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말하지 않는 ‘전세 밑바닥 통계’
아무도 말하지 않는 ‘전세 밑바닥 통계’
  • 최아름 기자
  • 호수 412
  • 승인 2020.10.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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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통계에 숨은 의문과 함의
월세 거래량은 왜 쪼그라들었을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임대차 3법’이 국회를 통과한 7월 31일. 그리고 두달여, 예상했던 일이 벌어졌다. “전세가 멸종하고 월세만이 남는 세상이 될 것”이란 언론의 분석이 줄줄이 이어졌다.

이유는 대부분 비슷했다. ‘임대차 3법’ 때문이었다. 전세 세입자에게 ‘또 한번의 기회(2년)’를 제공한 계약갱신청구권 때문에, 또한 같은 세입자에게는 임대료도 기존 보증금에서 5% 이상 올릴 수 없게 만든 규제 때문에 ‘전세 씨’가 마를 것이란 비판이 잇따랐다. 

정말 그럴까. 모든 게 임대차 3법 탓일까. 그 때문이라면 전세가 줄어든 만큼 월세가 늘었을 텐데 이 또한 그럴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아무도 분석하지 않은 ‘전세 통계’를 들여다봤다. 결과는 기존 미디어의 분석과 조금 달랐다. 

‘임대차 3법’의 제정 목적을 확인할 수 있는 ‘계약갱신’ 데이터는 공개되지 않았다.[사진=연합뉴스]
‘임대차 3법’의 제정 목적을 확인할 수 있는 ‘계약갱신’ 데이터는 공개되지 않았다.[사진=연합뉴스]

임대차 3법으로 전세난이 심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매일 같이 나온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전세난 해소를 위해 공급 확충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전세 매물만 줄어든 것은 아니다. 월세도, 매매도 모두 둔화했다. 거래량도 마찬가지다. 임대차 3법으로 전세 매물이 월세로 전환되고 있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다.

“전세난이다.” 전세 매물이 사라지고 거래도 줄어 전세가가 폭등한다는 기사가 연일 쏟아져 나온다. 대략 이런 내용이다. “부동산중개소만 가봐도 명확해진다. 일부 세입자들도 실거주한다는 주인 때문에 새집을 찾느라 바쁘다. 전세 매물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전세 대신 월세로 돌려 집을 내놓겠다는 집주인도 많다. 가격도 오른다.” 

전세난의 원인으로 꼽히는 건 하나다. 지난 7월 31일 시행된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임대차 3법)’이다. 임대차 3법 때문에 전세 대신 월세로 돌아서는 집주인이 늘어나 전세가 말라버렸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전세난이 심각하다는 보도가 이어지자 반박을 내놨다. 2019년 9월과 비교해 올해 9월 전체 주택의 전월세 거래량이 오히려 늘었다는 통계였다. 매매 역시 더 늘어났다는 자료도 함께 공개했다. 국토교통부는 “‘서울시 부동산광장’의 9월 전월세 거래량은 확정일자를 통해 신고된 계약 건수를 현재까지 집계한 자료일 뿐(10월 19일 기준) 확정 수치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임대차 3법으로 인한 전월세 거래 감소는 없었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이 논쟁에서 한가지 간과된 게 있다. 임대차 3법을 왜 제정했느냐다. 이 법의 목적은 ‘집값 잡기’가 아닌 ‘세입자의 주거 안정’이다. 법제사법위원회의 임대차 3법 제안 이유를 보면 그 목적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현행법으로는 안정적인 주거를 보장하기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음….”

그래서 2년 계약을 한번 더 할 수 있게 만들어 최대 4년간 한집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계약갱신청구권을 보장했고, 보증금 상승 부담에 계약갱신을 하지 못할 것을 우려해 갱신 시 임대료 상승폭도 5%로 제한했다. 계약 방식도 2년 기본계약에서 한차례 연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세입자가 원하면 그대로 살 수 있고 원하지 않으면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할 수 있다. 

이런 법을 근거로 계약을 2년 더 연장하면 전세 매물이 나올 이유가 없으니 신규 매물이 줄어드는 건 당연한 이치다. 문제는 정부든 야권이든 임대차 3법의 제정 목적을 확인할 수 있는 ‘계약갱신 통계’를 내놓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니 임대차 3법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성과를 가늠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더스쿠프(The SCOOP)는 그래서 기존 통계를 변환해 ‘개약갱신 통계’를 추정해 보기로 했다. 먼저 가정을 쉽게 풀어보자. 

임대차 3법으로 2년에 또 2년을 연이어 임대해야 하는 집주인들이 임대를 포기하고 매물을 거둬들이기 시작했다면 네가지 부분에서 변화가 있었을 확률이 높다. ▲집을 팔거나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거나 ▲직접 실거주하거나 ▲이도 저도 결정하지 못하고 공실로 놔뒀거나 등이다. 임대차 3법이 부담스러워 집을 팔았거나 월세로 전환했다면 매매거래량이나 월세거래량이 늘었을 것이다. 직접 실거주를 하거나 공실로 놔뒀다면 전세거래량만 위축됐을 가능성이 높다. 과연 통계는 어떻게 흘렀을까. 

