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는 왜 트위터를 버렸나
단순 변심인가 용도 폐기인가
머스크 빼내야 트위터 문제 보여

# 지난 8일 트위터에 ‘참새’가 날아와 재잘거렸습니다. 참새가 물어온 소식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았습니다. “머스크가 인수를 철회하겠대.” 140자의 신화를 써 내려갔던 트위터가 굴욕을 당하는 순간이었습니다.

# 물론 다른 시각도 있습니다. 기행을 일삼는 일론 머스크가 이번에도 변덕을 부렸다는 것이죠. 하지만, 머스크의 성향을 십분 이해하더라도 트위터에 내재된 문제가 심각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정체된 이용자 수, 광고에 의존하는 수익 구조, 악명 높은 스팸 계정 등 트위터에 산적한 문제가 한두개가 아니기 때문이죠. 트위터는 어쩌다 이런 대접을 받게 된 걸까요?

일론 머크스 테슬라 CEO가 트위터 인수 계획을 전면 철회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뉴시스]
일론 머크스 테슬라 CEO가 트위터 인수 계획을 전면 철회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뉴시스]

2006년 7월은 트위터가 처음 세상에 나온 해입니다. 당시 트위터엔 단지 140자의 글자만 입력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과 동영상을 올릴 수 없으니 다소 불편하긴 했지만,그 대신 트위터는 단순함과 속도란 무기를 얻었습니다.

140자로 만들어진 트윗(tweet)은 가벼운 용량 덕분에 콘텐츠를 빠른 속도로 전송하는 게 가능했습니다. ‘새의 재잘거림’이란 트윗의 뜻처럼 말이죠. 상대방을 ‘팔로’하면 그 사람의 트윗을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는 것도 신선한 기능이었죠.


트위터가 서비스를 론칭한 지 4년 만에 가입자 1억명을 유치하는 데 성공한 건 이런 매력 덕분이었습니다. 그로부터 또 3년 뒤엔 2억명이 넘는 사람들이 트위터에 가입했죠. 물론 같은 해 가입자가 10억명을 돌파한 경쟁업체 페이스북엔 미치지 못했지만, 이만하면 ‘140자의 기적’으로 불리기 충분한 성적표였죠.[※참고: 트위터의 사진 첨부 기능은 2011년 8월에 추가됐습니다.]

하지만 최근 트위터의 분위기는 다릅니다. ‘140자의 기적’은 퇴색한 지 오래고, 얼마 전엔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 사건까지 터졌습니다. 지난 8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트위터와의 인수·합병(M&A)을 돌연 철회하면서입니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기 위해 시계추를 지난 4월로 돌려보겠습니다. 머스크는 4월 440억 달러(57조5960억원)의 금액을 제시하면서 트위터를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서 “트위터는 인류 미래에 꼭 필요한 문제들을 논하는 디지털 광장”이라면서 “새로운 기능들을 추가해 트위터를 발전시켜 나가고 싶다”며 인수 이유를 설명했죠. 4월 말 트위터가 머스크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M&A가 성사되는가 싶었는데, 머스크의 ‘M&A 철회’ 선언으로 2개월 만에 상황이 180도 바뀌었죠.

머스크는 “트위터에 스팸(가짜) 계정 비중이 너무 높은 데다 관련 자료를 성실히 제공하지 않았다”면서 철회 이유를 밝혔습니다. 머스크가 일으킨 파문 때문인지 지난 8일(금요일) 36.81달러(4만8184원)였던 트위터의 주가는 머스크의 발표 이후인 11일 32.65달러(4만2738원)로 11.3% 떨어졌습니다.

혹자는 이번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철회를 두고 “머스크가 또다시 장난을 치고 있다”고 꼬집기도 합니다. 머스크가 예전부터 ‘기행을 일삼는 CEO’로 악명이 높았기 때문이죠. 그의 기행이야 일일이 언급하기도 힘들 정도로 숱하지만, 그중 ‘도지코인 띄우기’는 변덕의 극치로 손꼽힙니다.

지난해 머스크는 트위터에 암호화폐 ‘도지코인’의 마스코트 사진을 올리고 자신을 ‘도지코인의 아버지’로 칭하는 등 도지코인을 알리는 데 앞장섰습니다. 그러던 5월 미국의 한 방송에선 돌연 “도지코인은 사기”라고 발언하면서 암호화폐 시장을 출렁이게 했죠.

어디 이뿐만인가요. 올 초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할 자료에서 자신의 직함을 최고경영자(CEO)에서 ‘테슬라의 테크노킹(기술왕)’으로 바꿔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트위터에 머스크의 기행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유야 어찌 됐든 트위터가 변덕쟁이에게 이리저리 휘둘린 건 사실이니까요. 우리가 지금 알아봐야 할 건 바로 이 대목입니다. 잘나가던 트위터는 어쩌다 이런 취급을 받게 됐을까요?

