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탄의 보이지 않는 가치사슬
요쇼수 부족에 물류시스템 꼬이고
식료품값, 집값, 전기요금까지 꿈틀 

우리의 일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을 것 같던 ‘유연탄’. 하지만 유연탄의 파급효과는 무시무시하다. 요즘 가장 뜨거운 이슈인 요소수에 영향을 미친다. 그 때문에 디젤차의 운행에 제동이 걸리고, 물류시스템이 꼬인다. 화학비료 생산에도 영향을 미쳐 식료품값이 상승한다. 여기서 끝이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 하다 하다 집값 상승과 전기요금 인상의 변수로도 작용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유연탄의 보이지 않는 가치사슬을 분석했다. 아울러 정부가 ‘유연탄 대란’에서 힘을 쓰지 못한 이유도 체크했다. 

유연탄 가격이 연초 대비 2배 이상 상승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유연탄 가격이 연초 대비 2배 이상 상승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유연탄 가격이 고공행진 중이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칼리만탄산 유연탄(FOB 칼리만탄5900㎉/㎏ GARㆍ참고 설명)의 올해 1분기 평균 가격은 톤(t)당 79.21달러였는데, 4분기(11월 12일까지)엔 184.63달러까지 치솟았다. 1년 새 2.3배(133.1%) 오른 셈이다. 같은 기간 뉴캐슬산 유연탄(FOB Newcastle 20% Ash 5500㎉/㎏ NAR)의 가격은 t당 56.07달러에서 4분기 141.63달러로 2.5배(152.6%)가 됐다. 

물론 오르기만 한 건 아니다. 10월 22일 기준 칼리만탄산 유연탄과 뉴캐슬산 유연탄은 각각 218.80달러와 175.38달러까지 올랐다가 11월 12일 현재 각각 154.80달러와 114.51달러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연초보다는 두배가량 오른 수치다.

[※참고: 유연탄의 가격기준과 종류는 ‘FOB 칼리만탄5900㎉/㎏ GAR’와 같은 방법으로 표기한다. FOB는 수출항의 선상에서 상품을 인도한 가격이란 뜻이다. GAR은 총발열량, 칼리만탄은 생산지가 인도네시아 칼리만탄섬임을 뜻한다. 따라서 ‘FOB 칼리만탄5900㎉/㎏ GAR’은 총발열량이 5900㎉/㎏인 칼리만탄산 유연탄의 본선인도가격이란 의미다. 마찬가지로 ‘FOB Newcastle 20% Ash 5500㎉/㎏ NAR’은 순발열량(NARㆍ수분 열량을 뺀 것)이 5500㎉/㎏이고, 20%의 재(Ash)가 발생하는 호주 뉴캐슬산 유연탄의 본선인도가격이란 의미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는 총 8가지의 유연탄 가격기준을 제공한다.]

이렇게 유연탄 가격이 오른 가장 큰 이유는 중국에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석탄소비국(2019년 기준 중국 에너지 총소비량 대비 석탄 비중 57.1%)이고, 대부분 발전용 연료로 쓴다. 경제 발전과 전기차 수요 등으로 중국의 전력 수요는 꾸준히 증가세다. 석탄이 더 필요했다는 거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환경규제를 추진(탈석탄 정책)하면서 자국 내 석탄 생산량을 줄여 왔다. 중국은 대신 호주산 석탄을 수입해 모자라는 석탄 수급을 맞췄다. 

이런 상황에서 2018년 호주가 화웨이 통신 설비 수입을 규제하면서 호주와 중국 간 갈등이 불거졌다. 올해 4월엔 호주가 중국을 겨냥해 코로나19 바이러스 원인조사를 주장하기도 했다. 결국 중국은 지난해 10월부터 호주산 석탄 수입을 확 줄였는데, 이게 자충수가 됐다. 코로나19로 인해 물류비용이 늘면서 대체 수입산 확보에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겨울철을 대비한 석탄 재고까지 줄었다. 

최근 중국이 전력난을 맞은 건 이런 이유에서다. 종합하면 석탄을 가장 많이 쓰는 중국에서 석탄이 부족해져 유연탄 가격도 급등했다는 얘기다.

유연탄의 강력한 파급력

이 지점에서 주목할 건 유연탄 가격이 우리 일상과 무슨 연관성이 있다고 온 나라의 시선이 유연탄에 쏠리느냐는 점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유연탄의 파급효과를 하나하나 짚어봤다. 

■유연탄과 요소수의 역학 = 우선 최근 일어난 요소수 부족 사태는 유연탄 가격 상승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요소수는 요소(암모니아)와 증류수로 만든다. 요소의 원료는 유연탄이나 천연가스다. 국내에서 수입하는 요소의 3분의 2는 중국산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요소 생산국이고, 총 요소 수출량의 약 14%를 한국에 수출한다. 

중국이 유연탄 수급에 차질을 빚으면 요소가 부족해지고, 국내 요소수 생산과 유통에도 문제가 생긴다. 최근 요소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건 그래서다. 지난해 10L당 1만원대에 판매하던 요소수를 지금은 10만원에도 못 구하는 일이 벌어졌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요소를 대량 수입하면서 상황이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 여의치는 않다. 

