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소기업 직장인 재무설계
이율 낮은 적금, 비중 적정해야

평범한 직장인이 월급만으로 서울에서 내집을 마련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2억원을 훌쩍 넘어섰기 때문이다. 직장인 이은규(가명ㆍ32)씨가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는 이유다. 이씨는 ‘부모 찬스’ 덕에 30대 초반에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그 나름의 고민도 있었다. 월급은 300만원대에 불과하지만 4억원을 훌쩍 넘는 빚을 지고 있어서다.

내집 마련의 꿈이 멀어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이 12억원을 훌쩍 넘어섰기 때문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내집 마련의 꿈이 멀어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이 12억원을 훌쩍 넘어섰기 때문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돈이 얼마나 있어야 부자일까. 사람들이 생각하는 ‘부자’의 기준이 높아지고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ㆍ알바몬이 성인남녀 3415명에게 ‘얼마가 있어야 부자일까(2021년 4월 기준)’를 물은 결과, 전체 응답자의 평균은 49억원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부자의 기준이 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동일한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2016년 32억원, 2018년 40억원, 2020년 46억원을 기록했다.

이렇게 부자 눈높이가 높아지는 건 치솟은 집값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돈을 어지간히 모아선 편히 쉴 내집 마련조차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평범한 직장인이 월급만으로 서울에서 내집을 마련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일례로 서울 아파트 3.3㎡(약 1평)당 평균 가격은 4년 새 109.0%(2017년 5월ㆍ2061만원→2021년 5월ㆍ309만원)나 상승했다. 

99㎡(30평형) 아파트 가격이 같은 기간 6억2000만원에서 12억9000만원으로 치솟은 셈이다. 직장인 이은규(가명·32)씨가 친구들 사이에서 부러움의 대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울 소재 중소기업에 6년째 다니고 있는 이씨는 일찌감치 내집 마련에 성공했다. 현재 그는 66㎡(약 20평) 규모의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씨에게 걱정이 없는 건 아니다. 아파트를 마련하는 데 부모님의 도움을 받았지만 남은 대출 원금도 4억6500만원이나 되기 때문이다. 노후 준비도 이씨에겐 큰 고민이다.

6년째 직장에 다니곤 있지만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아서다. 아울러 수년 내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만큼 자녀 교육비를 충분히 마련하고 싶다. 직장 선배들이 자녀 교육비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를 자주 봐왔기 때문이다. 일례로 서울에서 자녀를 영어 유치원에 보내는데 한달에 150만~200만원이 훌쩍 넘게 든다. 자녀 교육이 10~20년 장기간에 걸쳐 이뤄지는 만큼 미리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었다.

Q1 지출구조

먼저 이씨의 가계부를 살펴봤다. 이씨의 월급은 370만원이다. 연간 상여금은 150만원이다. 소비성지출은 단출했다. 생활비 20만원, 관리비ㆍ공과금 14만원, 통신비 8만원, 문화생활비 5만원, 교통비 7만원 등 54만원을 쓰고 있었다. 여기에 부모님용돈ㆍ쇼핑ㆍ경조사비 등으로 쓰는 비정기지출이 연간 210만원으로 월평균 18만원이었다. 

이렇게 소비성지출은 총 72만원이었다. 금융상품 가입 내역은 간단했다. 주택청약종합저축 5만원, 적금 200만원, 대출상환액 93만원 등 총 298만원을 쓰고 있었다. 총지출은 370만원으로 월급을 고스란히 다 쓰는 셈이었다.

Q2 문제점

이씨의 재무구조상 문제점을 살펴봤다. 먼저 소비성지출엔 큰 문제가 없었다. 무엇보다 생활비가 또래보다 적은 편이었다. 끼니를 대부분 회사에서 먹고 오거나 어머니가 보내주신 반찬으로 해결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로 모임이 줄면서 지출도 크게 감소했다. 

하지만 문제가 없는 건 아니었다. 무엇보다 매달 200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모으고 있었지만, 모두 1~2%대 낮은 이율의 적금에 투자하고 있었다. 매달 대출이자 93만원을 갚아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이율의 상품에 투자할 필요가 있었다.[※참고: 이씨는 대출 원금 4억6500만원도 상환하길 바랐다.]

두번째 재무목표인 ‘노후 준비’도 미흡했다. 국민연금 외엔 별다른 게 없었다. 이씨는 노후에 매달 300만원가량을 수령하길 원했지만 이씨의 국민연금 예상 수령액은 71만원(30년 근속 시)에 불과했다. 현재 시점으로 단순 계산하더라도 매달 229만원이 더 필요했다. 이밖에 10년 내 자녀교육비 2억원을 마련하길 원했지만 이 역시 준비하지 못하고 있었다.

Q3 해결점

세가지 재무목표에 대비하기 위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기로 했다. 먼저 매달 평균 18만원씩 쓰던 비정기지출은 비정기지출 통장을 따로 만들어 관리하기로 했다. 이 통장에 매달 15만원씩 넣어두고 사용할 예정이다. 매달 5만원씩 내고 있던 주택청약종합저축은 최소 납입금액(2만원)만 납입하도록 했다. 이씨의 경우 이미 내집 마련에 성공한 만큼 추가 주택 구입 계획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만큼 주택마련의 기본인 주택청약종합저축은 유지하도록 했다. 이렇게 6만원(비정기지출 3만원+주택청약 납입금 3만원)을 절약했다. 이율이 낮은 적금 납입액도 20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50만원 줄였다. 적금은 향후 노후자금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이렇게 모은 56만원으로 재무설계를 다시 했다. 적금과 국민연금으로 부족한 노후자금은 개인연금(36만원)을 통해 보완하도록 했다. 적금 대비 고이율을 기대할 수 있는 적립식펀드에 10만원씩 투자하기로 했다. 이씨의 경우 투자상품이 처음인 만큼 1년간 소액을 투자해 경험을 쌓아갈 계획이다. 

추후에 투자금액을 늘려 자녀교육비와 대출상환 용도로 활용할 예정이다. 보장성보험에도 7만원씩 납입하도록 했다. 잉여자금 3만원은 비상금 목적으로 통장에 모아두도록 했다. 일찌감치 내집 마련에 성공했지만 남모를 고민을 품고 있던 이씨는 이렇게 재무목표에 한 걸음 다가섰다. 

천눈이 한국경제교육원㈜ PB 팀장 | 더스쿠프 전문기자 
nunn224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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