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 ‘닥치고 창업’ 비판 많아
그들이 갈 곳 있는지 성찰 필요
‘닥치고 비판’ 말고 해법 찾아야

# 청년고용률 46.6%이하 (4월 기준). 청년실업률 7.4%. 구직 활동을 하지 않고 그냥 쉬는 20~30대 총 63만7000명. 높아진 취업 문턱에 청년들은 일할 기회를 잃고 있다.

# 그런 청년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창업이다. 그중에서도 큰돈 들이지 않고 할수 있는 게 바로 커피전문점 창업이다. 자기만의 개성을 살린 커피전문점은 입소문을 타면 이내 핫플레이스가 되기도 한다.

# 누군가는 이를 두고 이렇게 꼬집는다. “분명 다른 방법도 있을 텐데 고민이 부족하다.” “취업이 안 되니 손쉬운 창업에만 뛰어든다.” 

# 하지만 그 누군가는 이런 질문을 스스로 던져봤을까. “커피전문점에 뛰어든 젊은층이 가파르게 늘어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더스쿠프가 몇걸음만 떼도 만날 수 있는 커피전문점을 다른 시각으로 들여다봤다. 그 속엔 좁아질 대로 좁아진 고용시장과 젊은층의 고민이 숨어 있었다.

커피전문점은 소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해 청년들이 선호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커피전문점은 소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해 청년들이 선호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이정운(가명)씨는 지난 2월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작은 커피전문점을 열었다. 아내와 함께 운영하는 이곳에선 커피와 차,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디저트를 판다.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지역인 데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손님의 발걸음이 뜸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씨에겐 이 가게가 무척이나 소중하다. 지난해 12월 계약을 하고 두달간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하게 챙기며 오픈한 것도 있지만 한번의 아픈 경험을 했던 터라 더 그렇다. 

이씨는 이곳에 오기 전 옆 동네 상수동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했다. 비싼 권리금을 내고 들어갔지만 코로나19의 파도를 넘지 못한 채 문을 닫아야만 했다. 나올 땐 권리금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다시 일어설 곳을 찾던 중 이곳을 알게 됐다. 

무엇보다 권리금이 없다는 점이 이씨의 마음을 흔들었다. 인근에 하나둘 커피전문점이 생겨 마음이 급해질 법도 한데, 이씨는 걱정보다 기대가 앞선다. “서서히 상권이 살아난다는 시그널이겠죠. 저도 다시 일어서야죠.”

# 작은 골목길 안. 뚝딱뚝딱 공사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얼마 후 새 커피전문점이 문을 열었다. 플라워카페가 있던 자리, 디저트 카페 콘셉트의 커피전문점이었다. 오재인(가명)씨는 이곳에서 하루종일 손님을 맞는다. 오픈한 지 두달밖에 안 됐지만 벌써 단골도 생겼다. “이 인근에 커피전문점이 꽤 많죠? 생기는 만큼 없어지는 곳도 많더라고요. 자리만 잘 잡으면 괜찮다는데, 자리 잡기가 쉽지 않을 거 같아요.”

서울 마포구 서교동 일대엔 크고 작은 커피전문점들이 많다. 대로변은 물론 잘 보이지 않은 골목 안쪽에도 커피전문점이 들어서 있다. 홍대 맛집으로 통하는 횟집 ‘바다회사랑’을 기준으로 반경 1㎞ 내에 둥지를 튼 커피전문점만 598개에 이른다. 그중엔 이씨처럼 몇번의 실패를 거쳐 이곳에 온 사람이 있는가 하면, 건물주가 운영하는 가게도 있다.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이곳에 둥지를 튼 커피전문점을 볼 때면 문득문득 이런 물음표가 붙는다. “장사는 될까?” 실제로 이곳은 오가는 사람이 많지 않다. 범홍대 상권이긴 하지만 주거지역이면서 작은 사무실들이 밀집해 있는 곳이어서다. 그런데 왜 이런 곳에서 너나 할 것 없이 커피전문점을 하려는 걸까. 

사실 커피전문점은 여기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도 많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커피전문점은 7만개를 돌파했다.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한 청년들이 커피전문점으로 몰리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거다. 과거엔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들이 많았지만 최근엔 개인브랜드 창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건 또 다른 특징이다. 왜일까. 

