섈 위 아트 | 세실리아 최 ‘소외된 예술전’

토포하우스_Cecilia Choi 맨홀 작품사진
토포하우스_Cecilia Choi 맨홀 작품사진

갤러리 토포하우스에서 세실리아 최(Cecil ia Choi) 작가의 사진 작품을 모아놓은 ‘소외된 예술전展’을 연다. 기간은 5월 18일부터 5월 24일까지다. 작가는 맨홀을 사진에 담는 등 전시명에 어울리는 작품들을 선보였다. 소외된 예술은 ‘소외된 가치’라는 말로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의미 있는 전시명이어서인지 문득 많은 생각이 떠오른다. 그중 하나는 가치의 변화와 일관성이다. 예를 들어보자. 지금은 비싼 값에 거래되곤 하는 단색화는 초창기 가격이 높지 않았다. 이런 유형의 작품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적었기 때문이다. 


최근 시각예술계에서 주목하는 민중예술 또한 마찬가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非전문가들이 그리는 그림 정도로 평가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게 어디 미술작품뿐이랴. 가치가 변하는 건 미술행사에서도 엿볼 수 있다. 올 초 부동산·주식·코인에서 수익을 얻지 못한 이들이 미술품 투자시장에 뛰어들었다. 이 때문에 올 초 기록적인 매출을 기록한 미술행사들도 숱하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미술계로 유입된 결과였다. 

토포하우스_Cecilia Choi 맨홀 작품사진
토포하우스_Cecilia Choi 맨홀 작품사진

문제는 이런 가치 변화가 영원하냐는 거다. 그렇지 않다. 가치가 갑자기 높아지면 거품이 생기고, 그 거품은 언젠가 반드시 꺼진다. 이게 시장의 섭리다. 공교롭게도 요즘 분위기가 그렇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인플레이션, 금리인상 기조 등으로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이는 미술계에 투입됐던 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갈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런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하는 미술계 관계자들도 많다. 이렇게 가치가 급변하는 시기엔 ‘일관성’이 중요하다. 모든 걸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선 한길을 꿋꿋하게 걸어가는 사람이나 기업이 안정적 성장을 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세실리아 최는 그런 작가다. 지금까지 자신만의 가치와 철학을 이야기하면서 작품을 만들어 왔다. 언급했듯 세실리아 최는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는 맨홀을 주제로 사진작품을 만드는 작가다. 

그는 작가 노트를 통해 자신이 바라보는 맨홀 작품의 세계관을 설명했다. “어느 날 내가 걷고 있는 길에서 낯선 디자인이 눈에 띄었다. 그것은 모두가 무관심하게(무심코) 밟고 지나간 돌판이었다. 그 존재감을 알아차린 후 주변을 둘러보니 많은 맨홀이 보였다. 그것은 그동안 내가 막연하게 생각하던 맨홀 뚜껑 이미지가 아니었다. 지역의 이름, 지역 형성 연도 등의 정보는 물론 그 특징을 생동감 있게 살린 다양한 디자인이 아름답게 새겨진 예술품이었다.” 

토포하우스_Cecilia Choi 맨홀 작품사진
토포하우스_Cecilia Choi 맨홀 작품사진

필자는 사진 작품을 볼 때 다른 아트보다 더 집중해서 작가 노트를 본다. 사진엔 작가의 관점이 그대로 담겨 있게 마련이어서다. 실제로 사진이란 매체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것에서 멈추지 않는다. 사진작가 역시 보이는 것을 그대로 촬영하는 것 같지만, 그 과정에서 인지하고 주목하는 지점을 잡아낸다. 세실리아 최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소외된 가치와 소외된 지점을 잡아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참고: 필자는 사진작가에게 가장 필요한 건 관점의 탁월함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필자는 잡지사의 사진작가를 저널리스트를 넘어 아티스트에 가깝다고 설명하곤 한다. 그 대표적 사례가 1854년에 창간한 영국의 사진전문잡지 브리티시 저널 오브 포토그래피(British Jour nal of Photography)다. 여기엔 저널리즘을 뛰어넘는 사진작품들이 수록돼 있다. 이 잡지에 기고하는 작가들이 전세계에서 인정을 받는 건 관점의 탁월함과 소외된 지점을 포착하는 능력이다.]

소외된 가치를 통해 남다른 관점을 얻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전시를 추천한다. 세실리아 최의 작품은 시선이 닿지 않는 곳까지 자신의 관점과 안목을 넓히고 싶은 또다른 작가들에게도 울림과 메시지를 전달해 줄 것이다. 사진계의 대가로 인정받는 로버트 카파의 명언을 떠올리며 이 글을 마친다.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은 건 충분히 다가가지 않아서다.”


김선곤 더스쿠프 미술전문기자
sungon-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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