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 도시」
몰락한 도시의 사람들은 어떻게 됐는가

2017년 현대중공업 군산 조선소가, 2018년 한국지엠 군산 공장이 운영을 중단했다.[사진=연합뉴스]
2017년 현대중공업 군산 조선소가, 2018년 한국지엠 군산 공장이 운영을 중단했다.[사진=연합뉴스]

“김성우(가명)씨는 전 한국지엠 군산 공장 정규직이었다. 대우자동차에서 시작해 한국지엠 관리자급이 된 그는 희망퇴직 후 실업 기간 10개월 만에 청소업체를 개업했다. 정순철(가명)씨 역시 전 한국지엠 군산 공장 정규직이었다. 재취업을 원했으나 마땅치 않자 희망 퇴직금으로 치킨집을 차렸다. 새벽에 응급실서 쓰러져도 다음날 출근해 양파를 썰며 자영업의 현실을 실감한다. 전 한국지엠 군산 공장 비정규직이었던 강민우(가명)씨는 공장 폐쇄 후 군산항에서 부두 노동자로 새 일자리를 구했다.”  

2017년 7월 현대중공업 군산 조선소가, 2018년 5월 한국지엠 군산 공장이 운영을 중단했다. 도시는 한순간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뉜 운명들, 불안과 절망이 삶을 잠식하는 순간들, 놓지 못한 영광의 기억들, 억지 희망을 비웃는 허망한 풍경들로 채워져갔다. 

「실직 도시」는 제조업 도시 군산의 흥망성쇠를 다룬다. 저자는 현대중공업 군산 조선소가 가동을 중단한 지 2년, 한국지엠 군산 공장이 문을 닫은 지 1년째 되던 해 군산으로 향했다. 6주간 머물며 30여명의 평범한 시민들을 만나 공장 노동자, 협력 업체 노동자 그리고 그 가족이었던 이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 책은 2019년 주간지에 실린 ‘공장이 떠난 도시 군산’ 기사를 바탕으로 그때 미처 다루지 못한 이야기와 이후 군산 사람들의 변화를 담아 엮었다.

저자는 공장이 떠난 뒤 남은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매달 지급되던 180만원의 실업 급여 지급이 마감되는 순간, 재취업을 희망했으나 결국 치킨집을 차릴 수밖에 없던 현실, 실직한 남편 대신 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아내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떠받치던 원룸촌 풍경 등을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이 책은 기업과 공장이 도시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보여준다. ‘현대중공업’과 ‘한국지엠(대우자동차)’이 떠난 후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과 하청, 수도권 본사와 지역 생산 기지 등 군산의 질서가 확립되고 무너지는 과정을 들여다봄으로써 4차 산업 혁명 이후 어쩌면 모두의 모습이 될지도 모를, 소도시의 현재를 우리 앞에 가져다 놓는다. 

11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부터 4장까지는 해방 이후 잊혔던 도시가 제조업 도시로 질서를 잡아가는 과정을 다룬다. 5장은 공장이 떠난 바로 ‘그날’의 이야기다. 6장과 7장은 오랜 시간 쌓아 온 질서가 해체된 후 남은 사람과 떠난 사람, 변화한 도시 풍경들을 그린다. 8장부터 11장까지는 정체성, 전환 등에 대한 고민과 희망을 말한다.  

이 책은 믿었던 공간의 질서가 무너질 때, 무너지는 까닭이 그저 세상이 변해서일 때, 사람들은 어떻게 슬퍼하는지, 무엇으로 위로받는지 생각하게 한다. 저자는 실직, 반성, 모호한 희망으로 엮인 혼란이 결코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말한다. “누군가의 혼란이 나의 혼란이 된다는 건 불행이되 우리를 한데 엮을 공통 감각이다.” 그들의 이야기가 바로 지금, 앞으로 모두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거다. 그러므로 저기 군산의 황망함을, 우리가 들여다볼 여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 가지 스토리 

「임포스터」
리사 손 지음|21세기북스 펴냄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가면을 쓰고 살아왔다. 완벽한 척, 잘 아는 척, 착한 척…. 특히 공부와 학습을 지상과제로 여기는 우리나라에선 아이들이 가면을 쓰는 걸 당연하게 여긴다. 그렇게 나 자신을 잃고, 가면을 쓰면서 불안심리에 시달리는 현상을 ‘가면증후군(임포스터·Impostor)’이라고 부른다. 저자는 부모와 아이를 돕기 위해 가면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실천법을 제안한다.

「존중의 힘」
김찬배ㆍ강성룡ㆍ이승철 지음|울림 펴냄


‘갑질’이 문제다. 갑질하다가 불매운동이란 역풍을 맞은 기업도 있고, 하루아침에 자리에서 물러난 공직자도 있다. 기업도, 사람도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쉽지 않았을 텐데 왜 그런 결말을 맞이했을까. 저자는 “존중의 결여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금 글로벌 일류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직원 존중’을 실천하고, 존중의 리더를 CEO로 중용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거다. 존중이 능력이 되는 시대를 조명한다. 


「음악인류」
대니얼 J. 레비틴 지음|와이즈베리 펴냄


지금 외국 대학생들에게 ‘한국’ 하면 떠오르는 것을 물으면 대부분 K-팝을 외친다. 한국 음악이 국위선양 수준을 뛰어넘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도대체 음악이 무엇이기에 우리를 열광하게 하는 걸까. 이 책의 저자는 음악을 감성의 영역에서 끄집어내 뇌과학 측면에서 파헤친다. ‘문득 떠오른 옛 음악 한소절에 마음이 뒤 흔들리는 이유’처럼 음악과 뇌가 만나는 순간의 비밀을 소개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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