유연탄 가격 상승은 물류대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사진=뉴시스]
유연탄 가격 상승은 물류대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사진=뉴시스]

문제는 이 요소수가 경유(디젤) 자동차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거다. 요소수는 디젤차의 배기가스(질소산화물)를 정화하는 데 쓰이는데, 2018년(트럭은 2019년) 이후 생산된 디젤차에는 요소수를 반드시 넣도록 설계돼 있다. 유연탄 가격이 올라가면 수백만대에 이르는 디젤차의 발이 묶일 수도 있는 구조다.[※참고: 현재 디젤차는 약 990만대다.]

■물류대란 연쇄반응 = 유연탄 대란은 이렇게 요소수를 거쳐 ‘물류시스템’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육상물류를 담당하는 화물트럭이 모두 디젤차이기 때문이다. 손가락만 움직이면 어떤 물건이든 하루 만에 집으로 배송되는 ‘당연한 일’이 ‘특별한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물류비용이 올라가는 건 덤이다. 물류비용은 상품의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유연탄 가격 상승이 상품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동시에 물류 대란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식품가격도 흔들 = 게다가 요소는 디젤차에만 쓰이는 게 아니다. 밀이나 옥수수 농사에 반드시 필요한 화학비료의 주원료이기도 하다. 유연탄 가격 상승으로 요소 가격이 오르면 ‘화학비료 가격 상승→농작물 가격 상승→사료 가격 상승→가축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화학비료 가격 상승 시그널은 이미 포착됐다. 코트라에 따르면 최근 중국에선 화학비료가 부족해져 화학비료 수출을 억제하는 조치를 취했다.

■하다 하다 집값에도 영향 = 요소수, 물류, 식품가격까지 파고든 유연탄은 ‘건설’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표적인 건 시멘트다. 시멘트 원재료 중 하나인 유연탄은 시멘트 생산 설비를 가동하는 연료로도 쓰인다. 시멘트 제조사인 쌍용C&E에 따르면 유연탄은 시멘트 제조원가의 약 30%를 차지한다.[※참고: 물론 시멘트 제조사들은 유연탄 대신 폐타이어나 폐플라스틱을 연료로 활용하기도 한다. 업계에 따르면 그 비율은 20%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맥락에서 유연탄 가격이 상승하면 시멘트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건설업계는 유연탄 가격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올해 상반기부터 시멘트 가격이 더 오를 것을 염려해 시멘트 확보를 위한 경쟁을 치열하게 전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유연탄이 주택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시멘트 가격 상승이 콘크리트 가격을 부채질하면 아파트 분양가격이 꿈틀댈 수밖에 없어서다. 

■전기요금까지 오를라 = 이뿐만이 아니다. 유연탄은 전기요금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력생산량은 총 55만1162 GWh(2020년 기준)다. 이 가운데 유연탄 발전량이 19만4257GWh로 35.2%를 차지한다. 발전용 에너지원 중 1위다. 원자력(29.1%)이나 LNG(26.5%) 발전량보다 많다. 

유연탄 가격이 오르면 한전의 전력 생산 비용도 상승한다. 더구나 유연탄은 대기환경 피해가 크다는 이유로 정부가 개별소비세를 꾸준히 인상했다. 2014년 ㎏당 24원이던 유연탄 개소세는 2017년 4월 30원, 2018년 4월과 9월에 각각 36원과 46원으로 올랐다. 2018년부터는 발전용 유연탄에도 개소세를 부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연탄 가격이 2배 이상 올랐으니 한전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언제나 그랬듯 한전의 부담이 커질수록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이미 지난 9월 한전은 연료비 연동제에 따라 ‘㎾h당 -3원’이던 종전의 연료비 조정단가를 4분기부터는 ‘㎾h당 0원’으로 맞췄다. 한전 측은 “에너지 가격 상승분을 반영한 조치였다”라고 밝혔다. 

지난 10일 정승일 한전 사장은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 석탄 가격 상승률이 300%가 넘고, 액화천연가스 가격 변동 폭도 사상 최대다. 적정 원가 보상이라는 공공요금 산정 원칙이 있으니 연료비 조정 요인이 있다면 당연히 조정 관련 협의를 해야 한다.” 석탄 가격과 천연가스 가격이 올랐으니 전기요금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유연탄이 포함돼 있음은 물론이다. 

이처럼 유연탄은 경제의 가치사슬을 이리저리 꼬아놓을 힘을 갖고 있는 에너지원이다. 그럼에도 역대 정부는 ‘유연탄’을 대체할 에너지원을 찾는 데 별다른 힘을 기울이지 않았다. 문제는 유연탄과 마찬가지로 평소엔 체감하지 못하다가 위기의 순간에 우리의 일상을 뒤흔들 만한 제2, 제3의 유연탄이 숱하다는 거다. ‘유연탄 대란’에 한 방 맞은 정부와 대선주자들은 이 고민을 하고 있을까.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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