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ny Insight | 에코마케팅

광고대행 전문업체 에코마케팅이 인수한 안다르가 3분기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레깅스 업체 안다르가 성추행·갑질 등의 이슈에 흔들렸던 업체란 점을 생각하면 눈에 띄는 성과다. 그동안 ‘데일리앤코’ ‘글루가’ 등을 인수해 알짜기업으로 만들어낸 에코마케팅의 실력을 다시 한번 입증한 듯하다. 하지만 이번엔 부정적 시그널도 흘러나오고 있다. 

에코마케팅은 자회사 안다르의 3분기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에코마케팅은 자회사 안다르의 3분기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온라인 종합광고대행사 에코마케팅이 최근 자회사 안다르의 올 3분기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고 발표했다. 요가복 업체 안다르의 3분기 매출은 2분기 대비 132.5%(117억원→272억원), 영업이익은 266.7%(3억원→11억원)나 증가했다. 전년 동기(매출 183억원·영업이익 -15억원)와 비교하면 매출은 48.6% 늘었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에코마케팅은 실적 발표 자료에서 “안다르는 여성 요가복 브랜드에서 애슬레저(athleisure·스포츠웨어) 브랜드로 탈바꿈하고 있다”며 “3분기 남성 의류와 홈트레이닝 제품 카테고리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회사는 “이번 안다르의 실적 개선이 에코마케팅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 달성한 유의미한 성과”라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5월 안다르를 인수(지분 56.4%)한 에코마케팅으로선 의미를 둘 법하다. 국내 레깅스 시장을 이끌던 안다르가 2019년 직장 내 성희롱·부당해고 논란에 휩싸이면서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기 때문이다.

[※참고: 안다르의 직장 내 성희롱·부당해고 논란은 사내 직원이 2019년 9월 동료 직원에게 성추행을 당해 회사에 문제제기를 했지만 계약 해지당한 사건으로 촉발했다. 이듬해 1월 피해 직원이 이를 폭로하면서 알려졌다. 논란이 일자 신애련 전 안다르 대표는 SNS에 공식 사과문을 게재했고, 법원은 가해 직원에게 벌금형을 내렸다.] 

 

입지도 흔들렸다. 1위 자리를 제시맥스에 빼앗겼을 뿐만 아니라 적자도 이어졌다(2019년 -121억원, 2020년 -89억원). 에코마케팅으로선 안다르를 인수하는 것 자체가 ‘위험요인’이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에코마케팅은 ‘현재’가 아니라 ‘미래 가치’에 투자했다. 레깅스 시장 규모가 7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안다르의 포트폴리오가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익명의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김철웅 에코마케팅 대표가 안다르에 손을 뻗을 때 의문을 품는 시각이 많았다. 안다르의 상황이 좋지 않아서다. 하지만 에코마케팅은 자신들이 걸어온 길과 지금까지의 성과를 믿었던 것 같다.” 

탁월한 기업 성장 능력

사실 퍼포머스 마케팅 업체 에코마케팅이 ‘기업 병원’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세상에 알려진 건 부진한 회사를 인수해 직접 키워내면서다. ‘클럭(저주파 미니 마사지기)’ ‘몽제(프리미엄 매트리스)’ 등을 론칭한 자회사 데일리앤코의 사례는 대표적이다. 

에코마케팅은 2017년 8월 비디오커머스 업체 데일리앤코(인수 당시 사명 유리카코스메틱)의 지분 51.0%를 인수했다. 이후 데일리앤코에서 클럭과 몽제 브랜드를 만들고 홍보·판매 마케팅을 진행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실제 사용자 후기처럼 만든 동영상 광고는 소비자의 지갑을 열어젖혔다. 클럭 마사지기는 2018년 7월 출시 이후 지난 5월까지 누적 판매량 900만개를, 몽제 매트리스는 2020년 1월 출시 이후 1년 반 만에 누적 판매액 500억원(8월 기준)을 달성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에코마케팅은 2019년 9월 반경화 젤 네일 스티커 ‘오호라’를 생산·판매하는 스타트업 글루가의 지분 20.0%를 인수했는데, 이듬해 매출이 무려 800억원(2019년 65억원→2020년 864억원)이나 늘어났다. 코로나19로 집에서 할 수 있는 ‘셀프 네일’이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에코마케팅의 미래가 장밋빛으로만 물든 건 아니다. 안다르의 실적이 놀랍게 개선되긴 했지만 시장 안팎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의 분석을 들어보자. “안다르 인수 후 본업이 아닌 외부 변수(오너십·베트남 공장 셧다운)에 노출돼 실적이 부진하고, 이에 따른 주가도 부진하다.”

외부 변수란 최근 안다르에서 발생한 두가지 사건을 뜻한다. 첫번째는 지난 10월 오대현 안다르 전 사내이사의 운전기사가 ‘갑질’을 당했다며 폭로한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창립자인 신애련 전 대표와 오 전 이사가 사임했고, 안다르는 ‘말 많고 탈 많은 기업’이란 낙인이 찍혔다.

 

두번째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올해 베트남 의류 공장들이 문을 닫아 제품의 생산과 납기가 지연된 일이다. 다만 에코마케팅 측은 “베트남 공장 문제는 현재 해결된 상태”라며 “9월 말 이후 안정적으로 물량을 조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에코마케팅을 둘러싼 문제는 또 있다. 앞서 언급했던 자회사 데일리앤코의 3분기 매출이 2분기 대비 2.7%(409억원→398억원) 꺾인 데다, 에코마케팅 본업(광고대행)의 별도 실적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참고: 에코마케팅은 3분기 광고대행 사업 부문에서 매출 102억원, 영업이익 37억원을 올렸다. 2분기에 매출 128억원, 영업이익 59억원을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적이 쪼그라든 셈이다.] 이 때문인지 주가 하락세도 심각하다. 지난 1월 3만원대였던 주가는 조금씩 내려앉더니 10월부턴 1만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년 사이 주가 반토막

에코마케팅은 최근 투자전담법인(에코투자파트너스)을 설립하고 메타버스·블록체인·NFT 등 미래 먹거리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를 기점으로 블록체인 기반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 ‘테사’와 메타버스 관련 실감형 콘텐츠 제작업체 ‘포바이포’에 투자했다.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위기를 탈출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에코마케팅 측은 “앞으로 피투자회사에 마케팅뿐만 아니라 사업전반에 대한 지원도 진행해 빠르게 성장하도록 도울 것”이라며 “새로운 디지털 상품과 서비스 사업 기회를 발굴하겠다”고 전했다. 과연 에코마케팅은 기업 병원이란 별칭답게 투자를 통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까.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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