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현의 컴플라이언스 경영
진통 끝에 자리 오른 한덕수 국무총리
인사 청문 과정에서 회전문 인사 논란
전관예우·이해충돌 등 부작용 방지 위해
회전문 인사 차단하는 엄격한 제재 필요

지난 5월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의 임명 동의안이 통과됐다. 후보 지명 후 47일 만에 총리 인준안이 가결됐다. 야당이 공직과 로펌을 오간 한 총리의 ‘회전문’ 행보를 결격 사유로 삼아 ‘임명 불가론’을 고수했던 탓이다. 중요한 건 이를 정치적 논쟁으로만 봐선 안 된다는 점이다. 회전문 인사는 공직사회의 투명성은 물론 국가의 중대한 정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새 정부에서도 어김없이 회전문 인사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사진은 한덕수 국무총리.[사진=뉴시스]
새 정부에서도 어김없이 회전문 인사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사진은 한덕수 국무총리.[사진=뉴시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덕수 국무총리의 임명 문제가 5월 20일 일단락됐다. 국회 본회의에서 총리 인준안이 가결되면서다. 여정은 험난했다. 청문회 과정에서 한 총리를 둘러싼 숱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야당이 ‘임명불가론’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한 총리의 발목을 잡았던 건 바로 ‘회전문 인사(Revolving Door)’ 문제였다. 

한 총리는 2001년부터 총리 후보로 지명되기 직전인 올 초까지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과 공직을 반복해서 오갔다. 2001년 노무현 정부 대통령비서실의 경제수석이었던 한 총리는 공직에서 물러난 뒤 김앤장의 고문으로 일했다(2002년 11월~2003년 7월). 

이후 2004년 다시 공직(노무현 정부 국무조정실장)으로 복귀한 그는 2012년까지 경제부총리, 국무총리, 주미대사(이명박 정부) 등 행정부의 주요 직위를 두루 거쳤다. 문제는 한 총리의 회전문 행보가 한번으로 그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주미대사에서 물러난 그는 한국무역협회장, 기후변화센터 이사장 등을 역임한 후 2017년 12월 다시 김앤장 고문으로 컴백했다. 보통 사람은 한바퀴도 돌기 어렵다는 회전문(공직→로펌)을 한 총리는 10여년간 두바퀴(공직→로펌→공직→로펌)나 돈 셈이다.    

한 총리의 회전문 행보가 논란이 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공직과 로펌을 오가는 과정에서 전관예우, 이해충돌,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유착 등 숱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공익을 수호해야 할 책무가 있는 공직자가 사적 이익을 대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공직자윤리법에서 4급 이상 공무원은 퇴직 후 3년간 일정 규모 이상의 로펌 등으로 직행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로펌 고문으로 일하던 퇴직공직자가 다시 공직으로 복귀할 때는 ‘민간인’이라는 이유로 취업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뒷문(일정 기간 공직자 취업 제한)은 잠가놨지만 정작 앞문을 활짝 열어놓은 셈이다.

돌고 도는 회전문 인사   

이 지점에서 혹자는 이런 주장을 제기할 수 있다. “헌법상 직업 이전의 자유가 있는 만큼 현행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면 공직자의 로펌 이직을 마냥 비난할 순 없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더욱이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ㆍ초대형 경제위기)을 예상할 만큼 대외적 변수가 많은 현시점에서 경제ㆍ외교 분야를 아우르는 퇴직 관료의 국정경험을 사장하는 건 분명 아까운 일이다.

관건은 퇴직공직자들이 로펌에서 어떤 일을 하느냐다. 이를 살펴보려면 로펌의 개념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로펌은 영어로 법을 뜻하는 단어 Law와 회사를 뜻하는 단어 Firm의 합성어다. 쉽게 말해 로펌은 법률회사다. 고객의 이익을 위해 일하고, 이를 통해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에 가깝다는 얘기다. 

기업으로서 로펌은 법률적 분야뿐만 아니라 비非법률적 분야에서 사실상 로비(lobby) 업체의 역할을 하고 있다. 로펌은 고객에게 공식적인 법률 자문은 물론 비非공식적 자문도 제공하는데, 이런 비공식적인 자문의 과정이 바로 로비나 다름없다.[※참고: 로비란 권력자들이나 이해관계자들에게 문제사항을 진정하거나 탄원하는 일련의 활동을 뜻한다.] 

그렇다면 누가 로펌의 비공식적인 자문을 담당하고 있을까. 맞다. 로펌의 고문이다. 로펌의 ‘고문’이라는 이름에서 로비스트의 그림자를 지울 수 없는 이유다. 물론 로비 자체가 반드시 부패를 유발한다거나 부작용만 낳는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로비 하면 뇌물이나 정경유착 등 부정적인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게 되는 건 한국 사회의 특수성 때문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당사자가 아닌 사람의 로비를 금지하는 유일한 국가다. 따라서 한국에는 공식적인 로비스트가 없다. 이런 측면에서 (사실상 로비스트의 역할을 하는) 로펌의 고문은 비공식적 자문이란 모호한 방식으로 법을 비껴간 ‘편법적인’ 존재인 셈이다.  

법을 다루는 로펌에서 이렇게 법망을 피해가면서까지 고위 공직자 출신의 고문을 영입하는 건 공직사회와의 긴밀한 네크워크 때문이다. 회사를 운영하는 기업가나 창업을 준비하는 사업가에게 법은 안전한 울타리인 동시에 (사업의)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경영인들은 입법권자 혹은 공직자들에게 입김을 넣어 어떻게든 규제를 완화하려는 로비 활동을 벌이게 된다.

회전문 인사를 차단하기 위한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사진=뉴시스]
회전문 인사를 차단하기 위한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사진=뉴시스]

이 과정에서 퇴직공직자 출신의 고문이 기업과 공직사회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한다. 문제는 로펌의 고문이 한 총리의 사례처럼 현직 공무원들의 상사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후배 공무원으로선 미래 자신의 상사가 될 수 있는 전관의 부탁을 무시하기는 쉽지 않다. 전임 공직자가 공공기관의 업무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면, 공직사회의 합리적이고 투명한 의사결정 시스템은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회전문 인사 엄격한 제재 필요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공직과 로펌을 오가는 회전문식 행태를 지금보다 더 엄격하게 제한할 필요가 있다. 이번 한 총리의 청문회를 계기로 정치권이나 시민사회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다. 미국처럼 로비공개법(LDAㆍLobbying Disclosure Act)을 만들어 로비스트가 누구를 만났는지 반드시 보고하고, 이를 인터넷에 공개해 누구나 알 수 있게 하자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아예 ‘회전문방지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어떤 대안을 채택하든 한가지 확실한 건 막후에서 이뤄지는 전임 공직자와 기존 공직사회 간 커넥션을 양지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거다.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대체 언제까지 회전문에서 돌고 도는 ‘올드보이’ 인사를 봐야 할지도 의문이다. 이제는 회전문을 떼어내고 새 문을 달아야 할 때다. 그 문은 업무적 능력뿐만 아니라 도덕적 능력까지 겸비한 참신한 공직자의 등용문登龍門이 돼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게 국민의 상식에 맞다.


글=장대현 한국컴플라이언스아카데미㈜ 대표
changandcompany@gmail.com | 더스쿠프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