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 배달앱과 다른 길 걸을까
소상공인 광고수익 매출의 99.2%
과금 방식 바꾼 후 소상공인과 갈등 조짐

# 소상공인과 필연적으로 엮일 수밖에 없는 플랫폼이 있다. 대표적인 게 배달앱이다.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음식점과 소비자를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받기 때문이다.

# 그런데 배달앱과 비슷한 방식으로 수익을 올리는 플랫폼이 또 있다. 흥미롭게도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이다. 당근마켓의 주요 수익원은 ‘중고거래’가 아닌 소상공인들로부터 벌어들이는 ‘광고매출’이다. 매출 비중은 99.2%로 절대적이다. 


# 그럼 최근 과도한 수수료 인상으로 소상공인의 지탄을 받고 있는 배달앱과 달리 당근마켓은 소상공인과 상생하는 플랫폼이 될 수 있을까. 전망은 그렇게 긍정적이지 않다.

지역 기반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의 비즈니스 모델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광고 매출이다.[사진=뉴시스]
지역 기반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의 비즈니스 모델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광고 매출이다.[사진=뉴시스]

“혹시 당근이세요?” 요즘 동네 곳곳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지역 기반의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이 시장에 안착하면서 이용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2015년 론칭한 당근마켓에선 지난해 1억5500만건의 중고거래가 이뤄졌다. 당근마켓이 중고거래의 대세로 떠오른 건 중고거래의 고질병으로 꼽히던 ‘낮은 신뢰도’를 일정 부분 해결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역 기반 중고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은 이용자가 자신의 동네를 설정하고 동네 주민에게 직접 물건을 판매하거나 구매한다. 그러다보니 사기 피해 확률이 자연스럽게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슬세권(슬리퍼+세권)’이 떠오른 것도 당근마켓의 신뢰도 향상에 한몫했다. 당근마켓을 통한 거래를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이용자들이 부쩍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러자 당근마켓의 가치도 껑충 뛰어올랐다. 지난해 8월 1789억원 규모의 시리즈D 투자를 유치한 당근마켓은 누적 투자금액 2270억원을 기록했다. 투자 과정에서 당근마켓은 3조원대 기업가치를 평가받기도 했다. 대기업 신세계(시가총액 2조5000억원), 롯데쇼핑(2조7000억원)보다 높은 몸값을 인정받은 셈이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당근마켓이 정작 중고거래로 돈을 버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당근마켓은 이용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 역할만 할 뿐 중개수수료는 받지 않는다. 올 2월 중고거래 시 이용할 수 있는 간편결제 시스템 ‘당근페이’를 전국으로 확대했지만 이 역시 이용자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당근마켓의 주요 수익원은 무엇일까. 흥미롭게도 지역 소상공인이다. 지난해 당근마켓은 매출 256억원을 올렸다. 전년(117억원)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수치인데, 그중 99.2%(254억원)가 광고 수익에서 발생했다.[※참고: 당근마켓의 매출과 달리 영업이익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데, 이 문제는 후술했다.] 

당근마켓은 지역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광고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다. 이용자가 올린 중고거래 게시물 사이사이에 배치돼 있는 ‘지역광고’가 그것이다. 지역 소상공인은 자신의 프로필(비즈프로필) 페이지를 만들어 상품이나 서비스를 소개할 수 있다. 아울러 원하는 지역을 설정해 해당 지역 이용자에게 노출할 수 있다. 광고비는 이용자가 광고를 클릭할 때마다 부과된다. 현재 37만명이 ‘비즈프로필’을 만들었고, 이중 5분의 1가량이 광고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당근마켓의 실제 먹거리가 중고거래가 아닌 셈이다. 

그래서인지 당근마켓은 ‘탈脫 중고거래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에 그치지 않고 ‘국내 대표 지역생활 커뮤니티’가 되겠다는 거다. 문제는 이 플랜이 자칫 소상공인과의 ‘갈등 모델’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당근마켓은 최근 ‘지역광고’의 광고비 부과 방식을 변경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당근마켓은 최근 ‘지역광고’의 광고비 부과 방식을 변경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일례로 당근마켓은 지난 2월 지역광고의 광고비 과금課金 방식을 변경했는데,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제법 거세다. 지역광고를 이용 중인 한 소상공인은 “당근마켓이 기존엔 광고 ‘노출 횟수’에 따라 광고비를 과금했는데 최근 ‘클릭당’ 과금 방식으로 변경해 사실상 요금을 인상했다”면서 “같은 돈을 지불하고도 광고 효과는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상인의 말처럼 당근마켓은 그동안 지역광고를 노출해주고 노출 횟수에 따른 광고비를 받았다. 단가는 1회 노출당 3~5원가량이었다. 하지만 과금 방식을 바꾼 2월 23일부턴 1회 ‘클릭당’ 최소 100원을 과금하고 있다. 더구나 지역마다 광고 단가를 다르게 책정해 일부 지역에선 클릭당 광고비가 150원에 달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참고: 지역광고는 소상공인이 원하는 만큼 ‘광고캐시’를 충전한 후 이용할 수 있다. 이용자가 광고를 클릭할 때마다 충전된 광고캐시를 차감하는 방식이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이전보다 효율적인 과금 방식으로 개편한 것”이라면서 말을 이었다. “이용자가 실제 광고에 관심을 갖고 클릭하는 건에만 광고비를 과금하는 것으로 바꾼 것이다. 광고주(소상공인) 입장에서도 더욱 효율적으로 광고비를 집행할 수 있다.” 하지만 소상공인의 주장은 다르다. 소상공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체감상 광고비가 10배는 오른 것 같다”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당근마켓이 소상공인을 통해 수익성 개선에 나서는 것 아니냐” 등의 볼멘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참고: 당근마켓은 지난해 영업적자 352억원을 기록했다. 광고비·인건비 지출 등이 가파르게 늘면서 적자가 전년(133억원) 대비 164.6% 커졌다.]

“소상공인과 상생하는 플랫폼이 되겠다”는 기치로 출범한 플랫폼 중엔 소상공인과 갈등을 빚는 곳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게 ‘배달앱’ 플랫폼이다. ‘지역생활 커뮤니티’를 지향하는 당근마켓에 우려의 시선이 쏠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참고: 당근마켓의 또다른 비즈니스 모델인 ‘로컬커머스’ 역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판매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다. 현재 시범 운영 중으로 지난해 로컬커머스를 통한 수수료 수익은 1000만원을 기록했다.] 

서용구 숙명여대(경영학) 교수는 “당근마켓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지역사회를 활성화하는 긍정적 역할을 한 게 사실이다”면서 “하지만 당근마켓의 주 수익원이자 광고주인 소상공인은 수수료 등에 민감한 만큼 적정하고 합리적인 가격 정책을 쓰지 않으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당근마켓은 소상공인과 상생하는 ‘찐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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