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2021년 10월 부동산 지표 분석
매매·전세 공급 심리 풀려도
반드시 가격 하락한 건 아니야

치솟던 아파트 가격이 잠시 주춤하고 있다. 오르는 속도가 약해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가격 하락의 전조로 볼 수 있을까. 지표로 미래를 전망하는 건 얼마나 믿을 수 있는 걸까. 더스쿠프(The SCOOP)가 2008년~2021년 10월 주택매매가격지수, 거래량, 매수우위지수, 전세수급지수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과연 주택가격매매지수와 나머지 세 지표는 어떻게 움직였을까. 
 

거래량이 줄고 시장과열지수가 하락세로 접어든다고 해서 반드시 주택 가격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사진=뉴시스]
거래량이 줄고 시장과열지수가 하락세로 접어든다고 해서 반드시 주택 가격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사진=뉴시스]

아파트 가격이 다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파트가 지나치게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면서 수요자들이 매수를 아예 포기하자 이번엔 집을 파는 사람들이 가격을 높여 부르지 않고 있어서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하는 주간아파트동향에 따르면 서울은 9월 셋째주부터 11월 첫째주까지 8주 연속 가격 상승폭이 0.01포인트씩 떨어졌다. 급등세가 한풀 꺾인 거다. 거래량도 마찬가지였다. 2021년 4월 31만 필지가 거래됐던 토지는 지난 9월 24만 필지로 22.6% 감소했다. 거래가 줄면 매물이 쌓인다. 부동산 시장은 정말 둔화한 걸까. 

2008년부터 2021년 10월까지의 지표와 비교해보자. 2008년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 부동산 가격이 곤두박질쳤던 시점이다. 이 기간의 지표를 확인한다면 하락의 전조를 더 정확히 따질 수 있을 것이다. 주목한 지표는 4가지다. ▲월별 토지거래 건수(한국부동산원) ▲주택매매가격 종합지수 ▲매수우위지수 ▲전세수급지수(이상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다.[※참고: 매수우위지수와 전세수급지수는 모두 100을 기준으로 한다. 100 이상이면 공급이 부족하고 수요는 넘친다는 의미다. 반대로 100 이하라면 공급이 넘친다는 뜻이다.] 

이 기간 전국에서 주택매매가격지수(2018년 12월=100 기준)가 떨어졌던 때는 언제일까. 총 3번이다. ▲2008년 9월~2009년 3월(80.9→79.1) ▲2012년 7월~2013년 8월(88.7→88.0) ▲2019년 2월~7월(99.9→99.5)이다. 그럼 거래량, 매수우위지수, 전세수급지수는 어떨까.

먼저 거래량을 보자. 2008년~2021년 10월 토지 거래량이 줄어든 건 총 9번이다. 주택매매가격지수가 떨어진 기간과 겹치는 구간은 ▲2008년 4월~2008년 9월(-36.3%ㆍ거래량 변동률) ▲2008년 10월~2009년 1월(-31.7%) ▲2018년 11월~2019년 2월(-21.1%)에 불과했다. 나머지 6번의 구간에선 주택매매가격지수가 떨어지지 않았다는 거다. 이는 거래량이 줄어든다고 가격이 하락하지 않는다는 걸 잘 보여주는 통계다.

매수우위지수와 전세수급지수는 어땠을까. 매수우위지수가 하락했던 기간을 짚어봤다. 총 13번의 매수우위지수 하락이 있었고 이 기간에는 주택매매가격지수가 떨어진 3개 시점과 모두 겹쳤다. ▲2008년 5월~12월(67.6→21.1) ▲2013년 5~8월(38.4→31.6) ▲2018년 9월~2019년 3월(74.3→23.4)에 각각 -46.5포인트, -6.8포인트 -50.9포인트의 변화가 있었고 이 기간 주택가격도 함께 내려갔다.

하지만 나머지 10건의 구간에선 주택매매가격지수가 상승했다. 거래량과 마찬가지로 매수우위지수가 떨어진다고 해서 반드시 가격 하락이 발생한 건 아니었다.

전세수급지수는 매수우위지수보다 훨씬 더 자주 하락했다. 총 17번이었고 이중 주택가격매매지수가 떨어진 3번의 시기와 일치한 건 세번뿐이었다. 나머지 14번의 구간에선 전세수급지수가 떨어져도 주택가격매매지수는 상승했다. 이 역시 두 지표의 상승과 하락이 일치하지 않았다는 걸 보여준다. 

 

거래량, 매수우위지수, 전세수급지수의 하락이 동시에 발생했던 때와 주택 가격 하락 시기는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는다. [사진=뉴시스]
거래량, 매수우위지수, 전세수급지수의 하락이 동시에 발생했던 때와 주택 가격 하락 시기는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는다. [사진=뉴시스]

자! 이번엔 지표를 통합해서 살펴봤다. 거래량, 매수우위지수, 전세수급지수가 모두 하락하던 시기에 주택가격매매지수도 떨어졌을까. 세 지수의 하락이 모두 겹친 시기는 7개다. 여기서 주택가격매매지수가 하락한 시기까지 다시 겹쳐 봤다.

[※참고: 토지 거래량, 매수우위지수, 전세수급지수의 하락이 동시에 발생했던 때와 주택매매가격지수가 떨어지던 시기는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는다. 그래서 3개 지수가 겹친 기간 직후 주택매매가격지수가 하락하거나 일부 기간이 겹치는 경우를 확인했다.] 


▲2008년 10월~12월 ▲2018년 11월~2019년 1월 두개뿐이었다. 거래량, 매수우위지수, 전세수급지수가 모두 하락하더라도 주택가격지수는 되레 상승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거다. 

최근 3개월(2021년 8월~10월)간 전국과 서울의 매수우위지수, 전세수급지수는 모두 하락했다. 거래량은 서울은 4월부터 8월까지, 전국은 9월까지 계속 하락세였다. 하지만 이게 주택가격 하락의 전조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과거의 지표 변화를 살펴보면 지표 하락이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던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6~8주간의 상승폭 완화나 거래량 감소로 가격 변화를 전망하기는 시기상조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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