시 수가 늘지 않고, 택시가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니 승객의 호출 대기시간이 길어진다. 이 때문에 승객은 더 빨리 잡히는 경쟁사의 택시로 갈아타고, 타다 이용자 수는 그만큼 더 줄어든다. 당연히 기사 입장에선 타다와 가맹계약을 맺을 이유가 사라진다. 승객 수가 늘긴커녕 감소해서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타다가 강제배차 시스템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타다는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보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오는 12월 론칭할 예정인 대형승합차(7인승 이상)를 활용한 고급택시 서비스다. 일반중형택시 시장에서는 단기간에 획기적으로 가맹택시 수를 늘리기 어려우니 상대적으로 운행대수가 적은 고급택시 시장부터 공략하겠다는 거다.

타다는 오는 12월 대형승합차를 이용한 고급택시 서비스를 론칭할 예정이다.[사진=연합뉴스]
타다는 오는 12월 대형승합차를 이용한 고급택시 서비스를 론칭할 예정이다.[사진=연합뉴스]

문제는 큰 초기 투자비용을 고객 유치 효과로 얼마만큼 상쇄할 수 있느냐다. 권용주 국민대(자동차운송디자인학) 교수는 “고급택시 시장도 경쟁업체인 카카오택시가 선점한 상황에서 타다가 확실한 차별화 포인트를 갖추지 않는 이상 반향을 일으키기는 어려워 보인다”면서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신차 출고가 지연되는 바람에 물량공세를 퍼붓기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맥락에서 토스는 타다와 한차車를 타긴 했지만 자칫 비용만 투입하고 실익은 거둘 수 없다는 불안감에 시달릴 수 있다. 더구나 타다와의 동행에서 토스의 역할은 ‘재무’와 ‘금융’에 국한돼 있다. 달리 말해 모빌리티 서비스만은 타다를 믿고 간다는 얘기인데, 타다의 경쟁력이 쉽게 개선되기는 힘들다. 타다에 올라탄 토스의 선택은 어떤 결과를 맺을까.

■ 타다가 바라보는 토스 = 토스의 인수는 타다의 입장에서 ‘기사회생’이나 다름없다. 지난해 11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다 가맹택시 사업도 생각만큼 잘 풀리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자금’이 투입된 셈이어서다. 타다 안팎에 ‘토스의 재정적인 뒷받침으로 증차는 물론 새로운 서비스 론칭도 활발하게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흐르는 이유다.

사실 타다가 올 12월에 출시할 고급택시 서비스를 위해 기사들을 모집하면서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약속할 수 있었던 것도 토스의 투자금 덕분이다. 택시호출앱 서비스는 ‘물량공세’가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타다는 비용 부담을 덜고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참고: 타다는 가맹택시 기사를 대상으로 서비스 홍보비 1500만원, 평가 기준 충족 시 월 200만원 등 최대 4100만 상당의 현금성 인센티브를 지급할 계획이다.]

토스에 ‘모빌리티 DNA’ 필요해


그럼에도 업계에선 토스와 타다의 시너지 효과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모빌리티 사업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토스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의문을 제기하는 배경엔 타다가 토스의 자회사가 아닌 독립법인 형태를 유지한다는 사실이 있다. 토스가 자체 모빌리티 사업팀을 꾸리지 않는다는 점도 의문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타다 관계자는 “금융과 모빌리티 산업의 특성이 다른 만큼 사업 부문을 서둘러 통합하기보다 각자의 자리에서 ‘잘하는 것’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신 협업이 필요하거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야 할 때는 자유롭게 소통한다는 게 두 회사의 방침이다.

물론 각각 강점이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게 효율적일 수 있지만 멀리 보면 두 회사가 각 분야(금융 · 택시호출 서비스)의 이해도를 높이는 건 수순이다. 그런데도 토스는 인수 이전에도, 이후에도 철저하게 금융서비스 측면에서 타다에 접근하고 있다. 밥상(모빌리티 서비스)은 타다가 차리고 토스는 숟가락(금융 서비스)만 얹겠다는 태도처럼 비칠 정도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이런 상황에서 토스가 ‘나는 나, 너는 너’라는 태도를 유지한다면 두 회사는 시너지 효과는커녕 제대로 된 제대로 된 수익을 거두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좀 더 구체적으로 토스와 타다가 놓인 상황을 살펴보자. 택시호출앱 시장은 가맹수수료 외에는 수익을 낼 수 있는 창구가 없다. 그마저도 가맹택시의 전체 운행매출에서 2~4% 남짓의 수수료를 떼는 게 전부다. 가맹을 맺지 않은 택시에는 무료로 승객의 콜을 중개한다.

그랩(Grab)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모빌리티 산업과 핀테크의 만남은 낯선 일이 아니다.[사진=그랩 제공]

그러다 보니 택시호출앱으로 수익을 내려면 매출원을 다각화해야 한다. 이는 카카오택시의 사례만 살펴봐도 잘 알 수 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카카오택시는 내년께 흑자 전환을 예상하고 있는데, 이 회사의 관계자는 그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대리운전 · 주차 · 차량관리 등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연계한 마스(MaaS · Mobility as a Service) 시스템을 통해 두 마리 토끼(이용자 및 매출원 확보)를 모두 잡을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토스와 타다가 가야 할 길은 명확하다. 두 회사 모두 택시가 아닌 ‘종합 모빌리티 서비스’의 관점에서 산업을 바라보고 사업계획을 세워야 한다. 토스와 타다가 상생하려면 금융업 · 택시업을 넘어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만들어야 한다는 거다.

혹자는 지나치게 모빌리티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반문을 할지 모른다. 하지만 핀테크 기업 토스에 ‘모빌리티 DNA’가 필요한 건 부인할 수 없다. 글로벌 핀테크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는 ‘그랩(Grab)’이 승차공유에서 시작해 배달 · 물류 등 모빌리티 서비스 분야를 확장하면서 그 토대 위에 금융서비스를 결합한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한 차를 탄 토스와 타다는 과연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까.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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