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불붙은 공매도 논란
공매도는 순기능 발휘했을까
공매도 거품 제거 작동했나

개미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공매도가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3월 15일 공매도 금지 조치 만료일을 앞두고 시장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서다. 개인투자자는 ‘기울어진 운동장’인 공매도 제도를 개선하는 게 선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매도 재개를 요구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공매도의 순기능인 적정한 ‘가격 발견 기능’이 작동해야 시장에 거품이 끼는 걸 막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또다시 불붙은 공매도 논란을 취재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내려진 공매도 금지 조치가 3월 15일 만료를 앞두고 있다.[사진=뉴시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해당 종목의 주식을 빌려 미리 매도한 후 실제로 주가가 떨어지면 싼 가격에 사들인 주식으로 빌린 주식을 갚아 차익을 남기는 투자전략입니다. 이런 공매도가 최근 핫이슈로 떠올랐습니다. 3월 15일로 예정된 공매도 금지 만료 시한을 앞두고 공매도 재개와 공매도 금지 연장을 주장하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코스피지수 3100포인트를 만드는 데 크게 일조한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셉니다. 공매도를 재개하면 꼼짝없이 자신들만 손실을 볼 것이란 우려 때문입니다. 정치권에서도 섣불리 공매도를 재개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개미의 편을 들고 있습니다. 3월 16일 공매도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던 금융당국이 “기다려 달라”며 한발 물러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8일 ‘2021년 업무계획’ 브리핑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공매도는 9명으로 구성한 금융위원회의에서 결정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공매도 재개 여부를 두고 속 시원하게 말할 수 없는 점을 이해해 달라. 여당 등 정치권과 논의 중인 것은 없다. 2월 정기국회가 열리면 협의하거나 의견을 내는 것이 듣는 과정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공매도 연장과 재개를 둘러싼 양론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공매도를 반대하는 쪽에선 공매도 시장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실제로 2019년 코스피시장에서 기관투자자와 외국인투자자가 기록한 공매도 거래 비중은 각각 40.07%, 59.09%를 기록했습니다. 공매도 거래의 99.16%를 두 세력이 차지한 셈입니다. 기관과 외국인의 전유물인 공매도에 개미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푸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공매도의 투자수익이 개인이 증권사에서 빌린 돈으로 투자하는 신용거래보다 훨씬 높다는 분석 결과도 있습니다. 임은하 한양대 박사와 전상경 한양대(경영학) 교수가 발표한 ‘공매도와 신용거래의 투자성과’ 논문에 따르면 2016년 6월 30일부터 2019년 6월 28일까지 공매도 세력이 올린 수익은 9175억원에 달했습니다. 이는 개인이 신용거래로 올린 수익 233억원의 39배가 넘는 규모입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공매도로 돈을 버는 건 외국인투자자와 일부 기관뿐”이라며 “공매도를 재개하는 것보다 개인투자자만 피해를 보는 공매도 제도를 먼저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반대로 공매도를 찬성하는 이들은 “공매도를 주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빈기범 명지대(경제학) 교수는 “공매도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 밝혀진 것은 없다”며 “공매도 때문에 주가가 하락하고 공매도를 금지해 주가가 올랐다는 것은 가설에 불과하다”고 꼬집었습니다.

주가를 결정하는 것은 공매도가 아닌 기업의 펀더멘털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공매도가 기업의 가치에 영향을 주거나 훼손할 수는 없다”며 “공매도의 존폐가 아니라 무차입 공매도 등 불공정한 거래를 어떻게 막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일부 찬성론자들은 ‘가격 발견 기능’이란 공매도의 순기능도 강조합니다. 고평가된 주식의 적정 가격을 찾고, 주가에 낀 거품을 제거하는 기능이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적정가격 발견, 거품제거 등 공매도의 순기능은 실제로 발휘됐을까요. 만약 그랬다면 고평가 종목을 중심으로 공매도가 이뤄졌어야 합니다. 더스쿠프가 2019년 공매도 상위 종목을 분석한 이유입니다.

