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의 OLED 동맹 곧 타결될까
가격ㆍ공급 리스크 해결 원하는 삼성
LG 패널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될 수도
양사 윈윈하는 타협점 찾을 수 있을까

삼성전자가 ‘OLED TV’를 출시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해 양산을 시작한 QD디스플레이(QD-OLED)를 탑재했다. 다만, QD-OLED 패널의 생산량이 아직은 부족해서인지 삼성 OLED TV를 살 수 있는 곳은 미국 시장뿐이다.

문제는 마진이다. 경쟁사를 의식한 듯 예상치를 한참 밑도는 가격을 책정한 탓에 삼성전자에 떨어지는 이득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최근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간 ‘OLED 동맹’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는 이유다. 삼성전자가 가격ㆍ공급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OLED TV시장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선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이 필요해서다. 하지만 삼성, LG 어느 쪽에서 보든 우려와 변수가 많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OLED 동맹은 성사될 수 있을까.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OLED 동맹이 곧 타결될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포토]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OLED 동맹이 곧 타결될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포토]

지금 TV시장의 이목은 두 기업에 쏠려있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다. 소문만 무성했던 두 기업의 ‘OLED 동맹’이 임박했다는 예측이 쏟아지고 있어서다. OLED 동맹의 골자는 간단하다.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로부터 OLED 패널을 납품받아 TV를 만든다는 거다. 

삼성과 LG는 TV시장의 오랜 앙숙이다. 그렇다고 경쟁기업들이 서로의 제품을 받아쓰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이미 LG디스플레이의 LCD 패널을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삼성-LG의 OLED 동맹 가능성에 업계의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뭘까.

답은 간단하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LG의 주력 제품인 OLED TV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왔다. 그런 삼성전자가 LG산 OLED를 받는다면, ‘TV시장의 무게추가 LCD에서 OLED로 옮겨가고 있다’는 걸 인정하는 셈이 된다. 더구나 삼성전자는 그동안 LG디스플레이의 백색 OLED 패널의 품질을 줄곧 깎아내렸다.

■OLED 동맹❶ 삼성의 시각 = 그럼에도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동맹이 곧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는 덴 그만한 이유가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17일(현지시간) 미국 시장에서 ‘OLED TV’를 공개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QD디스플레이(QD-OLED)를 탑재한 제품으로, 사전 주문을 넣으면 4월 내 출고된다.[※참고: 현재 삼성전자는 미국 외 지역에서의 OLED TV 출시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패널 생산량이 제한적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가격이다. OLED TV 시장의 후발주자인 삼성전자가 기존 주자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합리적인 가격으로 무장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첫 QD-OLED 패널 양산을 시작한 삼성디스플레이는 생산량이 월 3만장에 불과한 데다, 수율收率(투입량 대비 완성품 비율)도 낮다. 

당연히 패널 가격도 불안정할 공산이 크다. 실제로 삼성전자보다 먼저 QD-OLED TV를 공개한 소니의 제품 가격은 55인치 2999달러(약 364만원), 65인치 3999달러(약 485만원)에 육박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꺼내놓은 가격표는 예상 밖이었다. OLED TV의 판매가격을 소니 제품보다 100만원가량 저렴한 55인치 2199.99달러(약 267만원), 65인치 2999.99달러(약 364만원)로 책정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을 탑재한 LG전자 OLED TV와도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

LG전자의 OLED TV(에보ㆍevo 모델 미국 시장 기준)는 55인치 1799.99달러(약 219만원), 65인치 2499.99달러(약 303만원)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OLED TV 가격 차이는 50만원 안팎인 셈이다. 9년여간 OLED TV 패널을 생산해온 LG디스플레이의 생산량이 월 17만장에 이르고, 수율이 90%대에 달한다는 걸 감안하면 삼성전자가 비슷한 수준의 가격대를 맞췄다는 건 예상치 못한 결과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든 삼성디스플레이든 가격을 낮추기 위해 손해를 보거나 마진을 최소화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을 더 들어보자.

“놀라운 가격이다. 손해를 감수하고서 가격을 맞췄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그렇게 되면 삼성디스플레이가 가격을 안정화할 때까지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때까지 QD-OLED가 TV시장의 주류로 남아있을지는 단언할 수 없다. 삼성전자가 감내해야 할 리스크가 적지 않을 거란 얘기다.”

