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대학의 한국 책들」
식민화 · 근대화 운명 속 한국 책

44종의 귀중서들은 짧게는 75년, 길게는 120년간 세상이 찾길 기다려온 자료들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44종의 귀중서들은 짧게는 75년, 길게는 120년간 세상이 찾길 기다려온 자료들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나의 직업은 책을 찾는 일이다.” 신간 「워싱턴대학의 한국 책들」의 저자는 도서관 사서司書다. 자료를 빨리, 정확하게 찾는 것이 소명인 저자가 어찌 된 일인지 “제발 찾지 못하길 바라며 온갖 자료를 검색했다”고 말한다. 자신이 근무하는 대학 도서관의 한국 귀중서가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유일본이길 바라서였다. 

여기에 소개된 책들의 소장처인 워싱턴대 동아시아도서관은 북미 14개 한국학 도서관 가운데서도 하버드대 옌칭도서관 다음으로 많은 한국 자료를 보관하고 있다. 저자는 그 가운데 특별히 44종을 가려 뽑았다. “선정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중요한 건 가장 가치 있고 중요한 책이어서라기보다 책에 얽힌 갖가지 사연과 의미가 있어서”라며 “모두가 보물 같은 책”이라고 강조한다. 

44종의 선별 기준은 1900년을 시작으로 1945년 광복 전까지 나온 책으로 한정했다. 대부분이 일제강점기였던 이 시기에 우리나라에서 책을 출간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난관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여기에 등장하는 출판물의 면면은 더욱 애틋하고 묵직한 의미로 다가온다. 

총 5부로 나눠 시대별 출판물을 소개한다. 1부에서는 1900~1909년 근대화·식민화 운명의 시작 속에서 나온 책들을 살펴본다. 이 시기에는 근대 지식을 담은 계몽 도서들이 주를 이뤘는데 1900년대 초 근대 공교육의 시작과 함께 어린이 교육용 도서로 출간된 「유몽천자」나 「초등소학」, 그리고 정약용이 한자 학습서로 만든 「아학편」 등이 해당한다. 

2부는 일제가 민족 문화를 억압하던 1910년부터 1919년까지의 책들을 다룬다. 이 시기에는 많은 책이 독립운동의 거점이던 상하이나 하와이 등 해외에서 출간됐는데, 저자는 “넉넉지 못했던 한글 자모, 어색한 세로쓰기 등 모자람이 많고 책 출간까지 긴 시간이 걸렸다”며 시대적 특색을 설명한다. 

3부에서는 1920~1929년 우리나라 출판의 발전상을 둘러본다. 음악가 홍난파는 1920년대 투르게네프의 「첫사랑」을 번역했고, 시인 김억은 1913년 동양에서 처음 노벨상을 수상한 인도의 시성 타고르의 시집 「기탄자리」를 발 빠르게 펴냈다. 한글 말살 정책이 한창이던 상황에서 국어 문법, 한글 전용, 가로쓰기 등 당대의 화두를 담은 「깁더조선말본」이 출간되기도 했다. 

4부에서는 짧지 않은 식민 지배하에도 한글 사용이 자연스러워지면서 한국 문학이 본격 시작되던 1930~1939년대를 다룬다. 우리에게 친숙한 정지용, 박태원 등의 책이 이 시기 등장한다. 소설가들이 이름을 감춘 채 릴레이로 써 하나의 소설을 완성하는 파격적인 기획의 「파경」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5부에서는 1940~1945년에 나온 여성 저자들의 저서와 최초이자 불완전했던 외래어표기법 등이 소개된다. 

소개된 귀중서들은 짧게는 75년, 길게는 120년간 세상이 찾아주길 묵묵히 기다려온 기록물이다. 20세기 초 우리나라의 역사적 배경과 출판문화를 돌아보는 일은 뜻깊은 경험을 선사한다. 아울러 다양한 저자와 책들을 알게 됨으로써 과거 그들의 생각을 함께 공유하는 일 또한 의미 있고 흥미로운 순간이 될 것이다.

세 가지 스토리 

「헌책방 기담 수집가」
윤성근 지음|프시케의숲 펴냄 


헌책방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저자는 10년 넘게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수집했다. 손님들에게 책을 찾아주는 대신 왜 그 책을 찾는지 사연을 들려달라고 했던 것. 손님들은 때론 기묘하고 때로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풀어놨다. 아울러 그렇게 나눠 받은 이야기가 나중에 공표돼도 좋다는 허락까지 받아냈다. 이 책은 그렇게 모은 수많은 이야기 중 선별을 거친 29가지 이야기를 모았다.

「웰씽킹」
켈리 최 지음|다산북스 펴냄


많은 사람들이 부자가 되길 원하지만 모두가 부자가 될 순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부자들의 ‘도구’를 모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부를 이룬 사람들이 갖고 있는 ‘풍요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풍요의 생각이란 결핍의 생각과는 반대되는 개념”이라고 강조한다. 결핍의 생각은 과거에 잡혀 있는 반면 풍요의 생각은 현재와 미래로 향한다는 거다. 결핍의 생각을 부수고 풍요로운 삶을 만드는 팁을 제시한다.

「세상 모든 것이 과학이야!」
신방실ㆍ목정민 지음|북트리거 펴냄


청소년 독자를 위한 ‘과학하는 10대’ 시리즈다. 비행기, 소금, 얼음처럼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익숙한 소재를 과학으로 풀어냈다. ‘비행기는 어떻게 날까’ ‘연필심으로 다이아몬드를 만들 수 있을까’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은 어떻게 결정될까’….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과학을 읽는 것이 곧 세상을 읽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청소년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16가지 주제를 엄선해 엮었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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