종료 앞둔 공매도 금지 조치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9년 공매도 상위 3개 종목에는 넷마블·에쓰오일·한온시스템 등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주가의 고평가 여부는 종목의 가격이 싼지 비싼지를 판단하는 지표인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이용했습니다. 두 지수가 동종업계의 평균보다 높으면 주가가 고평가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19년 5월 12만원대를 기록하던 넷마블(공매도 비중 19.82%)의 주가는 6월말 가파르게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고, 그해 8월 6일 8만8100원으로 떨어졌습니다. 이는 공매도가 집중됐던 기간과 일치합니다. 당시 신작 게임의 흥행이 예상에 못 미쳤다는 분석이 있었지만 실적은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2019년 넷마블의 PER은 50.68배로 업계 평균인 41.19배보다 높았지만 PBR은 1.7배로 동종업계 평균인 2.56배보다 낮았습니다. PER과 PBR에서 보듯 주가에 거품이 꼈다고 보기도 어려웠습니다.

2018년 초 18만원대였던 주가가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주가를 흔들었던 요인은 2019년 6월 26일 알려진 넷마블의 넥슨 인수가 무산됐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공매도 세력이 단기 이슈를 이용해 돈을 벌었다는 의미입니다. 공매도의 순기능인 가격 발견 기능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한온시스템은 2019년 초 공매도로 몸살을 알았습니다. 전기차의 핵심부품인 공조시스템을 만드는 한온시스템의 주가는 2019년 초 전기차 시장이 커질 수 있다는 기대감에 상승세를 탔습니다. 주가는 2018년 12월 11일 9760원에서 2019년 1월 21일 1만2700원으로 30.1% (2940원) 올랐습니다. 흥미롭게도 이 기간 공매도 매도세가 집중됐습니다. 하지만 공매도의 가격 발견 기능은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공매도의 매도세에도 주가는 상승세를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공매도 세력이 제시한 시장 가격이 항상 옳은 건 아니라는 방증입니다. 심지어 한온시스템의 2019년 PER과 PBR은 각각 18.69배, 2.68배로 업계 평균 PER 15.80배와 PBR 1.10배보다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공매도를 재개하기에 앞서 공매도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사진뉴시스]
공매도를 재개하기에 앞서 공매도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사진뉴시스]

물론 ‘가격 발견’이란 공매도의 순기능이 작동한 사례도 있습니다. 에쓰오일(공매도 비중 19.03%)이 대표적입니다. 2019년 10월 25일 10만6000원을 기록했던 이 회사의 주가는 그해 12월 4일 8만8100원으로 16.8%나 하락했습니다. 2019년 유가하락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급격하게 악화했기 때문입니다. 에쓰오일의 2019년 3분기 순이익은 515억원으로 전년 동기(2298억원) 대비 77.5%나 감소했습니다.

2019년 에쓰오일의 PER과 PBR은 각각 169.84배, 1.71배로 동종업계의 평균(PER 52.81배·PBR 0.84배)을 두배 이상 웃돌았습니다. 부정적인 정보를 주가에 신속하게 반영해 적정 가격을 찾는 공매도의 순기능이 반영된 결과라는 것입니다.

공매도 재개 둘러싼 갑론을박

이처럼 공매도의 부정적인 영향을 크게 우려할 필요도 없지만 순기능을 지나치게 부각할 필요도 없습니다. 지금은 기울어진 공매도 제도를 손보는 게 선행해야 할지 모릅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공매도가 주가에 낀 거품을 제거하기 때문에 필요한 제도인 것은 맞다. 하지만 공매도 역시 투자자의 선택인 만큼 항상 합리적으로 움직인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공매도가 논란이 되는 이유는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투자자는 공매도 거래가 자유로운데 개인투자자만 제약을 받고 있어서다.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한 공매도 제도를 개선할 필요는 있다.” 공매도를 담당하는 정부 당국자가 귀담아들어야 할 말인 듯합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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