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업체들의 치열한 주도권 싸움
OTT 시장 판도 가늠하기 어려워
답은 오리지널 콘텐츠와 자금력

한국이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들의 전장戰場이 되고 있다. 국내 OTT 서비스들도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서 몸을 풀고 있다. 한국 드라마, 영화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럼 한국이 글로벌 OTT 업체들의 격전장이 된 까닭은 뭘까. 국내 OTT 업체들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한국시장이 글로벌 OTT업체들의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시장이 글로벌 OTT업체들의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들이 한국으로 속속 모여들고 있다. 이들은 한국 OTT 시장을 노리는 것은 물론이고, 넷플릭스를 통해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간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의 확보라는 목표도 가지고 있다. 

본격적인 전투는 11월에 시작한다. ‘오징어 게임’ 등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로 재미를 톡톡히 맛본 넷플릭스에 국내 토종 OTT 서비스와 글로벌 거대 서비스들이 도전하는 형국이다.

먼저 애플이 지난 4일 SK브로드밴드와 협력해 한국에 애플TV+를 출시했다. 애플TV플러스는 OTT 서비스 중 유일하게 오직 자사의 오리지널 콘텐츠만 제공한다. 애플은 국내 출시를 앞두고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인 ‘Dr. 브레인’을 공개할 예정이다. ‘Dr. 브레인’은 영화 ‘밀정’ ‘장화, 홍련’ 등을 연출한 김지운 감독이 처음으로 연출한 드라마다.


어느 뇌과학자가 의문의 사건으로 가족들의 뇌에 접속해 기억을 모은다는 SF 스릴러물로 ‘기생충’의 이선균이 주연을 맡았다. 미국의 한국계 소설가 이민진이 부산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한 재일동포 가족의 이야기를 쓴 ‘파친코’도 제작 중이다. 애플TV+는 ‘더 모닝쇼’ ‘파운데이션’ 등 오리지널 시리즈들로 이미 미국에서 경쟁력을 입증했다. 

디즈니플러스는 12일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다. 디즈니플러스는 전통의 디즈니를 비롯해 픽사, 마블, 스타워즈, 내셔널지오그래픽 등의 브랜드로 다양한 콘텐츠를 서비스한다. 1만6000회분 이상의 막대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디즈니플러스는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 뛰는 놈 위에 노는 놈’을 론칭한다. ‘너와 나의 경찰수업’ ‘무빙’ 등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도 준비 중이다.

현재도 일부 한국어 자막을 제공하고 있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자극적인 소재의 드라마로 유명한 HBO 등이 소문대로 한국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한다면, 한국은 가장 많은 OTT들이 참전하는 첨예한 싸움의 격전지가 될지도 모른다.

 

■글로벌 OTT 왜 한국에 모여드나 = 이렇게 OTT가 한국시장서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이유는 OTT의 핵심 경쟁력인 ‘오리지널 콘텐츠’와 연관이 있다. 단서는 OTT의 시장 가능성을 확인해준 넷플릭스의 성공 공식에 있다.

1998년 비디오 대여 사업으로 시장에 진출한 넷플릭스는 이후 DVD를 매장 없이 우편으로 보내주는 서비스로 각광을 받았다. 매장 없이 DVD로 영화 타이틀을 빌려주는 시장에서 넷플릭스의 경쟁자는 레드박스라는 곳이었다. 레드박스는 키오스크를 통해서 DVD를 빌려주고 반납하도록 했다. 2012년까지 레드박스는 넷플릭스의 강력한 경쟁자였다.

넷플릭스가 2007년 OTT 서비스를 미국에서 시작하고, 2010년 캐나다를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릴 때에도 레드박스는 수익을 내면서 열심히 키오스크를 운영했다. 넷플릭스가 2013년 오리지널 콘텐츠를 시작으로 몸집을 키웠지만, 레드박스는 2017년에야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다. 레드박스의 수익은 지금도 키오스크에서 대부분 나오고 있다.

반면 넷플릭스는 전 세계로 확장하면서 2018년 구독자 1억1000만명을 기록했고, 2021년 1월에는 2억명을 넘겼다. 구독자 수를 가파르게 띄운 치트키는 넷플릭스의 오리지털 콘텐츠였다. 지난 10월 19일 넷플릭스는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전분기보다 구독자가 440만명 늘어났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한국의 디스토피아 시리즈물인 ‘오징어 게임’이 역사상 가장 큰 TV 쇼가 됐다”며 한국산 오리지널 콘텐츠를 구독자 증가 원인으로 꼽았다. “4주 동안 전 세계 1억4200만 가구가 ‘오징어 게임’을 시청했다. 조회수 420억 회를 기록하면서 틱톡 등 SNS를 통해서 밈(meme)을 만들었다.”  