하나씩 확인해보자. 사람들의 관심이 가장 높은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봤다. 강북과 강남권역에서 전셋값지수가 가장 높았던 마포구ㆍ양천구, 부동산 정책의 핵심 타깃인 강남구를 대상으로 삼았다. 기준은 모두 계약일이다. 

■ 세 지역의 통계 흐름 = 먼저 세 지역의 전체 통계를 보자.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7월 31일 임대차 3법 시행 후 8ㆍ9월 서울 아파트 매매는 4990건, 3583건을 기록했다.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차이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8ㆍ9월 서울 아파트 거래는 6609건, 7025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거래 건은 각각 -24.5%(8월), -49.0%(9월)의 변동률을 기록했다. 매매가 줄었다는 거다.

그럼 월세는 어땠을까. 만약 전세 매물이 월세로 전환됐다면 전세 거래가 줄어든다 해도 월세 거래는 늘어나야 한다. 서울 아파트의 8ㆍ9월 전월세 거래는 각각 1만2073건, 8239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전월세 거래는 1만4911건, 1만2514건이었다. 전월세 거래가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19.0%, -34.2% 감소했다. 전세와 월세를 따로 떼어내 분석해보자. 

전세 거래는 2019년 1만493건(8월)ㆍ9316건(9월)에서 올해 8432건(8월)ㆍ5734건(9월)으로 줄었고 월세 역시 마찬가지였다. 2019년 4418건(8월)ㆍ3198건(9월)이었던 월세 거래는 올해 3641건(8월)ㆍ2405건(9월)으로 감소했다. 이런 통계를 보면, “전세 매물이 월세 매물로 전환됐다”는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월세도 전세 거래만큼 줄었기 때문이다.

■지역❶ 마포구의 흐름 = 지역별로 세분화하면 어떨까. 마포구와 양천구, 강남구도 확인해봤다. 마포구는 2020년 9월 전셋값지수 104.7(한국감정원)을 기록해 서울에서 가장 전세가 상승세가 두드러진 지역으로 꼽혔다. [※참고: 전셋값지수는 전국 4000여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전셋값이 상승할 것인지 하락할 것인지를 조사해 0~200 범위의 숫자로 나타낸 것이다. 지수가 100을 초과할수록 전셋값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서울 전체 평균과 마찬가지로 마포구의 아파트 매매도 지난해 8월 293건, 9월 246건에서 올해 8월 209건, 9월 146건으로 줄었고 전세도 마찬가지였다. 2019년 8월 464건, 9월 455건이었던 전세 거래는 올해 8월 384건, 9월 285건으로 감소했다. 

전세 정말 월세로 둔갑했나

월세 거래량도 비슷한 수순을 밟았다. 2019년 8월과 9월 각각 197건, 177건이었던 월세 거래는 2020년 8월에는 216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지만 9월에는 131건으로 다시 줄었다. 8월 월세 거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늘었다고 해도 9월에 다시 ‘감소세’로 전환됐으니 의미 있는 수치는 아니다. 

아파트 단지 하나의 거래는 어땠을까. 2014년 9월 입주해 매매ㆍ임대차 거래가 모두 활발한 마포래미안푸르지오 단지도 들여다봤다. 2019년 마포래미안푸르지오의 매매는 8월 21건, 9월 18건이었다. 올해는 같은 기간 15건, 14건으로 줄었다. 

전세 거래도 마찬가지였다. 2019년 8월 33건, 9월 30건이었던 전세 거래는 올해 33건, 22건으로 9월이 되면서 변화를 보였다. 그렇다면 월세 전환 매물이 많았을까. 그렇지 않았다. 월세 거래는 2019년 8월 7건, 9월 19건을 기록했는데 올해는 8ㆍ9월 모두 9건을 기록하며 소폭 늘거나 줄었다.

■지역❷ 양천구의 흐름 = 마포구와 마찬가지로 전셋값지수(103.6)가 높은 양천구도 비슷했다. [※ 참고: 양천구는 강남권역에서 전셋값지수가 가장 높은 곳이다. 강남권역은 행정구역상 강남구 일대가 아니다. 한국감정원에서는 한강을 기준으로 북쪽은 강북권역, 남쪽은 강남권역으로 구분한다. 기사에서는 한국감정원의 한강 기준 구분을 따랐다.] 

양천구의 2019년 8ㆍ9월 매매는 291건, 392건이었지만 올해는 196건, 140건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전세 거래는 682건, 517건에서 449건, 290건으로 줄었다. 월세 거래도 흐름이 같았다. 2019년 169건, 143건이었던 월세 거래는 2020년 114건, 99건으로 줄었다. 

양천구에서 거래가 가장 활발한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단지도 매매량은 2019년 8월 36건, 9월 112건, 올해 8월과 9월엔 38건, 22건을 기록했다. 8월은 비슷했고, 9월엔 매매량이 쪼그라들었다. 

