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퍼스널 모빌리티 보급 늘었지만
관련 규정 아직도 제자리걸음
현실성 있는 규정 마련 시급해

거리를 다니다 보면 전동킥보드나 전기자전거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퍼스널 모빌리티(PM)가 우리 생활 속에 녹아들고 있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새로운 문화가 한 사회에 정착하기 위해선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PM도 마찬가지다. 보행자와의 충돌, 고속도로 이용 등 PM 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안전문제를 해소할 방안이 필요하지만 대책 마련은 요원해 보인다. 무엇보다 법과 현장의 간극을 메우는 게 숙제다. 

신속함과 간편함이 강점인 퍼스널 모빌리티가 새로운 이동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신속함과 간편함이 강점인 퍼스널 모빌리티가 새로운 이동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최근 퍼스널 모빌리티(PMㆍPersonal Mo bility)가 각광받고 있다. PM은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Last Mile Mobility)’의 일종으로 차를 이용하기에는 가깝고, 걸어가기에는 먼 거리를 이동할 때 사용하는 이동수단이다. PM의 종류에는 요즘 국내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전동킥보드를 비롯해 전동스쿠터, 전기자전거 등이 있다. 

이미 수년 전부터 PM을 보급한 미국과 유럽에서는 PM의 일반 자동차 대체율이 20%에 이른다. 배출가스가 없어서 친환경적인 데다가, 휴대성이 좋아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과 연계해 사용할 수 있어서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PM을 도입한 초기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제도적인 보완을 통해 PM을 안정적인 교통수단으로 정착시킬 수 있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PM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시점은 불과 3년 전이다. 하지만 지난 3년간 PM이 보행자와 자동차 운전자들의 안전을 위협하면서 시민들의 불편과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전동킥보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사실 전동킥보드는 구조적으로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바퀴의 구경口徑이 작아서 속도 제어가 어렵기 때문에 충돌이 발생하면 완화 작용이 떨어진다. 아울러 전동킥보드는 서서 운행하는 만큼 무게중심이 높아서 좌우로 방향을 전환할 때 회전 각도가 크다. 운전에 미숙한 이용자라면 그만큼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더 높다.

실제로 PM으로 인한 각종 안전사고는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2020년 기준 PM 이용자가 가해 운전자(과실 비율이 더 높은 경우)로 분류된 교통사고는 897건으로 2년 전(2018년 225건)보다 4배 증가했다. PM과 보행자 간 사고는 304건으로 2018년(61건)과 비교해 5배 급증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PM 관련 규정을 마련하는 데에 애를 먹고 있다. 지난 3년 간 3차례에 걸쳐 관련 법률을 개정했지만 아직도 제대로 된 규정이 현장에 정착하지 못했다. 

특히 전동킥보드는 분류 기준을 정하는 것부터 문제였다. 처음에는 ‘전동자전거’로 간주해 관련법 제정을 추진하더니, 그다음엔 ‘일반 자전거’에 넣어버렸다. 그러다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자 지난 5월부터는 전동킥보드를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해 관련 규정을 마련했다. 

지난 5월 13일부터 시행한 개정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PM의 최고속도는 시속 25㎞, 중량은 30㎏ 미만이어야 한다. PM을 이용하려면 원동기 또는 그 이상(제1종 보통, 제2종 소형ㆍ보통)의 면허가 필요하다. 주행할 때는 반드시 헬멧 등의 안전장비를 착용해야 하고 2인 이상 탑승할 수 없다. 

하지만 PM 이용자들은 개정 도로교통법이 되레 현실과 동떨어진다고 지적한다. PM의 장점은 짧은 거리를 빠르고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인데, 이를 위해 면허를 따고 매일 헬멧까지 챙겨 다니기는 번거롭다는 거다. 이용 요건이 강화되면서 ‘신속함’ ‘간편함’이라는 PM의 매력이 반감된 셈이다. 이로 인해 PM 이용자 수도 급감하면서 성장세에 있던 PM 시장도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다. 

그렇다고 규정이 잘 지켜지는 것도 아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PM 법규를 알고도 준수하지 않는 이용자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PM 이용자 중 ‘안전모 착용 의무를 알고 있다’는 응답자는 75.4%였지만 실제 안전모 착용률은 26.3%에 불과했다.

‘자전거도로나 길의 가장자리 구역에서 주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대답한 응답자도 75.4%였는데, 실제 주행도로 준수율은 39.5%에 그쳤다. 법과 현실의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국회에서 PM과 관련한 정책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세미나에선 안전규정 강화, PM 시장 활성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대책을 논의했는데, 여기서 나온 의견들을 토대로 올해 말까지 최종 개편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PM 관리규정 빨리 만들어야

일단 1차 개편안에는 전동킥보드의 속도 기준을 시속 25㎞ 미만에서 20㎞ 미만으로 낮추고, 헬멧 착용도 연령에 따라 의무 착용(미성년자)과 권고 착용(성인)으로 분류하는 방안을 담았다. PM 면허도 따로 신설하기로 협의했다. 

아울러 전동킥보드의 작은 바퀴로 인한 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구경의 규격에도 제한을 두기로 했다. PM 사업자의 책임보험 가입과 대여 사업자의 지자체 등록도 의무화할 방침이다.  

필자는 수년 전부터 PM 전용 관리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기존의 제도를 점검하고 다시 정비할 수 있어서 다행으로 여긴다. 다가오는 연말 완성할 최종 개편안이 ‘한국형 PM 문화’를 만들어 가는 시발점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제도적 토대만 뒷받침한다면 미국과 유럽처럼 우리나라도 PM이 보편적인 이동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글 =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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