사실 트위터의 위상은 꽤 오래전부터 희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2014년 1분기 10.8%(전분기 대비)를 기록했던 트위터의 월간활성이용자(MAU·한달에 1번 이상 접속하는 이용자 수) 증가율은 6.3%(2분기)→4.8%(3분기)→1.4%(4분기)로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당시 업계에선 트위터의 성장이 멈춘 이유로 ‘글자 140자 정책’을 꼽았습니다. 소비자 트렌드가 사진과 동영상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는데도 글자 기반의 서비스를 고집한 게 트위터의 패착이었다는 겁니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트위터가 2017년 글자 수를 280자로 늘리고 사진·동영상 기능을 강화했지만 소비자의 마음을 돌려놓진 못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 1월 트위터의 MAU는 4억3600만명으로 17개 SNS 서비스 중 15위에 머물러 있습니다. 1위인 페이스북(29억1000만명)을 비롯해 유튜브(25억6200만명)·왓츠앱(20억명)·인스타그램(14억7800만명) 등과 나란히 놓고 보면 성적이 초라합니다.

이용자가 적은 탓에 실적도 크게 뒤처집니다. 트위터는 지난해 50억7748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는 같은 기간 메타(페북) 매출(1179억2900만 달러)의 20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실적이 신통치 않아서인지 ‘광고 사업’에 지나치게 의존한 것도 트위터를 더 벼랑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2020년 기준 트위터 광고 수입이 전체 매출의 90%를 차지할 정도죠.

‘140자 트윗’으로 기적을 연출한 트위터는 스팸 계정, 광고 의존성 등의 고질병을 앓고 있다.[사진=뉴시스]
‘140자 트윗’으로 기적을 연출한 트위터는 스팸 계정, 광고 의존성 등의 고질병을 앓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는 일찌감치 쇼핑·게임·메타버스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 메타와 대조적입니다. 일례로, 메타는 2012년 잠재가치가 컸던 인스타그램을 인수하고, 그로부터 2년 뒤인 2014년엔 가상현실(VR) 기기 제작업체 오큘러스도 사들였습니다. 여기에 페북과 인스타그램에 쇼핑 기능을 추가하는 등 기존 서비스에도 변화를 주기 위해 노력했죠.

메타의 M&A는 나름 괜찮은 성적표를 받아들었습니다. 인스타그램은 앞서 언급했듯 업계 4위의 SNS 서비스로 우뚝 섰고, 오큘러스는 지난해 VR·AR(증강현실) 헤드셋 시장에서 점유율 78.0%를 찍으면서 강자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메타로선 성공적으로 새 먹거리를 찾은 셈인데, 이대로라면 메타와 트위터의 격차는 더 벌어질 공산이 큽니다.

트위터도 수익 모델을 다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긴 합니다만, 아직까진 성과가 좋지 않습니다. 지난해 6월 출시한 유료 서비스 ‘트위터 블루’가 별다른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한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2.99달러(3300원)인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광고 제거 ▲더 긴 동영상 업로드 ▲트윗 묶어 읽기 등의 기능을 이용할 수 있지만, 이용자에겐 그리 신선하지 않은 아이템들입니다.

이영진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쇼핑 코너를 추가하고 커뮤니티 기능을 강화하는 등 트위터가 사업 다변화를 꾀하곤 있지만, 이미 경쟁사들이 도입한 서비스여서 트렌드에 뒤처진 측면이 있다”면서 “무엇보다 텍스트 기반의 서비스라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는 듯하다”고 분석했습니다. 트위터가 아직 ‘140자 텍스트의 영광’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트위터가 풀어야 할 숙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머스크가 인수 철회 이유로 꼽은 ‘스팸 계정’은 트위터의 발목을 잡는 치명적인 약점입니다. 스팸 계정을 악용해 가짜 뉴스를 퍼뜨리거나 사기행위를 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범죄 행위를 하는 스팸 계정이 많아질수록 트위터의 이미지가 나빠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죠.

물론 트위터 입장에선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트위터에 따르면 스팸 계정 비중은 전체의 5% 미만입니다. 파라그 아그라왈 트위터 CEO의 주장에 따르면, 트위터는 하루에 스팸 계정을 50만개씩 삭제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머스크의 변심 이후 트위터의 ‘스팸 계정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할지도 모른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머스크는 인수를 철회하기 2주 전 “스팸 계정 비중이 적어도 20%는 넘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이 부분을 명확히 해야 M&A를 진행할 수 있다”고 인수를 잠정 보류했기 때문입니다.

[※참고: 머스크의 발언을 의식한 듯 트위터는 6월 28일 머스크가 트위터의 계정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제공했습니다. 지난 7일엔 “하루에 100만개의 스팸 계정을 삭제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두달 전 아그라왈 CEO가 내뱉은 ‘하루에 50만개를 지우고 있다’는 주장에서 달라진 내용입니다. 트위터가 머스크의 엄포에 쩔쩔매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암세포 같은 가짜 계정

자! 이제 정리해 봅시다. 론칭 초기 트위터는 단문 서비스와 빠른 속도로 순식간에 ‘대세 SNS’가 됐습니다. 하지만 트렌드의 변화를 읽는 데 실패했고, 수익을 다변화하는 데도 게을렀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나쁜 변수(스팸 계정)’를 없애는 데도 실패했습니다. 머스크가 돌연 트위터 인수를 포기한 게 그의 변덕스러움 탓이기도 하지만, 사실 트위터 자체에도 문제가 많았습니다.

어쨌거나 트위터는 머스크에게 10억 달러(1조3040억원) 규모의 소송을 걸겠다고 밝혔지만, 승소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듯합니다. “정보 공개에 비협조적이었다”는 머스크의 일침에 트위터가 반박하지 못하고 있어서입니다. 트위터는 과연 명예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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