전월세 거래도 마찬가지였다. 2019년 8월 232건, 9월 180건이던 전세 거래는 2020년 같은 기간 179건, 122건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월세 거래도 함께 감소했다. 2019년 54건(8월), 58건(9건)이었던 거래는 38건(8월), 22건(9월)으로 줄었다.

■지역❸ 강남구의 흐름 = 강남구(101.5)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강남구의 아파트 매매는 2019년 363건(8월), 501건(9월)이었지만 올해는 227건(8월), 165건(8월)을 기록했다. 지난해 850건(8월), 710건(9월)이었던 전세 거래는 올해 541건(8월), 375건(9월)으로 줄었다. 월세 역시 지난해 759건(8월), 366건(9월)에서 올해 260건(8월), 173건(9월)이 됐다.

항상 이슈의 중심이 되는 은마아파트를 봤다. 2019년 매매는 8건(8월), 25건(9월)이었고 올해는 3건(8월), 1건(9월)을 기록했다. 매매는 활발하지 않았고 임대차 거래도 마찬가지였다. 2019년 전세 거래는 46건(8월), 34건(9월)이었고 올해는 22건(8월), 16건(9월)을 기록했다. 전세 거래가 줄었고 월세 역시 마찬가지였다. 2019년 월세 거래는 13건(8월), 21건(9월)이었지만 올해 월세 거래는 8, 9월 모두 7건씩을 기록했다.

전월세 거래와 매매량은 임대차 3법이 시작된 이후 모두 감소했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매물도 마찬가지다. 매매, 전월세 매물이 모두 감소했다. 한꺼번에 모든 종류의 거래가 굳은 셈이다. 정부는 “당장 전세 거래가 줄어들지 않았다”고 반박했지만 그 주장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야권의 “집주인이 전세를 줄이고 월세로 돌렸다”는 주장도 좀 더 긴 시각에서 검증해야 한다. 

매매도, 전월세 거래도 줄어들었다는 건 ‘시장이 멈췄다’는 해석과 함께 ‘전월세 계약 갱신을 한 사람들이 많다’는 분석에도 힘을 실어준다. 전세 계약이 연장되지 않았다면 월세 거래라도 늘었어야 하는데 통계가 보여주는 현실은 다르기 때문이다. 

대비해야 할 문제는 ‘첫 번째 갱신계약’이 끝날 때 상승할 임차보증금이다.[사진=뉴시스]
대비해야 할 문제는 ‘첫 번째 갱신계약’이 끝날 때 상승할 임차보증금이다.[사진=뉴시스]

이렇게 부동산 시장에선 다양한 해석이 도출되기 때문에 정책효과를 섣불리 판단해선 안 된다. 전문가들이 “매매시장의 하향 안정화가 본격화하면 임대차 시장의 불안이 해소될 것”이라며 “임대차 3법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이는 12월까지 시장 추이를 냉정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구본기 구본기생활경제연구소장은 “지금은 기존 세입자들이 새 매물을 찾아 떠나지 않고 신규 계약을 하려는 세입자들이 유입되는 상황”이라며 “계약 데이터도 아직 다 쌓이지 않았기 때문에 연말까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참고: 더스쿠프 역시 12월까지 관련 통계를 꾸준히 검증할 계획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이 정말 해야 할 건 임대차 3법이 가져올 수 있는 진짜 부담을 하나씩 해소해 나가는 것이다. 가장 높은 가능성은 2년 후 보증금 상승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임대료 상한선을 설정한 이후 일부 예외 조항을 이용해 임대료가 급상승한 경우가 이미 있었다. 

우리나라의 임대차 3법에도 이런 빈틈이 있다. ‘첫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했던 세입자들의 계약이 끝나는 시점인 2년 후다. 같은 세입자에게 임대 보증금을 5% 이상 올려 받을 수 없지만 새로운 세입자를 받을 때부터는 상한선이 없다. 세입자가 설사 2년 추가 연장을 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더라도 4년 치 보증금을 받겠다고 할 가능성도 높다.

‘꼼수’ 어떻게 잡을 건가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퇴거를 요청할 때 이를 증명할 수 있는 방법도 보완해야 한다. 이미 8월 2일 국토부는 집주인 혹은 직계가족의 실거주를 이유로 세입자가 퇴거하는 경우 2년간 해당 주택의 확정일자, 전입신고 내역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입신고만 해둔 채 실제 거주는 다른 곳에서 하거나, 직계 가족이 아닌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꼼수’를 차단하겠다는 거다. 실제로는 가족이나 본인이 전입신고를 해두고 후임 임차인에게는 전입신고 불가를 조건으로 임차 계약을 맺을 수 있다는 것도 실거주 조항의 허점이 될 수 있다. 임대차 3법이 통과됐지만 시작은 지금부터다. 원래 목적을 이룰 수 있도록 준비할 시간이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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