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정비 분야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정비업계 vs 수입차협회 갈등 지속
최근 상생안 마련 급물살 타고 있지만
완성차 기업 서비스 품질 점검도 필요

전기차 시대가 개막하면서 내연기관차를 중심으로 운영하던 기존 정비 업계가 위기를 맞고 있다.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는 필요로 하는 정비 기술이 서로 달라서다. 3만개가 넘는 전국 카센터의 줄도산이 우려되자 2019년 정부와 업계는 정비 분야의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완성차 업계와 정비 업계는 오랜 갈등 끝에 최근 갈등을 봉합하는 수순에 들어섰지만, 풀어야 할 숙제가 여전히 숱하다.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국내 자동차 정비업계가 위기를 맞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국내 자동차 정비업계가 위기를 맞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30여년 동안 이어졌던 내연기관차의 역사가 저물고 있다. 자동차가 전기차수소차 등 무공해차로 변신하고 있어서다. 자동차 산업의 급격한 패러다임 변화는 미래 일자리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 보니 부품소재 등 전방산업에서 여러 혼란이 발생하고 있는 거다.  

이는 전기차의 특성에서 비롯한 문제이기도 하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부품수가 적고 생산 공정도 비교적 단순하다. 이로 인해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인력은 내연기관차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자동차 정비 분야의 위기는 심각하다. 최신식 차량일수록 내구성이 좋고 튼튼해서 예전보다 정비를 의뢰하는 건수가 줄어든 탓이다. 아울러 자동차 제조사들이 제공하는 무상 AS 기간도 늘면서 정비소의 형편이 계속해서 어려워지고 있다. 

더욱이 전기차에 적용하는 정비 기술은 내연기관차와 차이가 커서 정비업계의 미래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 심각한 건 현재로선 생존의 위협이 닥친 정비업계를 살릴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 일선 정비소에서 근무하는 엔지니어들은 전기차에 관한 지식은 물론 관련 교육을 받을 기회조차 없다. 전문 장비도 갖추지 못해서 하이브리드차를 정비하는 것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그렇다고 정비 산업의 어려움을 타개하려는 기존 업계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19년 3월 한국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연합회(이하 정비연합회)는 동반성장위원회에 자동차 전문정비업을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추천해달라고 요청했다.[※참고: 동반성장위가 위원 30명의 과반수 출석, 과반수 찬성으로 추천하면 중소벤처기업부가 이를 심의해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이는 국내 정비 업체들의 영역을 수입차까지 확대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통상적으로 수입차는 일선 카센터 대신 수입차 업체들의 딜러망을 통해 정비가 이뤄지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런 상황에서 정비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5년간 대기업의 사업 확대ㆍ진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중소 정비업체들이 수입차 정비 영역에서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한국수입자동차협회(이하 수입차협회)는 이를 반대했다. 자동차는 소비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정비 분야에서 전문성이 중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수입차협회는 “정비 능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소규모 정비업체들은 공식서비스센터의 확장이 금지돼도 별다른 혜택을 보기 어려울 것”이라며 “되레 소비자들만 불편을 겪고 안전을 위협받을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끝이 없을 것 같았던 양측의 갈등이 최근 봉합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내외 완성차 기업과 정비업계가 상생안 마련에 나서면서다. 상생안은 국내 완성차 기업들이 자체 서비스센터를 연 2% 이상 늘리지 못하게 한 기존 규제를 연장하고, 수입차는 신규 등록하는 자동차 2000대당 서비스센터를 1곳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정비 분야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이 과거 수입차협회의 주장처럼 소비자 편익을 되레 해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어서다.

전기차의 핵심인 소프트웨어나 전장부품은 결국 완성차 기업들의 자체 서비스센터에서 수리해야 하는데, 서비스센터 확대를 제한하면 소비자 불편만 커질 거라는 거다. 

필자도 이런 우려에 일부 공감한다. 기존의 정비업체들이 소화할 수 없는 기술적 영역이 존재하는 만큼 완성차 업체가 전문적인 서비스센터를 운영하는 건 정비 분야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과는 별개로 봐야 한다. 

특히 수입차 브랜드는 과거 한정적인 서비스센터 운영으로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완성차 기업들이 제공하는 무상 AS의 품질을 높이고 시스템을 점검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국내외 완성차 업계와 정비업계가 상생안 마련에 한걸음 가까워진 건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직 많이 남아있다. ▲완성차 기업들의 자동차 판매량 대비 적정 서비스센터 수 확정 ▲ 각 완성차 기업에서 출시한 자동차의 정보ㆍ부품 공유 ▲ 완성차 기업들의 무상 AS 시스템 개선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 문제들을 해결해야 정비 업계는 활력을 되찾고 소비자들은 더 나은 서비스를 받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그동안 논의가 미뤄졌던 만큼 완성차 업계와 정비업계의 협의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하지만 속도보다 중요한 건 방향이다. 업계의 이익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편의를 고려한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해야 빈틈없는 상생안을 내놓을 수 있다. 

글 =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정리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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