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당❸ 미래한국당
‘반문反文’ 정책만 가득했던 정당
공천 잡음으로 처음부터 삐걱
19석 확보 후 해산

미래한국당은 선거 후 미래통합당과 합당했다. 지금의 국민의힘이다.[사진=뉴시스]
미래한국당은 선거 후 미래통합당과 합당했다. 지금의 국민의힘이다.[사진=뉴시스]

공약집 하나 내지 않은 정당. 중선위에 제출한 자료집엔 오로지 ‘반문反文’ 정책만 가득했던 정당.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의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의 이야기다. 이렇게 빈껍데기 같은 정당이었지만 2020년 21대 총선에서 무려 19석의 의석을 확보했고, 80억원이 넘는 국고보조금을 받았다. 그러자 미래한국당은 곧바로 해산 절차를 밟았다. 창당부터 해산까지 걸린 시간은 113일이었다. 

2020년 2월 5일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의 전신)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공식 출범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자 오로지 비례대표 선출만을 목표로 창당한 위성정당이었다. 


미래한국당은 자유한국당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들로 꾸려졌다. 4선 한선교 의원이 당 대표를 맡았고(이하 당시 직함) 조훈현 의원은 사무총장 자리에 앉았다. 김성찬 의원은 최고위원으로 합류했다.

이종명 의원과 정운천 의원까지 새로운보수당에서 미래한국당으로 당적을 옮기면서 ‘현역의원 5명’ 기준을 채워 5억7000만여원의 경상보조금을 배분받았다.[※참고: 미래한국당이 창당된 지 12일 만인 2020년 2월 17일 자유한국당, 새로운보수당, 미래를향한전진4.0 등 중도·보수세력이 합당해 미래통합당을 창당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미래통합당 초대 대표를 맡았다.]


모당과 위성정당의 관계였지만 둘은 처음부터 삐걱댔다. 황 대표와 한 대표가 ‘비례대표 공천’을 두고 갈등을 빚었다. 한 대표는 “황 대표가 박진·박형준 전 의원의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공천을 요구했다”고 밝혔지만, 황 대표는 “자매정당과 의견을 주고받은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공천 후보를 둘러싼 논란으로 지도부까지 일괄 사퇴하면서 곧바로 새 지도부가 꾸려졌다. 4·15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원유철·정갑윤·염동열·장석춘 의원이 미래통합당을 탈당해 미래한국당에 입당했고, 원 의원이 3월 20일 당 대표로 추대됐다.
 

이렇게 시끌벅적하게 창당한 미래한국당의 공약은 ‘빈수레’였다. 공약집도 내놓지 않았다. “미래한국당은 따로 공약이 없다. 영입하고 공천하는 비례대표 한분 한분이 그 자체로 공약이다.” 미래한국당 출범 당시 한선교 대표가 한 말인데, 미래한국당은 실제로 정책 없이 간판만 내세운 당을 자처했다. 

미래한국당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는 건 중앙선거관위에 제출한 자료집이 전부다. 미래한국당의 1~3번 공약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폐기하는 거였다. 문 정부의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을 폐기하고 ‘공수처 폐지’ 법률안을 발의하겠다고 공약했다. ‘9·19 남북군사합의서’ 등 문 정부의 안보 포기 정책도 폐기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미래한국당은 2020년 4월 15일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19석을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38개의 비례대표 정당 중 가장 많은 의석이었다. 선거보조금은 60억원 넘게 받았다. 챙길 만큼 챙긴 미래한국당은 총선이 끝난 지 두달도 지나지 않아 미래통합당과 합당하면서 해산했다. 위성정당의 탄생과 해산이 단 113일 만에 이뤄진 셈이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