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자동차 산업 뒤흔든 ‘모빌리티’ 패러다임
미래차 시장 선점하려면 시스템 필요해
미래모빌리티부 신설해 정책 강화해야

전기차, 수소차, 자율주행차…. 자동차와 최첨단 기술이 만나면서 산업의 패러다임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를 아우르는 ‘모빌리티(Mobility)’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개화開花하기 시작한 모빌리티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려면 국가적 차원의 지원과 트렌드에 걸맞은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름과 달리 그동안 자동차 · 교통 등 모빌리티 분야는 뒷전이었던 국토교통부의 개편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모빌리티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사진=메르세데스-벤츠 제공]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모빌리티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사진=메르세데스-벤츠 제공]

지난 9일 치러진 제20대 대통령선거는 초박빙(0.78%포인트 차이)이었다. 그만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국민통합이라는 대명제를 달성해야 할 과제를 떠안았다. 새 정부의 출범을 준비하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인수위를 통해 윤 당선인은 국정 운영을 위한 여러 안건을 정리한 후 세밀하고 치밀하게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이를 통해 통합의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할 것이다. 이 지점에서 필자도 윤 당선인에게 한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자동차 산업을 다른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거다. 바야흐로 전기차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130여년의 역사를 가진 내연기관차는 자동차 산업의 중심에서 비켜서고 있다. 이로 인해 자동차 관련 기업과 일자리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국가 경제를 이끄는 기간산업인 만큼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현재 상황에 발빠르게 대처해야 미래 먹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새 정부는 어떻게 자동차 정책을 수립해 나가야 할까. 필자는 ‘자동차산업청’과 같은 전담 부처를 먼저 설치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이를테면 현재의 국토교통부를 크게 개편하자는 거다.

1960~1970년대 우리나라의 정책은 아파트 건설, 도로 설치 등 국토개발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관련 부처인 국토부도 건설 부문에 중점을 두는 경향이 컸다. 1961년 설치한 국토건설청만 해도 교통 부문에는 큰 관심을 쏟지 않았다.

국토건설청이 건설교통부로 개편되면서 비로소 지금의 국토교통부 체계가 갖춰진 건 그로부터 30여년이 훌쩍 흐른 1994년 12월에서였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국토개발과 교통을 한 부처에서 전담하는 사례는 드물다.

그나마 국토교통성을 운영하는 일본이 우리나라와 유사한 형태다. 전통적인 자동차 강국으로 꼽히는 미국과 독일은 각각 국토안보부-교통부, 국토건설부-교통부 체계로 국토개발과 교통 분야의 전담부처를 따로 두고 있다. 

단순히 하나의 부처를 둘로 나눠놓은 것에 불과해 보이지만 전담부처가 존재하느냐에 따라 실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할 때 효과는 확연히 다르다. 일례로 독일의 연방교통부는 스마트 주차장부터 교통관리를 위한 첨단시스템인 C-ITS의 구축까지 모빌리티(Mobility) 관련 제도와 인프라 구축을 주도하고 있다. 

여기서 모빌리티란 사람
 · 사물의 이동을 편리하게 하는 데 기여하는 각종 서비스와 이동수단을 뜻한다. 전기차는 물론 전동킥보드 · 전기바이크를 비롯한 퍼스널 모빌리티(PM · Personal Mobility), 물류 · 운송을 위한 자율주행 트럭 등이 모빌리티에 속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실시간 차량 대여 서비스, 자율주행을 위한 각종 시스템도 모빌리티의 일종이다. 쉽게 말해 이동을 위한 하드웨어와 이를 뒷받침하는 소프트웨어를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 바로 모빌리티다.   

이렇듯 전기차의 대중화와 함께 자동차의 개념이 모빌리티로 확장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나라도 독일처럼 글로벌 패러다임을 좇아야 한다. 폭스바겐 · 제너럴모터스(GM) 등 완성차 제조사를 비롯해 애플 · 구글을 포함한 글로벌 IT기업까지 모빌리티 분야에 투자하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서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토부는 아직까지 교통보다는 국토, 달리 말해 부동산 문제에 특화돼 있다. 부동산은 국가경제뿐만 아니라 국민의 살림살이와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국토부 같은 전담부처가 필요한 건 맞다. 역대 정부가 국토부 장관에 부동산 전문가를 투입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국토부 정작 교통은 뒷전 

문제는 정부가 우선순위로 여기는 부동산 문제조차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자동차
 · 교통과 같은 모빌리티 분야는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란 점이다. 가령, 자율주행을 위한 디지털 고속도로 등 인프라 구축 분야만 해도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그럼에도 현실은 이렇게 방대하고 중요한 모빌리티 분야를 국토부의 일부 조직이 담당하고 있는 처지다. 글로벌 트렌드는 빠르게 바뀌는데 우리나라 정부는 아직 시대착오적인 형태에 머물러 있는 거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지난 수십년간 규제 일변도의 포지티브(positive) 정책을 고수했다. 신기술을 활용한 사업자에 한해 일시적으로 규제를 면제해주는 ‘규제 샌드박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새로운 모빌리티 사업자가 진입하기는 여전히 어려운 환경이다.[※참고: 포지티브(positive) 규제란 법률과 정책에서 허용하는 항목 이외의 것은 모두 허용하지 않는 방식의 규제를 의미한다.]

모빌리티 시대를 준비하려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부 조직의 개편부터 이뤄져야 한다. 사진은 독일 연방교통국.[사진=bmvi 제공]
모빌리티 시대를 준비하려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부 조직의 개편부터 이뤄져야 한다. 사진은 독일 연방교통국.[사진=bmvi 제공]

자, 어떤가. 이제는 시대에 맞게 모빌리티를 전담하는 조직 개편부터 해야 할 시점이지 않은가. 이를 위해 기존의 국토부에서 ‘국토’와 ‘교통’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 대신 부동산 등 국토개발을 전담하는 ‘국토주택부’와 교통을 비롯한 모빌리티 분야를 아우르는 ‘미래모빌리티부’를 새로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해보면 어떨까.  

미래모빌리티부 설립 필요해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자동차 분야와 유관한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일부 조직을 떼어내 미래모빌리티부 산하의 자동차산업청으로 통합해도 좋을 것 같다. 모빌리티 산업은 최첨단 과학기술의 각축장일뿐더러 기술의 실용화를 위해서는 신속하게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하기 때문이다.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키는 새 정부가 잡고 있다. 대선 레이스에서 국민 앞에 펼쳐 놓은 공약을 효율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선 정부 조직부터 합리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모빌리티 산업을 국가 주력산업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조직과 시스템이 탄탄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측면에서 국토부의 조직 개편은 선택이 아닌 필수일지 모른다.


글=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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