서용구 숙명여대(경영학) 교수는 여기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가뜩이나 취업이 어려운 데 코로나19로 청년들에게 주어지던 기회는 더 줄어들었습니다. 지방에 양질의 일자리들이 있긴 하지만 청년들은 생활터전을 옮기려 하지 않아요. 여기에 서비스 직종을 선호하는 젊은층의 경향까지 더해지면서 청년들의 커피전문점 창업이 줄을 잇고 있는 겁니다.” 

프랜차이즈가 아닌 개인브랜드 창업이 많은 건 개성이 강한 MZ세대의 성향이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서 교수는 덧붙였다. “MZ세대는 자아를 실현해서 자기만의 사업을 하고 싶어 합니다. 코로나19로 공실이 많이 생겼고, 그로 인해 임대료가 다소 하락했다는 점이 그들의 창업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커피전문점 창업’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서 교수의 말처럼 홍대·합정 상권은 1분기를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4.3%였던 공실률이 올해 16.7%까지 치솟았다. 반면 임대료는 1㎡ 기준 5만9000원에서 5만6900원으로 소폭 내려앉았다. 상권이 붕괴하면서 권리금 없는 상가도 많이 나오고 있다. 누군가에겐 위기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기회가 되고 있는 거다. 앞서 이씨도 이를 기회로 삼아 상수동에서 서교동으로 둥지를 옮겼다.

이성훈 세종대(경영학) 교수는 진입장벽이 낮은 것도 커피전문점 창업이 증가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데다, 창업에 필요한 비용도 상대적으로 덜 부담스럽다는 거다. “커피전문점은 저가 창업, 또는 소규모 창업이 가능합니다. 프랜차이즈는 적게는 몇천에서 많게는 몇억까지 필요하지만 개인 창업은 그렇지 않죠.”

자, 파리바게뜨 가맹점을 연다고 가정해보자.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된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파리바게뜨 가맹점 사업자는 가입비 1430만원에 교육비 275만원, 보증금 2000만원, 기타비용 2억7540만원 등 총 3억1245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여기에 8900만원의 인테리어 비용도 든다. 못해도 4억원은 있어야 파리바게뜨 가맹점을 열 수 있다는 얘기다. 


“더이상 매장 열 곳이 없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최근 급성장한 메가커피는 어떨까. 메가커피는 가입비는 없지만 교육비 330만원, 보증금 200만원, 기타비용 5159만원 등 총 5689만원의 부담금이 발생한다. 인테리어 비용은 1265만원으로, 이것까지 더하면 메가커피 가맹점 창업에 약 7000만원이 필요하다. 

반면 업계 전문가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소규모 커피전문점을 창업하는 데 필요한 자금은 5000만원 이하다. 규격화된 프랜차이즈와 달리 발품을 팔면 창업 비용을 더 줄일 수 있다는 것도 개인 커피전문점 창업의 이점이다. 

이를 두고 누군가는 ‘젊은층이 쉽게 돈을 벌기 위해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커피전문점을 창업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쏟아지는 창업 관련 기사 속 전문가들 역시 ‘커피전문점 등 서비스업 창업보다는 기술창업을 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조언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그렇게 비판한다고 이런저런 문제들이 해결되진 않는다. 커피전문점을 창업하는 젊은층이 늘어난다고 미래가 없는 것도 아니다. 지금 필요한 건 어쩌면 ‘청년들이 왜 커피전문점 창업을 할 수밖에 없는지’를 헤아리는 것일지 모른다. 

지난해 4월 기준 전체 고용률은 62.1%다. 반면 청년고용률은 이를 한참 밑도는 46.6%다. 그들이 들어갈 수 있는 취업문은 좁아졌고, 기회는 줄어들었다. 더구나 젊은층보단 고령층의 고용률이 더 좋다는 통계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고용시장에서 밀려난 청년들이 창업시장에 뛰어들고 있다.[사진=뉴시스]
고용시장에서 밀려난 청년들이 창업시장에 뛰어들고 있다.[사진=뉴시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전체 취업자 수는 2807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86만5000명 더 늘어났다. 그중 절반에 해당하는 42만4000명이 60세 이상이고, 청년층(15~29세)은 18만6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런 고용시장의 세대 양극화는 고용 환경을 더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 

고용시장에서 밀려나는 그들의 선택지 중 하나로 창업이 대세가 됐다는 건 현재로선 부인할 수 없다. 커피전문점에 뛰어든 젊은층을 색안경을 끼고 보기 전에 우리 고용시장이 어떤지 조심스럽게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서용구 교수는 이렇게 꼬집었다. “그들이 갈 데라곤 커피전문점밖에 없는다는 건 젊은층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성찰해야 할 문제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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