 

넷플릭스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엄청난 흥행으로 유료 가입자를 끌어모으며 OTT 업계에서 선두에 섰다.[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엄청난 흥행으로 유료 가입자를 끌어모으며 OTT 업계에서 선두에 섰다.[사진=넷플릭스 제공]

올 4월 발표된 ‘OTT 사업자 콘텐츠 투자가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실증(곽정호ㆍ나호성)’이라는 제목의 논문에 따르면, OTT 서비스가 경쟁 우위를 위해 당연히 더 많은 콘텐츠를 독점적으로 확보하는 건 당연한 전략이다.

논문은 OTT 서비스가 콘텐츠에 투자하면 그 영향이 14분기까지 지속되며, 이 기간 콘텐츠 투자가 1% 늘어나면 매출은 0.858%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그만큼 오리지널 콘텐츠가 OTT 업체에 중요하고, 이 때문에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한국에 모여든다는 거다. 

■국내 OTT업체 주도권 싸움 = 오리지널 콘텐츠의 중요성은 글로벌 OTT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OTT 업체들도 독점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웨이브는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의 합작사다. 

웨이브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에만 1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MBC와 웨이브가 공동으로 서비스한 드라마 ‘검은 태양’ 등이 대표적이다. 웨이브는 드라마 왕국이었던 지상파 3사의 과거 드라마 다수를 보유하고 있다. 연내 동남아 등 해외 시장 진출을 타진 중이다.  

국내 OTT의 선구자 왓챠는 이미 2015년 일본에서 콘텐츠 평가 서비스인 ‘왓챠피디아’를 선보였다. 이후 정식으로 OTT 사업을 시작했고, 지난해 8월에는 일본 앱 마켓에서 톱5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왓챠는 지난 4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제작사 하드컷과 협업해 만든 오리지널 드라마 ‘언프레임드’는 곧 공개될 예정이다. 

CJ ENM에서 독립한 티빙은 올해 1월 JTBC와 합작법인을 출범하면서 향후 3년간 오리지널 콘텐츠에 4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티빙은 이와 함께 해외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선언도 했다. 앞으로 매년 독점 콘텐츠 30편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웹툰의 드라마화에 집중할 예정이다. 

 

주목할 점은 OTT 시장의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넷플릭스 구독자 수가 ‘오징어 게임’ 등의 인기로 440만명이 한번에 늘어난 것처럼 특정 OTT가 만약 ‘오징어 게임’급 드라마를 1년에 2~3개만 확보해도 OTT 구독자 순위가 뒤바뀔 수 있어서다. 

그럼 OTT의 미래 시장은 어떻게 펼쳐질까. 필자는 OTT의 미래를 보고 싶다면 영국 축구 중계시장을 살펴보라고 말한다. 스포츠 중계는 어떤 콘텐츠보다 강력한 수요를 갖고 있다. 특히 영국의 프로축구 1부 리그인 ‘프리미어리그’는 유럽 리그 중에서도 가장 중독성 있는 콘텐츠(경기)를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선수들 몸값이 가장 높은데다, 상위권 팀과 하위권 팀 구분이 힘들 만큼 전력도 비슷하다. 

강력한 오리지널 콘텐츠 덕분인지 프리미어리그는 실적도 상당하다. 2018~2019시즌 20개 구단 매출은 8조원에 육박했다. 2012년 5조원에서 6년 만에 60%나 늘어났다. 유럽축구 5대 리그 전체 매출이 22조원대인 만큼 프리미어리그의 인기는 월등하다. 당연히 중계권료도 어마어마하다. 그 규모가 워낙 커서 두 방송사(스카이스포츠ㆍBT)가 나눠서 중계해야 한다. 

영국인이 자신들의 집과 멀지 않은 곳서 벌어지고 있는 강력한 오리지널 콘텐츠인 축구 경기를 TV로 보기 위해 내는 돈이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란 얘기다. 이는 국내외 OTT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유다. 결국 돈싸움이란 거다. 


한정연 칼럼니스트 | 더스쿠프 
Investing.com 기자 
jayhan090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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