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92만원 버는 직장인 재무설계
비정기지출 잘 관리해야 미래 있어

뚜렷한 목표 없이 막연하게 쌓아온 돈은 새롭게 돈 쓸 일이 생기면 이내 빠져나가기 십상이다. 목돈을 모으는 것도 좋지만 어떻게 모으고, 분배하느냐가 중요한 이유다. 그래야 목적에 맞게 체계적으로 돈을 모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경험이 없는 사회 초년병이라면 명심해야 할 말이다. 

돈을 모으고 싶다면 소득 수준에 맞게 지출을 줄여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돈을 모으고 싶다면 소득 수준에 맞게 지출을 줄여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베이비부머의 자녀세대인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에서 2000년 초반 태어난 세대)는 현재 약 1400만명으로 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세대다. 경제활동과 소비에서 핵심 세대로 떠오른 밀레니얼 세대는 어떻게 재테크를 하고 있을까.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밀레니얼 세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그들은 “현재의 즐거움도 중요하지만 편안한 노후를 위해 재정적인 준비를 미리 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15.5%)이나 취업·이직(14.0%)보다 재테크(30.8%)에 더 관심이 많은 밀레니얼 세대는 “소비를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재테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전체의 63.2%가 전체 예산에서 우선 저축을 한 뒤 남은 돈으로 소비활동을 한다고 답했다. 


사회생활 8개월 차인 김소원(가명·23)씨도 월급의 절반 이상을 저축하고 있다. 뚜렷한 목표가 있는 건 아니다. 막연하게 ‘그래야 할 것 같아서’ 일단 저축을 해놓고 나머지 돈으로 생활을 한다. 하지만 그 씀씀이가 체계적이지 않은 탓에 매달 몇만원에서 많게는 몇십만원씩 가계부에 구멍이 생긴다.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재테크를 해보고 싶다며 그가 상담을 청해왔다.

Q1 지출구조

김씨의 지출 구조를 먼저 살펴보자. 사회생활 8개월 차인 그의 월급은 192만원이다. 매달 100만원씩 적금 형태로 모아온 덕에 자산으론 800만원이 통장에 쌓여 있는 상태다. 소비성지출로는 통신비 8만원, 용돈 17만원, 생활비 15만원, 교통비 5만원, 건강·문화비 19만원이 있었다. 

옷을 사고, 머리를 하고, 여행을 다니는 등 비정기지출도 연간 316만원이었다. 이를 월평균으로 따지면 26만원씩 쓴 셈이다. 비정기지출까지 더한 김씨의 한달 소비성지출은 90만원이다. 비소비성지출은 보장성보험 8만원과 적금 100만원이 전부다. 버는 돈은 192만원인데 소비성지출(90만원)과 비소비성지출(108만원)을 더하면 198만원으로 6만원이 적자인 생활을 하고 있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코로나19로 피트니스센터 대신 홈트레이닝을 해온 김씨는 이를 위해 장비와 의류를 구매하면서 신용카드 할부로 결제했다. 이런 식으로 비정기지출을 신용카드로 결제한 게 한달에 20만~30만원으로 적지 않았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언제든 가계부를 위태롭게 만들 수 있는 변수다.  

Q2 문제점

문제점을 찾기에 앞서 김씨의 재무목표부터 들어봤다. 김씨의 1순위 목표는 투자금 모으기다. 그 돈을 어떻게 쓸지는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그는 “경제활동을 시작한 만큼 어느 정도의 목돈은 마련해 놓고 싶다”고 말했다. 목표 금액은 3000만원이다.

다음 목표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내집 마련이다. 현재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김씨는 훗날 결혼을 대비해 결혼자금 겸 전세금을 미리미리 준비해 놓고 싶다고 했다. 이건 ‘5년 내 5000만원’으로 목표를 정했다. 마지막 목표는 노후자금이다. 


김씨는 65세 이후에 월 350만원을 원한다. 평균 생계비를 기준으로 했을 때 많은 편에 속하지만 김씨는 노후에 자유롭게 문화생활을 즐기고 싶다. 그러려면 350만원은 있어야 한다는 게 김씨의 생각이다.

자, 그럼 하나하나 따져보자. 김씨가 내집 마련 목표금액인 ‘5년 후 5000만원’을 달성했다고 치자. 결혼을 해서 배우자와 집을 장만한다고 했을 때 요즘 같아선 최소 6억원은 있어야 한다. 김씨의 5000만원에 배우자가 1억원을 보탠다고 해도 4억5000만원이 부족하다. 

그 돈을 모두 대출을 받아 연 3.1%로 원리금 균등상환할 경우 30년 동안 꼬박 월 192만원을 갚아야 한다. 열심히 모아 그중 절반을 갚는다 해도 96만원이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 그것도 1~2년이 아니라 30년 이상 끌고 가야 한다. 여기에 김씨가 목표로 하는 노후 준비까지 하려면 생활이 너무 빠듯해질 게 뻔하다. 목표를 낮추거나 추가적으로 재테크가 이뤄져야 한단 얘기다. 

Q3 해결점

김씨의 목표에 온전히 다다를 순 없겠지만 어느 정도 이루려면 소득수준에 맞게 지출을 줄이는 게 우선 할 일이다. 20대 땐 월급의 절반을 저축하는 게 적당하다. 김씨는 그만큼 저축을 해왔지만 계획적이지 않은 지출 습관 탓에 현실은 늘 마이너스였다. 지출만 조금씩 조정해보기로 했다. 용돈(17만원)과 생활비(15만원)는 합쳐서 30만원으로 묶어 2만원 줄이고, 건강·문화비도 19만원에서 15만원으로 4만원 줄였다. 

줄일 수 있는 여력이 가장 많은 구석은 비정기지출이다. 김씨는 연간 316만원(월평균 26만원)을 비정기적으로 써왔는데 이를 조금씩 손봐서 206만원까지 줄였다. 이 돈은 적금으로 만들어 놓은 800만원 중 200만원을 비정기지출 통장으로 옮겨서 통제하기로 했다.


하지만 200만원은 1년 지나면 동이 난다. 상여금이 따로 없는 김씨를 위해 비정기지출 통장을 만들어 월 15만원씩 넣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비정기지출 몫으로 나가던 26만원을 15만원으로 11만원 줄인 셈이다. 이렇게 소비성지출에서 17만원(2만원+4만원+11만원)의 여유자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매달 적금 형식으로 적립하던 100만원까지 더하면 총 117만원의 여윳돈이 생겼다. 조정 전 6만원의 초과지출이 있었던 걸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다시 조정할 수 있는 건 111만원이다.

이제 그 111만원으로 새판을 짜면 된다. 김씨의 재무목표 순위대로 비율을 나눴다. 1~2순위였던 투자금과 내집마련을 위해선 80만원을 저축하기로 결정하고 적금과 펀드에 각각 50만원, 30만원씩 배치했다. 청약(2만원)에도 가입했다. 노후를 위해선 개인연금 20만원으로 시작해 차츰차츰 그 규모를 늘려가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매달 6만원 적자이던 김씨의 가계부가 9만원 남는 가계부로 탈바꿈했다.

천눈이 한국경제교육원㈜ PB 팀장 | 더스쿠프 전문기자
nunn224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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