실제로 삼성디스플레이가 생산량과 수율을 끌어올려 가격을 안정화하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남상욱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LG디스플레이도 광저우 OLED 공장을 풀가동하는 데까지 2~3년이 걸렸다”면서 “더구나 삼성디스플레이는 기존 라인을 활용하는 게 아니고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그 이상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수율을 끌어올리는 것뿐만 아니라 MMG(멀티모델글라스) 기술을 도입하는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면서 “LG디스플레이가 오랜 시간 준비한 만큼 삼성디스플레이도 그 격차를 줄이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이 감내해야 할 위험요인은 가격만이 아니다. 패널 공급량도 문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의 올해 OLED TV 패널 출하량이 각각 1000만대, 126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전체 출하량의 10분의 1에 불과한 삼성디스플레이의 패널만으로 OLED TV 시장에서 경쟁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OLED 동맹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쏟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삼성전자가 가격과 공급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LG디스플레이와의 동맹이 불가피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3월 미국 시장에 OLED TV를 공개했다.[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지난 3월 미국 시장에 OLED TV를 공개했다.[사진=삼성전자 제공]

■OLED 동맹❷ LG의 시각 = 그렇다면 LG디스플레이 입장은 어떨까. 삼성전자와의 OLED 동맹이 LG디스플레이에 이득만 가져다줄까. 일단 삼성전자는 세계 TV시장에서 16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켜온 절대 강자다. 지난해 세계 TV시장의 29.5%를 점유했다. LG디스플레이로선 OLED 시장의 판을 키우고, 대형 거래처를 확보해 매출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참고: 다만, OLED TV의 인기가 부쩍 늘면서 프리미엄TV 시장에선 다소 변화가 생겼다. 시장조사업체 DSCC에 따르면 프리미엄TV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2020년 2분기 49.0%에서 지난해 2분기 37.0%로 떨어졌다. 반면, LG전자의 시장점유율은 같은 기간 22.0%에서 32.0%로 올랐다.]

하지만 LG 입장에선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LG디스플레이 OLED 패널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선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동맹이 성사될 경우, 삼성전자 TV라인업에서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로 만든 TV가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패널로 만든 TV보다 하위 라인에 위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향후 미니LED TV가 포함된 프리미엄TV 라인업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LG디스플레이 OLED 패널의 위상이 더 애매해질 가능성도 있다.

[※참고: 삼성전자의 현 프리미엄TV 라인업 최상단(초프리미엄 라인인 마이크로LED 제외)에 있는 미니LED TV는 LCD TV의 광원(백라이트유닛ㆍBLU)인 LED를 더 작고 촘촘하게 넣은 제품을 말한다. LED가 촘촘할수록 세밀한 빛 조절이 가능해 명암비를 높일 수 있다. 예컨대 풀LED를 적용한 기존 86인치 LCD TV에 들어가는 LED 수가 2000~3000개라면 동일한 크기의 미니LED TV에 들어가는 LED 수는 수만개에 달한다.]

현재 삼성전자 TV라인업에서 OLED TV와 미니LED TV모델인 네오 QLED TV는 가격 차이가 30만~40만원(동일한 4K 기준)에 불과하다. 가격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삼성전자는 OLED TV와 네오 QLED TV에 큰 차별점을 두고 있지 않다는 거다.

반면, LG전자에선 OLED TV가 미니LED TV인 QNED TV보다 분명 상위 라인이다. 100만원가량의 가격 차이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LG가 OLED 패널을 삼성에 납품하는 순간, ‘하위모델’의 패널이란 이미지가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LG디스플레이 OLED 패널의 위상과 LG전자의 마케팅 전략이 복잡 미묘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업체 입장에선 세트업체에 패널을 넘기면 그만이고, 해당 패널로 TV라인업을 어떻게 구상할지는 세트업체의 권한”이라면서 “다만, TV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직접 경쟁하는 LG전자 입장에선 좀 더 민감한 문제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을 쓰는 게 꼭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QD-OLED TV와 QLED TV가 있는 상황에서 프리미엄TV 라인이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LG디스플레이의 패널을 탑재한 OLED TV를 QD-OLED TV나 QLED TV 아래에 배치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마케팅 효과도 있다. 이는 LG 입장에선 우려해야 할 만한 요소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삼성-LG OLED 동맹)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두달이 지난 3월 23일 이번엔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이 “서로 조건이 맞고 윈윈(Win-Win) 할 수 있다면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양쪽 수장의 말인 만큼 삼성-LG OLED 동맹은 가시화할 가능성이 높아진 게 사실이다. 

 

문제는 서로 윈윈하는 타협점을 찾을 수 있느냐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현재 가격과 물량, 계약기간 등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쩌면 당연한 진통일지 모른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삼성디스플레이의 생산성 문제로 발생한 가격과 공급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격은 낮추고 공급 물량은 늘려야 한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생산성을 확보한 이후에도 공급계약이 이어질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두 기업의 OLED 동맹은 어떤 결과를 맞을까.  

고준영 더스쿠프 경영전문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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