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ED TV 출시 앞둔 삼성전자
LG 패널 사용할 거란 전망 나와
쓰면 체면 구기고 안 쓰면 뒤처져
딜레마에 빠진 삼성전자

A사는 경쟁업체 B사의 OLED TV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들의 OLED는 진짜 OLED가 아니란 주장도 폈다. LCD TV에 강점이 있던 A사로선 OLED TV에 별 관심을 보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웬걸. 코로나19 국면에서 TV 시장의 무게추가 LCD에서 OLED로 쏠렸다. OLED TV를 양산할 능력이 부족한 A사는 딜레마에 빠졌다. B사 제품을 쓸 것인가 버틸 것인가. 더스쿠프가 A사의 현주소를 취재했다. 눈치챘겠지만, A사는 삼성전자다.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을 사용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사진=뉴시스]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을 사용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사진=뉴시스]

“삼성전자가 올해 출시하는 OLED TV에 LG디스플레이의 패널을 탑재할 것이다.” 삼성과 LG의 ‘TV 동맹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합리적인 근거 없이 떠돌던 루머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건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나온 한 발언 때문이었다. 이날 열린 가전·IT전시회 CES2022에 참석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LG디스플레이 OLED 패널 구매에 관해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도 꽤 구체적인 분석이 나왔다. 김동원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사이에서 3조원 규모의 ‘빅딜’이 성사될 것”이라면서 “약 700만대 규모의 LCD·OLED 패널이 삼성전자에 공급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참고: 삼성전자는 올해 퀀텀닷(QD)-OLED TV를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QD-OLED는 OL ED 패널에 QD소재를 더해 색 재현율을 끌어올린 기술이다. 컬러컨버전(전환) 방식을 사용한 덕분에 빛 손실이 적어 OLED 패널의 단점인 짧은 수명 문제를 개선했다는 분석도 있다. 삼성은 QD-OLED 기술을 일컬어 QD디스플레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두 기업이 손을 잡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관계가 OLED를 사이에 두고 비틀어질 대로 비틀어졌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TV시장 점유율에서 삼성전자는 31.0%로 업계 1위를 달리고, 그 뒤를 LG전자(19.0%)가 바짝 추격하고 있다(시장조사업체 옴디아). 경쟁이 치열한 탓인지 두 기업은 서로를 향해 날 선 비판을 감추지 않았는데, 그 중심엔 양사의 주력 제품인 QLED TV(삼성전자)와 OLED TV(LG전자)가 있었다.

두 제품의 특징은 서로 다르다. QLED TV는 퀀텀닷필름을 입힌 LCD 패널을 쓰고, OLED TV는 말 그대로 OLED 패널을 사용하고 있다. 두 제품의 특징이 확연히 다른 만큼 양사의 자존심 싸움은 서로의 제품을 향한 비방전으로 이어졌다.

먼저 삼성전자는 OLED 패널의 고질병인 잔상(번인·burn in) 현상과 수명 문제를 줄곧 지적했다. 반면 LG전자는 LCD 패널을 쓰는 삼성전자의 TV 기술력이 뒤처져 있다고 깎아내렸다. 기술력으로만 놓고 보면 별도의 광원(백라이트유닛·BLU)을 쓰는 LCD보다 스스로 빛을 내는 OLED가 한층 더 진보된 기술이라는 이유에서였다.

2019년 LG전자는 “삼성전자의 QLED TV 표기가 허위·과장 광고”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기도 했는데, LCD TV임에도 QLED란 표기를 써서 소비자들이 OLED로 오인하도록 혼동을 줬다는 게 LG전자 측의 주장이었다. 그때마다 삼성전자 측은 “QLED TV가 OLED TV보다 나은데, OLED TV를 흉내 낼 필요가 없다”고 응수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에 질세라 삼성전자도 “LG전자의 OLED는 진정한 OLED가 아니다”는 주장을 강하게 펼쳤다.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은 백색 OLED(W-OLED)다. 백색 OLED에서 나온 빛이 적·녹·청 필터를 거쳐 다양한 색을 내는 방식이다. 이처럼 컬러필터가 필요한 OLED는 진정한 OLED가 아니다. 당연히 LG전자의 OLED TV도 진짜 OLED TV가 아니다.”

이처럼 두 기업은 TV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서로의 약점을 거칠게 공격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동맹설은 함의가 크다. 특히 삼성전자에 그렇다. 동맹설이 사실이라면, 삼성전자가 줄곧 ‘흠결이 있다’며 문제를 삼아왔던 OLED를 제 손으로 가져다 쓰는 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을 쓸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까닭은 뭘까. 답은 간단하다. 시장의 흐름이 LCD TV에 강점이 있는 삼성전자에 유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나씩 살펴보자. 한때 삼성전자는 “절대로 OLED TV를 만들지 않을 것(한종희 부회장 CES2020)”이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을 정도로 OLED TV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해 왔다. 당시 삼성전자의 LCD TV 시장점유율이 94.1%(2019년 기준)에 달했으니, 그럴 법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TV 시장의 무게중심이 LCD에서 OLED로 옮겨지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가령, 2021년 상반기에만 전세계에서 272만6000대의 OLED TV가 팔렸는데, 이는 2020년 전체 OLED TV 판매량(365만대)의 75%에 달하는 수준이었다. 이는 LG로선 ‘반전의 키’를, 삼성으로선 ‘역전의 빌미’를 내주는 변곡점이었다.

삼성 앞에 놓인 골든타임

이 때문인지 삼성디스플레이는 QD-OL ED 패널을 양산하는 데 에너지를 쏟았다. 지난해 말 충남 아산캠퍼스에서 양산을 기념하는 출하식을 열기도 했다. 하지만 LG에 빼앗긴 흐름을 되찾는 덴 역부족일 가능성이 높다.

아산캠퍼스에서 생산할 수 있는 QD-OLED 패널의 양은 월 3만장에 불과하다. 월 17만장의 OLED 패널을 생산하는 LG디스플레이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양인데, 그마저도 삼성전자와 소니에 나눠서 납품할 계획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QD -OLED의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 결국 LG에 협조를 요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 거다.

삼성전자는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섰다. 하나는 자존심을 굽히고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을 가져다 쓰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는 “절대 만들지 않겠다”던 OLED TV를 만든 것까지 더해 2번 체면을 구기는 셈이 된다.

다른 하나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사의 OLED 패널을 쓰는 것인데, 그러면 OLED TV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LG전자를 추격할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둘 다 속 시원한 해결책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어떤 결단을 내릴까.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