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직장인의 재무설계
여유자금 충분할 때 저축 힘써야

취직에 성공한 이후에도 부모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받는 젊은이들이 더러 있다. 집·결혼 등 혼자선 어찌할 수 없는 재무 이벤트 때문일 텐데, 부모에게도 큰 부담이므로 가능한 한 빨리 갚아야 한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도 전세금 마련을 위해 부모에게 큰돈을 빌렸지만, 나쁜 소비습관 때문에 갚을 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가계부엔 무엇이 잘못돼 있을까.

부모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면 이를 활용해 더 적극적으로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부모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면 이를 활용해 더 적극적으로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젊은이들이 한국에서 내집을 마련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구친 지 오래여서다. 그래서인지 ‘내집 갖기’를 포기하지 않은 이들은 필사적으로 방법을 찾는다.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이지훈(가명·28)씨는 ‘6년 안에 내집 마련하기’가 목표다. 부동산으로 자산을 운용하는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이씨도 평소에 부동산에 관심이 많았는데, 2년 전 취직에 성공한 뒤로 하루빨리 집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를 위해 주식도 시작했다. 이씨는 시드머니 330만원을 모아 수익성이 좋다는 비상장기업에 돈을 넣었다. 하지만 비상장기업은 재테크 초보자가 다루기엔 위험한 투자방식이다. 상장기업보다 매수가격이 저렴하고 드라마틱한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크다. 이씨도 투자한 지 며칠 만에 원금의 10%를 잃는 ‘쓴맛’을 봤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이씨는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까.


Q1 지출구조

이씨는 출퇴근 시간을 아끼기 위해 회사 근처에 작은 전셋집(전세가격 5000만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전세자금 중 2000만원을 부모님으로부터 지원받으면서 “지출을 아껴서 전세자금을 매월 갚아가겠다”고 약속한 터라, 지금부터 가계부를 잘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이씨의 말과 다르게 그의 가계부 이곳저곳에선 돈이 줄줄 새고 있다. 이씨의 가계부를 펼쳐보자.

월소득은 330만원이다. 인터넷·TV·스마트폰 요금제 등을 합한 통신비로 매월 15만원을 지출한다. 공과금은 10만원을 내고, 교통비·유류비는 30만원이다. 식비를 포함한 생활비는 65만원씩 지출한다. 용돈은 10만원으로 적은 편이다. 여기까진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운동과 연극·뮤지컬을 좋아하는 이씨는 건강·문화비에만 70만원을 쓴다.

각종 세금·의류비·경조사비·여행비 등을 포함한 비정기지출은 연간 560만원으로, 월평균 47만원씩 지출한다. 보험료는 10만원이다. 가장 큰 지출은 신용카드 할부금으로 무려 200만원(할부기간 두달·월 100만원)에 달한다. 금융상품으론 청약저축(10만원)이 유일하다. 이를 모두 계산하면 이씨의 지출은 총 367만원이다. 월 37만원씩 적자를 보는 셈이다. 여기에 거치식으로 비상장회사에 넣어둔 주식 300만원을 보유 자산으로 계산했다.

Q2 문제점

집을 마련하는 데 있어 이씨는 남들보다 훨씬 유리한 출발선에 서 있다. 부모님의 전세금 지원 덕분에 월세가 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씨는 이런 좋은 환경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신용카드 할부금이 100만원씩 나오는 건 좋지 않은 신호다. 이는 이씨가 취업 후 지인들과 잦은 술자리와 외식을 가진 탓인데, 이대로 두면 나쁜 소비습관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 건강·문화비(70만원)도 조금 줄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씨가 저축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마이너스 요소다. 이 상태론 부모님이 빌려준 전세자금을 갚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Q3 해결점

집을 살 땐 주택담보대출을 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경우 적게는 2억원에서 많게는 5억원가량의 대출금을 수십년에 걸쳐 갚게 된다. 상황마다 다르겠지만 32년 상환에 3.2% 이율을 적용한다고 가정하면 월 상환금액은 최소 83만원에서 최대 208만원까지 늘어난다.

그렇다면 이씨도 적어도 월 90만원 이상은 돈을 모아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씨는 주식으로 원금을 불리는 방식을 택했지만 그보다는 저축액을 늘리는 게 가장 안전한 길이다. 따라서 지출을 크게 줄이고 저축액을 늘리되, 안전성에 무게를 두기로 했다.

일단 비상장기업 주식을 전부 매도해 300만원을 확보했다. 그중 200만원으로 신용카드 할부금(200만원)을 전부 갚았다. 따라서 월 100만원씩 두달간 내야 했던 신용카드 할부금이 ‘제로’가 된다. 더 이상의 카드 사용을 막기 위해 이씨는 술자리와 외식 횟수를 크게 줄이기로 했다.


건강·문화비(70만원)도 줄일 필요가 있다. 이씨는 뮤지컬과 영화 보는 횟수를 줄여 70만원에서 32만원으로 38만원 절약하기로 했다. 이씨가 가입해놓고 이용하지 않았던 OTT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는 방식으로 취미생활을 대체하기로 했다. 보험료도 불필요한 보장항목을 조금 조정해 10만원에서 8만원으로 2만원 줄였다. 여기에 적자 37만원을 빼면 이씨가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은 총 103만원이 되는 셈이다.

이제 저축액을 늘려보자. 먼저 이씨의 내집 마련을 위한 자금으로 월 60만원씩 적금하기로 했다. 만기 때마다 부모님이 빌려준 전세자금(2000만원)을 갚는 데 쓰고, 전부 갚은 이후엔 내집 마련을 위한 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안전성을 중시함과 동시에 수익성도 어느 정도 확보해야 하므로 적립식 펀드에도 20만원씩 납입한다. 배당주 펀드의 비중을 높여 수익성보다는 안전성에 중점을 두도록 펀드를 구성했다. 주식에도 13만원씩 할애했는데, 마찬가지로 안전성을 중시해 우량주 위주로 매월 2주씩 매입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개인연금(10만원)도 새로 가입했다. 노후 준비는 빠를수록 좋은데, 20대 때부터 시작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남들보다 일찍 개인연금에 가입한 이씨로선 좀 더 여유가 있는 노후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재무설계를 통해 조정한 지출 습관을 얼마나 오래 유지하느냐다. 모든 건 이씨의 마음에 달렸다.

글=천눈이 한국경제교육원㈜ PB 팀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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