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 vs 서학개미 수익률 분석

지난해부터 올해 초 증시는 서학개미가 주도했다. 국내 증시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자 해외로 눈을 돌린 투자자가 부쩍 늘어난 탓이었다. 서학개미의 투자 성적표가 동학개미를 압도한다는 점도 ‘서학열풍’을 부채질했다. 그렇다면 글로벌 증시가 싸늘하게 식어버린 지금도 서학개미들은 콧노래를 부르고 있을까. 더스쿠프가 올 1월 말~4월 26일 동학개미와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의 수익률을 분석했다.  

국내 증시에 퉂하는 투자자와 미 증시에 투자하는 투자자 중 동학개미의 수익률이 더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뉴시스] 
국내 증시에 퉂하는 투자자와 미 증시에 투자하는 투자자 중 동학개미의 수익률이 더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뉴시스] 

“1년 사이 시장의 판세가 180도 달라졌다.” 요즘 증시를 두고 나오는 말이다. 지난해엔 주가 상승세에 콧노래를 불렀지만 올해 들어선 끝 모를 하락세에 한숨만 나온다는 투자자가 적지 않다는 거다. 이런 현상은 코스피지수의 흐름을 통해 알 수 있다. 지난해 1월 2850.78포인트로 시작한 코스피지수는 그해 6월 25일 역대 최고치인 3302.84포인트까지 치솟았다.  

올해는 정반대다. 천스닥(코스닥지수 1000 포인트)은 깨진 지 오래다. 2981.81포인트로 올해를 시작한 코스피지수는 지난 4월 26일 2668.31포인트로 주저앉았다. 10.5%(313. 5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그러자 투자자의 눈이 미 증시로 향했다. 부진한 국내보다는 미 증시가 매력적일 것이란 추측에서였다. 실제로 동학개미의 코스피 시장 순매수 규모는 지난해(1월 4일~4월 26일) 44조2313억원에서 올해(1월 3일~4월 26일) 20조9887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반면, 미 증시에 투자한 서학개미의 순매수 규모는 같은 기간 120억5214만 달러(약 15조5219억원)에서 90억9065만 달러(약 11조50 42억원)로 24.5% 감소하는 데 그쳤다(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미 증시를 택한 서학개미가 적지 않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동학개미와 서학개미 중 양호한 수익을 올린 건 어느 쪽일까. 이를 위해 올해 1월 한달간 동학개미와 서학개미가 각각 가장 많이 매수한 10종목을 추렸다. 주가 등락률은 1월 말과 가장 최근인 4월 26일을 비교했다.[※참고: 비교 시점을 1월 이후로 한 것은 2월부터 글로벌 증시의 하락세가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위기에서 빛을 발한 건 어느 쪽인지 살피기 위함이다.]

대부분 서학개미의 낙승을 예상했겠지만 결과는 의외였다. 동학개미가 순매수한 1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3.4%,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의 수익률은 -20.1%를 기록했다. 주가지수는 국내 증시가 더 부진했지만 수익률은 동학개미가 더 높았다. 

우선 동학개미부터 살펴보자. 동학개미가 가장 많이 산 종목은 역시나 삼성전자다. 동학개미는 올해 1월 한달간 삼성전자 주식 1조4186억원을 순매수했다. 뒤를 이어 카카오(1조2031억원), 네이버(1조377억원), 카카오뱅크(5551억원), 크래프톤(4691억원), 삼성SDI(3762억원), 현대차(2992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2690억원), 엘앤에프(2452억원), 하이브(2171억원) 등의 순이었다. 10개 종목 중 절반의 주가는 하락했고, 나머지 5개 종목은 상승세를 기록했다. 부진한 장세가 이어졌다는 걸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표다.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한 종목은 삼성전자였다. 이 회사의 주가는 올 1월 말 7만3300원에서 6만61000원으로 9.8% 떨어졌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상기조, 코로나19 확산세로 인한 중국 봉쇄, 반도체 시장 경쟁력 약화 우려 등 줄줄이 쏟아진 대내외 악재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연초 이후 삼성전자 주가가 시장 평균치보다 부진했다”며 “대장주의 탄력이 떨어지면서 개별 업종의 이슈에 따른 개별주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증시 부진의 영향이 대장주인 삼성전자에 쏠리고 있다는 거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자 국내외 증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뉴시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자 국내외 증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뉴시스] 

삼성전자 다음으로 낙폭이 컸던 종목은 게임주 크래프톤(-9.4%)였다. 기대치를 밑돈 신작의 흥행 성적표와 상장 때부터 따라다닌 고평가 논란이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밖에 네이버(-7.4%), 현대차(-1.3 %), 삼성SDI(-0.5%) 등의 주가도 부진했다. 

반대로 부진한 국내 장세에서도 주가가 상승한 종목도 있다. 엘앤에프(32.4%), 하이브(9.9%), 삼성바이오로직스(8.7%), 카카오뱅크(5.4%) 등이다. 엘엔에프는 전기자동차 시장의 확대, 하이브는 리오프닝 가능성의 영향으로 주가가 상승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카카오뱅크는 실적 성장세의 영향을 받았다.

이번엔 서학개미의 투자성적표를 살펴보자. 언급했듯 서학개미의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20.1%에 머물렀다. 10개 종목 중 상승세를 기록한 종목은 제로였다. 흥미로운 건 10개 순매수 종목 중 ETF(상장지수펀드)가 6개에 달했다는 거다. 동학개미와 서학개미의 수익률을 가른 것도 ETF였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TQQQ)다. 하지만 TQQQ의 주가는 1월 말 61.83달러에서 4월 26일 38.21달러로 38.2%나 하락했다. 다른 ETF의 수익률도 저조했다. 

가장 큰폭의 하락세를 기록한 종목은 디렉시언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ETF(DIR EXION DAILY SEMICONDUCTORS BU LL 3X SHS ETF)다.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ETF로 1월 말 대비 49.6% 하락하며 반토막이 났다. 이 종목은 서학개미가 세 번째로 많이 매수한 종목이다. 미 기술주로 구성된 ETF 디렉시언 데일리 테크놀로지 불 3X(DIREXION DAI LY TECHNOLOGY BULL 3X SHSE TF)가 40.1% 하락했다(순매수 10위). 

이뿐만이 아니다. S&P500지수를 추종하는 SPDR SP 500 ETF TRUST(순매수 7위)가 -7.5%, 미국 대형주에 투자하는 ISHARES CORE SP 500 ETF(순매수 9위)가 -7.4% 등을 기록했다.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 기업 등의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BMO 마이크로섹터스 FANG+ 인덱스 3X ETN(BMO MICROSECTORS FANG+ INDEX 3X LEVERAGED ETN)은 -5.6% 떨어졌다. 

ETF 추종한 서학개미의 눈물


ETF가 아닌 종목의 수익률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서학개미가 두번째로 많이 매수한 테슬라의 주가는 6.4% 떨어졌다. 뒤를 이어 엔비디아(순매수 4위)는 23.2%, 마이크로소프트(순매수 5위)와 애플(순매수 6위)은 각각 13.1%, 10.2% 하락했다. 

인플레이션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자 미 증시를 이끌던 기술주부터 하락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하락장에선 서학개미도 힘을 쓰지 못했다는 얘기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과 같은 변동성 장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하는 건 매우 위험할 수 있다”며 “실적에 따른 개별 장세가 펼쳐지고 있는 만큼 안정적인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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