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견기업 직장인 재무설계
솔로일 때 저축 습관 들여야

사회 초년생 때부터 독립해 혼자 산 이들은 언뜻 여유자금을 많이 모아놨을 것 같다. 혼자 사니까 지출이 적고, 갑작스럽게 돈을 써야 할 재무이슈도 많지 않아서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여유자금은커녕 ‘마이너스 가계’를 운영한다. 십중팔구 잘못된 투자·저축·소비습관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중견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이경은씨는 모범적인 습관을 갖고 있다. 사실 이런 이들에겐 별다른 재무설계도 필요 없다.

사회 초년 때부터 저축하는 습관을 들이면 재테크에 큰 도움이 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회 초년 때부터 저축하는 습관을 들이면 재테크에 큰 도움이 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살이 되자마자 서울에 올라와 15년째 혼자서 지내온 이경은(가명·35)씨. 이씨는 솔로생활에 큰 만족감을 느끼며 살아왔다. 유일한 걱정이었던 경제력도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에 성공하면서 자연스레 해결됐다. 몇 년 전, 7000만원짜리 전셋집으로 이사하면서 집 문제도 어느 정도 덜 수 있었다.

저축도 성실하게 했다. 월급날이면 한달간 쓸 돈을 미리 뺀 뒤 나머지를 모조리 저축했다. 적금통장과 청약통장은 기본이고, 연금저축에 개인연금 상품도 2개나 가입했다. 그가 한달에 저축하는 금액만 184만원에 달한다. 흥미로운 건 이씨가 남들보다 이른 나이에 일찌감치 노후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씨는 “조기은퇴에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제가 사업가도 아니고, 회사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언제 잘려나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가끔씩 들더라고요. 그래서 저축에 더 집착하게 된 듯해요.”


이렇듯 이씨의 재테크는 불안감에서 시작됐다. 구체적인 미래를 그린 게 아니었기에 연금상품을 제외하면 그의 재테크엔 목적이 없었다. 이씨는 조금씩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불안감 때문에 저축을 시작한 것도 그렇고, 남들이 하니까 별생각 없이 따라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까 제가 잘하고 있는지 고민이 되더라고요.” 이씨는 자신의 재테크가 올바른지를 판단하기 위해 상담을 요청해 왔다.

Q1 지출구조

중견기업을 다니는 이씨는 한달에 423만원을 번다. 상여금은 따로 받지 않는다. 월급을 기준으로 이씨의 한달 소비 패턴을 살펴봤다. 앞서 언급했듯 혼자 사는 이씨는 공과금으로 11만원을 낸다. 식비를 포함한 생활비로는 43만원을 지출한다. 용돈 25만원, 통신비 5만원, 교육비 4만원, 교통비·유류비 15만원, 건강·문화비 13만원 등 매월 나가는 정기 지출은 116만원이다.

의류비·미용비와 경조사비·여행비 등으로 나가는 비정기지출은 연간 510만원으로 월평균으로 따지면 43만원씩 쓰는 셈이다. 금융상품 가입 내역은 꽤 길다. 적금 50만원, 주택청약종합저축 20만원, 연금저축 50만원, 개인연금 총 64만원. 보험금 21만원 등 205만원에 달한다. 총 지출은 364만원으로 이씨는 한달에 59만원씩을 남기고 있다.

Q2 문제점

이씨의 가계부엔 큰 문제가 없었다. 모아둔 돈도 상당히 많았다. 적금이 1900만원에 달하고, 이따금씩 매입한 펀드와 주식도 1800만원어치 보유하고 있다. 이미 납입을 완료한 보험 상품에도 3000만원의 적립금이 있다. 이씨가 무분별한 소비습관을 갖고 있거나 돈이 많이 드는 취미생활을 하는 것도 아니다. 매월 남는 59만원은 예금하거나 펀드·주식에 쓴다고 한다.

싱글은 경제안목을 키우기 좋은 때다. 결혼 가정처럼 끊임없이 재무 이슈가 벌어지지 않으므로 안정적으로 돈을 불릴 수 있고, 이를 이용한 재테크도 별 부담감 없이 시작할 수 있다. 이씨에게도 투자를 위한 시드머니가 충분해 보인다.

그렇기에 이번 상담에선 이씨가 최대한 많은 재테크 방법을 경험하는 데 초점을 맞춰보기로 했다. 이씨는 그동안 여러 종목의 주식·펀드에 투자했지만 본인에게 딱 맞는 상품을 찾지 못했다. 투자 대상도 단일기업에만 국한돼 있었는데, 코스피 상위 10개 기업, IT 계열, 부동산 펀드 등 범위를 넓게 잡아놓은 펀드도 경험해 보면 이씨에게 도움이 될 거라 판단했다.

이씨가 걱정했듯 각각의 상품에 ‘목적성’을 부여할 필요도 있었다.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면 동기부여도 되고 매월 얼마나 저축해야 목표를 이룰 수 있는지 등의 계획도 세울 수 있다.

Q3 해결점

먼저 재무 목표부터 세웠다. 1순위였던 노후 준비를 3순위로 미루고, ‘내 집 마련’ ‘재테크 확대’를 각각 1·2순위로 추가했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기존의 잉여자금 59만원 외에 약간의 자금이 더 필요했는데, 이씨의 지출내역은 큰 문제가 없으므로 그대로 뒀다. 다만, 금융상품의 납입액은 조금씩 조정했다.

청약저축은 20만원에서 2만원으로 하향조정했다. 청약저축은 액수가 아니라 납입기간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최소금액인 2만원으로 낮춰도 큰 문제가 없다. 또 연금저축도 기존 50만원에서 22만원으로 조정했다. 개인연금이 2개나 있기 때문에 연금저축을 줄여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잉여자금 59만원에 금융상품을 조정해 생긴 46만원 등 105만원으로 재무 솔루션을 짰다. 먼저 30만원은 적립식펀드에 납입하기로 했다. 채권형 펀드, 혼합형 펀드, 주식형 펀드 등 다양하게 투자대상을 구성해 이씨가 많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CMA통장에도 30만원을 납입할 것을 주문했다. 하루 단위로 이자가 적립되는 데다 일반 통장처럼 예금·송금 등의 은행 업무를 볼 수 있어 요긴하게 쓸 수 있다.

마지막으로 비정기통장이란 이름으로 예금통장(45만원)을 하나 더 만들었다. 이 통장은 경조사비·명절비·세금 등 비정기적으로 나가는 지출을 맡는다. 이렇게 하면 뜻밖의 재무 이슈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아울러 적금 1900만원은 금에 투자해보라고 조언했다. 금 투자는 접근하기 쉬우면서도 경제 감각을 익히기에 효과적인 투자방법이다. 일단 상황을 지켜보다가 저점에 순금 매입을 진행키로 결정했다.

이씨는 아주 쉽게 재무설계를 마쳤다. 다만, 이씨처럼 기본 상황이 좋은 상담자를 만나는 건 쉽지 않다. 저축·소비습관이 나쁜 상담자에겐 효율적인 재무설계를 조언하는 게 쉽지 않다. 가계를 알차게 꾸려나가는 건 결국 자신의 몫이란 거다.

천눈이 한국경제교육원㈜ PB 팀장 | 더스쿠프 전문기자
shnok@hanmail.net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