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전국 뒤흔든 ‘요소수 대란’
정부와 기업 책임 피할 수 없어
특정 국가 의존도 높은 원자재
미리 점검하고 공급망 관리해야

위기는 대개 예상치 못한 시점에 찾아온다. 평상시 위기에 대비한 철저한 준비와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 10월 발생한 ‘요소수 대란’은 위기 대응의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준비 없이 맞은 위기가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키는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중국이 요소 수출을 금지하면서 국내에서는 요소수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10월 중국이 요소 수출을 금지하면서 국내에서는 요소수 품귀 현상이 나타났다.[사진=연합뉴스]

중국의 요소 수출 금지로 인한 요소수 부족 사태가 국내 산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요소수 대란의 발단은 중국발 석탄 리스크다. 석탄은 요소의 생산 원료 중 하나인데, 중국이 석탄 수출국인 호주와 무역 갈등을 빚으며 지난 9월부터 석탄 수급난이 시작됐다. 이는 요소 생산량의 감소로 이어졌고 결국 중국은 지난 10월 자국 내 비료용 요소가 부족하다며 요소 수출을 금지했다.   

요소 수입이 막히자 우리나라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우리나라는 수입 요소의 66% 이상을 중국에서 들여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자동차 분야의 피해가 가장 심각하다. 국내에서는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2015년 1월 이후 출시한 디젤차에 반드시 배출가스저감장치(SCR)를 장착해야 한다. 

이때 SCR에 요소수를 주입해야 오염물질(질소산화물)이 물로 분해돼 배출가스 감축 효과를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디젤차는 요소수가 없으면 자동차 자체가 작동하지 않는다. 디젤차의 비중이 높은 화물업계가 진퇴양난에 빠진 이유다.   

요소수 부족 사태가 일파만파로 퍼진 근본적인 원인을 따져보면 책임은 결국 우리에게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먼저, 특정 국가에서 요소수를 수입하는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다. 우리나라의 디젤차 등록 대수는 전체 자동차의 40%에 육박한다. 디젤차 보급률이 높은 만큼 요소수처럼 사용량이 많은 소모품은 안정적인 제조ㆍ유통의 토대를 일찍이 마련했어야 한다.

이번 요소수 대란은 원료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재고를 비축해두는 등 위기에 대비한 정부와 업계의 노력이 부족했던 결과다. 다른 국가의 사례를 살펴보자.  디젤차의 본고장인 유럽은 요소를 자체적으로 생산하거나 수입 공급망을 철저히 관리해서 원료 수급난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다. 미국과 일본은 아예 디젤차의 판매를 감축하는 정책을 통해 원자재 공급 문제로 산업계 전체가 타격을 받는 것을 방지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에서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중국의 요소 재수출을 이끌어내고 사우디아라비아ㆍ일본과도 요소 공급계약을 맺는 등 재고물량 확보에 힘쓰고 있는 모양새다. 러시아산 요소를 수입하는 절차도 진행 중이지만 내년 1월께나 국내 물량으로 흡수될 전망이다. 요소가 국내 생산현장에 도달하기까지 시일이 걸린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책임 피할 수 없어

한편에선 이런 시간 공백을 메울 여러 가지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가령, 공업용 요소를 활용해서 요소수를 만들자는 거다. 하지만 현실적인 방법이 아니다. 요소수에 불순물이 섞이면 SCR이 쉽게 망가지고 제기능을 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공업용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쓰려면 요소수의 순도ㆍ농도를 정밀하게 검증해야 한다. 문제는 그 절차가 까다롭고 복잡한 데다 고도의 기술이 필요해서 단기간에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때문인지 요소수 공급이 원활해질 때까지 SCR의 사용을 중단하자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이 역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차종마다 다른 SCR 관련 소프트웨어를 일일이 확인하는 것도 쉽지 않고 민간 차원에서 무분별하게 소프트웨어를 불법 조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SCR의 사용은 국제 협의를 통해 만들어진 약속이다.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해서 규범을 벗어나는 관례를 만들면 후일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

현시점에서 시도해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정부가 해외에서 요소수 완제품을 구입해 일선에 보급하는 것이다. 상당수 운전자들이 요소수를 구하기 위해 해외직구까지 나서고 있지만 지나치게 높은 가격ㆍ물류비ㆍ안전인증 등 문제 요소들이 숱하다. 정부가 나서 요소수를 대량 구매하고 안전인증 절차를 간소화해서 개인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사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필자는 이번 요소수 대란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느낀다. 우리나라는 요소처럼 특정국가에 수입을 의존하고 있는 원자재가 숱하다. 리튬ㆍ코발트와 같은 배터리 원료는 물론 마그네슘ㆍ희토류 등 신산업에 필요한 핵심 원료도 상당수다. 소재ㆍ부품ㆍ장비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지금과 같은 혼란을 방지하려면 평상시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수입품목 중 한 국가에 60~70% 이상 수입이 집중된 제품을 분류해 공급망과 재고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한다.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 정책을 통해 국내에서 일부 생산하도록 하는 전략물자화도 고려해볼 만한 방안이다. 

전세계적으로 에너지 수급난과 원자재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대비책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지금보다 더한 혼란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이를 명심하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미래를 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글 =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정리=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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