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요소수 시장 개척한 롯데정밀화학
‘요소수 대란’에 주문 급증했지만…
공급망 다변화·자동차 시장 변화 난제

사고 싶어도 살 수 없고,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물건이 있다. 어쩌다 보니 ‘레어템’이 된 이 물건의 정체는 요소수다. 지난 10월 중국발發 석탄 리스크로 요소수 부족 사태가 발생하면서 국내 요소수 산업에도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그 중심에 롯데정밀화학이 있다.

롯데정밀화학은 2008년 요소수 제품을 처음 출시한 후 13년간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사진=롯데정밀화학 제공]
롯데정밀화학은 2008년 요소수 제품을 처음 출시한 후 13년간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사진=롯데정밀화학 제공]

요즘 쉬지 않고 울리는 전화를 받느라 바쁜 곳이 있다. 롯데정밀화학이다. 이 회사는 암모니아 · 염소 등 기초 화학물질을 제조하는 곳인데, 최근 주문량이 폭주하고 있는 상품은 따로 있다. 바로 요소수다. 지난 10월부터 이어진 요소수 품귀 현상에 롯데정밀화학의 요소수 제품인 ‘유록스’를 찾는 문의전화가 급증한 거다.

롯데정밀화학은 국내 요소수 시장을 개척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2000년대 중반 유럽 · 일본 등 선행시장을 찾아다니면서 기술을 연구했고, 2008년 유록스를 처음 출시하면서 국내 요소수 산업의 포문을 열었다.

출시 초기 유록스는 롯데정밀화학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001%에 불과했다. 그만큼 국내 요소 시장은 불모지에 가까웠다. 당연히 어려움도 숱했다. 2011년 롯데정밀화학은 석탄 원료로 값싼 요소를 생산하는 중국 업체들에 밀려 44년간 운영했던 요소 생산 공장의 문을 닫아야 했다.

하지만 롯데정밀화학은 암모니아 사업을 통해 쌓은 추출 · 정제기술을 ‘요소수 제조’에 적용하면서 반전의 발판을 마련했고, 10여년 만에 매출 비중을 3%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롯데정밀화학의 연간 요소수 판매량은 14만톤(t) 규모로 지난해 기준 시장 점유율 1위(50%)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롯데정밀화학의 앞날에 리스크가 없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원료 공급망 다변화에 실패했다. 롯데정밀화학은 연간 4만8000t 규모의 요소를 수입하는데 이중 90% 이상이 중국산이다. 이로 인해 재고가 소진된 지난 8일 생산라인의 일부를 멈추기도 했다. 공급망 다변화가 없다면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시장 환경이 변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디젤차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고, 그러면 요소수 수요도 감소할 수밖에 없어서다. 이같은 시장의 변화에 롯데정밀화학 관계자는 “롯데정밀화학의 요소수 판매 비중은 상용차가 승용차보다 10배가량 큰데, 상용차는 상대적으로 전동화 속도가 느려서 요소수 사업이 단기간에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자동차 부문의 수요가 줄어도 선박 · 건설 등 산업 전반에서 환경규제가 강력해지면 요소수 시장은 되레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13년간 요소수 시장을 지켜온 롯데정밀화학의 기대는 충족될 수 있을까.

아쉽게도 시장은 다른 말을 하고 있다. 
9월 한때 9만8500원까지 치솟았던 이 회사의 주가는 16일 기준 8만2000원으로 16.7% 하락했다. ‘요소수 수요’의 급증이라는 호재에도 시장은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지 않은 셈이다.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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