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여지책으로 가격 올린 영화관
코로나19 방역조치 완화했지만
소비자 붙잡으려면 유인책 필요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로 영화관을 찾는 관객이 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탓에 시름시름 앓아온 영화관으로선 실적을 낼 만한 찬스입니다만, 문제가 있습니다. 티켓값 인상, 영화관 근무 인원 축소 등 적자를 줄이기 위해 냈던 방안들이 되레 관객을 모으는 데 장애물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악순환에 빠진 영화관의 현주소를 취재했습니다.

영화관 산업이 수년째 적자의 늪에서 헤매고 있다.[사진=뉴시스]
영화관 산업이 수년째 적자의 늪에서 헤매고 있다.[사진=뉴시스]

영화관이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았습니다. 5월 4일 개봉한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개봉 5일 만에 누적 관객 수 349만명(영화진흥위원회·5월 9일 기준)을 기록한 건 대표적 사례입니다. 이 영화를 개봉한 시기가 어린이날 전날이었다는 점도 인기몰이에 도움을 줬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지 않았다면 이런 흥행은 불가능했을 겁니다.

실제로 영화산업은 코로나19 국면에서 어려운 시기를 보냈습니다. 밀폐된 공간에 수백명이 들어가야 하는 영화관의 공간적 특성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정면으로 부딪힐 수밖에 없었죠. 영화관은 부랴부랴 ‘한칸 띄어 앉기’ 캠페인 등을 실시하면서 관객 잡기에 나섰지만 무용지물이었습니다. 관객은 발걸음을 뚝 끊었고, 업체의 실적은 곤두박질쳤습니다.

업계 1위 CJ CGV의 사례를 살펴보시죠.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하기 직전인 2019년 이 회사의 매출은 1조463억원이었지만 이듬해 3257억원으로 크게 줄었습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52억원에서 -2036억원으로 적자 전환했습니다.

그러자 기업들은 인력을 감축하고, 상영관 수를 줄이면서 대응했습니다. CJ CGV는 2020년 10월 “3년 안에 전국 119개 직영점 수를 30% 줄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롯데시네마도 같은 해 11월 “향후 2년간 전국 20여개 직영점 문을 닫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영화관 산업에 드리운 먹구름은 좀처럼 가시질 않았습니다. CGV(16 35억원), 롯데시네마(1212억원), 메가박스(683억원) 모두 지난해 영업적자의 늪에서 허우적거렸습니다. 이 때문이었을까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영화관 티켓값이 몰라보게 비싸졌습니다. CJ CGV는 2020년 10월 1만원(이하 평일 기준)이던 티켓값을 1만2000원으로 2000원 인상했습니다.

한번 가격을 건드리자, 티켓값은 빠른 속도로 비싸졌습니다. CJ CGV는 2021년 4월 1000원, 올 4월 또다시 1000원을 인상해 티켓값은 1만4000원이 됐습니다. CJ CGV 관계자는 “생존을 위해 불가피하게 가격을 인상해야 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참고: 비슷한 시기에 가격을 인상했던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의 티켓값은 현재 1만3000원입니다. 두 영화관은 아직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CJ CGV가 가격을 선제적으로 인상한 만큼 따라서 올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영화관 산업이 보릿고개를 겪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티켓값을 끌어올린 영화관의 결정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순 있습니다. 문제는 이 자구책이 ‘악순환의 고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영화산업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요즘 영화 한편은 OTT 구독료의 2배 가까이 된다”면서 “가격 인상이 되레 소비자들의 반발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영화관이 영화에만 얽매여 있어선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박근수 인천대(공연예술학부) 교수는 “코로나19로 영화산업이 침체해 볼만한 영화가 줄고 있는 것도 영화관이 처한 어려움 중 하나”라면서 “영화 외에 원격 뮤지컬, 연극 등 관객들의 발걸음을 돌릴 수 있는 다양한 유인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관객들 사이에서 “티켓값을 끌어올렸지만 영화관 서비스는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영화관이 당면한 문제입니다.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인원을 감축했던 게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기자가 5월 6일 영화를 보기 위해 찾았던 CGV 부천옥길점엔 직원이 단 한명도 보이질 않았습니다. 카운터는 물론이고 표를 검수하는 직원도 없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온 뒤에야 카운터에서 주차 안내를 돕는 직원을 볼 수 있었습니다.

CJ CGV 관계자는 “상영관에 ‘스마트시트’ 도입을 적극 늘리고 있다”면서 “이 기술 덕분에 예매되지 않는 좌석은 시트가 내려가지 않으므로 일일이 표 검수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영화관의 서비스는 안내, 표 검수 등에 국한된 게 아닙니다. 화재 등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것도 서비스의 중요한 축입니다. 행여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이를 빠르게 대처할 직원이 부족하다면 더 큰 화를 입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관 직원들 사이에서도 같은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며칠 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영화관 직원이 “지금 시킨 그 팝콘은 직원들의 수명을 갉아 내 드린 것”이란 제목으로 쓴 글은 의미심장하기까지 합니다.

그 내용을 보실까요? “예전엔 6~7명이서 3교대 근무하던 것을 지금은 직원 3명이 해내고 있다. 심지어 직원 1명이 개점·마감을 할 때도 있다. 어떤 사건 사고가 터져도 지금 인력 수준으론 해결할 수 없다.”

그렇다면 모처럼 활기를 되찾고 있는 영화관들은 이 기세를 이어나가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방법은 간단합니다. 직원 수를 늘리고, 티켓값을 내리면 됩니다.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닙니다. 영화관 업체 3곳은 여전히 적자의 늪을 헤매고 있습니다. 직원을 늘리는 것도, 가격을 내리는 것도 ‘적기適期’가 아니라고 판단할 공산이 큽니다.

메가박스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전 산업에서 인력을 구하고 있는 상황이라 인력을 확충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티켓값을 인상한 건 경영난이라는 이유 외에 물가 변동 등의 요소도 고려했기 때문에 아직은 내릴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심야 시간에 방문한 CGV 부천옥길점엔 직원이 1명도 보이지 않았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심야 시간에 방문한 CGV 부천옥길점엔 직원이 1명도 보이지 않았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영화관에 이번 거리두기 해제는 한줄기 ‘빛’과 같습니다.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6월 개봉)’ ‘토르: 러브 앤 썬더(7월)’ ‘아바타2(12월)’ 등 누구나 알 만한 흥행 기대작들이 올해 개봉되는 것도 희소식입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비싼 티켓값과 기대에 못 미치는 서비스로는 여전히 영화관 가기를 망설이는 관객들의 마음을 바꾸기 어려울 공산이 큽니다.

허경옥 성신여대(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 교수는 “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건 어떤 산업이든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라면서 “거리두기 해제로 갈 곳이 많아진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서비스 품질과 가격 만족도를 높이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꼬집었습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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