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미래 산업으로 떠오른 자동차 튜닝
정부에서도 튜닝 활성화 대책 발표
하지만 부품인증제도 등 운영 미흡
국토부 권한 남용한단 비판도 있어

흔히 기업과 정부는 선수와 심판 관계로 묘사된다. 시장에서 선수로 뛰는 기업이 공정한 경쟁을 하기 위해선 심판인 정부의 규제와 감시가 불가피해서다. 다만, 전제가 필요하다. 정부가 심판으로서 책임을 다하려면 제대로 된 규칙과 제도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은 경우 정부는 기업의 성장과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전락할 수 있다. 불행히도 국내 자동차 튜닝 분야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 자동차 튜닝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국내 자동차 튜닝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코로나19 팬데믹은 지난 2년간 전세계 경제를 대혼란에 빠뜨렸다. 전례 없는 도시 봉쇄 조치, 이로 인한 자국 우선주의 확산은 국제 통상의 질서를 바꿔놨다. 그렇다고 코로나19가 부정적 영향만 불러일으킨 건 아니다. 비대면 문화와 여기에 기반한 온라인 커머스의 진화, 비접촉 보안 · 통제 시스템 시장의 폭발적 성장은 코로나19가 불러온 신선한 변화다. 

자동차 산업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단연 튜닝(tuning) 분야다. 튜닝은 자동차의 기존 성능을 끌어올리거나 외관상 변화를 주기 위해 가하는 모든 작업을 총칭한다. 엔진이나 배기구 같은 부품의 개조, 도색과 래핑(wrapping), 내부 인테리어의 교체 등이 튜닝에 해당한다. 

코로나19로 튜닝 산업이 떠오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야외 활동에 목말랐던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이용해 오토캠핑을 즐기면서 자동차 튜닝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오토캠핑은 취사 · 취침이 가능한 자동차를 이용한 캠핑 방식이다. 여기저기 목적지를 이동하면서 야영을 해야 하기 때문에 화장실 · 주방 · 침실을 갖춘 ‘오토캠핑카’가 필수지만, 최근엔 일반차를 ‘차박’에 적합하게 튜닝하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튜닝 시장이 활성화한 배경은 이뿐만이 아니다. MZ세대 사이에서도 과거 1970~19 80년대 출시했던 클래식카를 전기차로 개조하는 ‘레트로 튜닝’이 확산하고 있다. 소비 시장의 주축으로 떠오른 MZ세대까지 가세했으니 자동차 튜닝이 대세 산업으로 떠오른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수순인 셈이다.     

튜닝에 기울이는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도는 실제 지표에서도 나타난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2012년 12만3388건이었던 자동차 튜닝 승인 건수는 2016년 13만8377건→2018년 16만4014건→2021년 22만2749건으로 10년 새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런 성장세를 근거로 국토교통부는 튜닝 시장이 연평균 4.2%씩 성장해 2025년엔 5조2000억원의 규모를 갖추고, 7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전 정부가 2019년 ‘자동차 튜닝 활성화 대책’을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풀이할 수 있다. 이 대책의 취지는 정부 ‘공인’ 튜닝 부품의 품목 수를 늘리고, 튜닝 부품의 안전 인증 제도를 개선하는 등 규제 완화책을 통해 시장의 안정과 성장을 동시에 도모한다는 거였다.

튜닝 활성화 대책의 성과는 

그렇다면 ‘자동차 튜닝 활성화 대책’은 어떤 결실을 남겼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쉬움이 크다. 정부가 약속했던 ‘공인 부품의 확대’부터 살펴보자. 2019년 정부 대책 발표 후 지금까지 새롭게 추가된 인증 품목은 5개에 불과하다.[※참고: 조명 엠블럼, 소음기, 주간주행등, 브레이크 캘리퍼, 영상장치 머리지지대가 5개 품목에 해당한다.] 

아울러 튜닝 부품 안전 인증 제도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숱하다. 부품 안전 인증 제도가 국내법(자동차관리법)에 국한해 있어서 국내에서 인증받은 튜닝 부품을 수출할 때 (수출국의 법에 따라) 추가 인증을 받아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해서다. 

이 경우 튜닝 부품을 수출하는 기업이 국내 · 국외 인증 비용을 2중으로 부담해야 한다. 튜닝 시장의 활성화는커녕 기업의 부담만 가중하는 셈이다. 반대로 해외에서 수입하는 품목 중 일부는 국내에 마땅한 인증 기준이 없어 공장 심사를 생략할 때가 있다. 이같은 일관성 없는 정책 탓에 국내 튜닝 부품 제조업체들은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서도 밀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A튜닝단체가 정부에 ‘튜닝부품인증기관’을 신청하는 사례까지 있었다. 튜닝부품인증기관이 1곳밖에 없는 탓에 효율적인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품질 낮은 중국산 튜닝 부품이 국내 시장을 장악하도록 방치할 경우 소비자의 안전과 편의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행동이기도 했다.

주무부처 책임감 있는 자세 필요  

하지만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추가적인 인증기관의 지정은 오히려 튜닝 시장에 불필요한 혼란만 야기할 우려가 있다”면서 총 세차례에 걸친 A단체의 인증기관 신청을 거부했다. 

끝내 A단체는 국토부의 튜닝부품인증기관 지정신청 거부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국토부는 요지부동이다. 되레 “튜닝 부품 인증제 및 인증기관 지정에 관한 모든 사항은 국토부의 재량 행위이기에 (거부처분 취소) 청구는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 튜닝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시장 상황에 맞는 규칙과 제도가 필요하다.[사진=연합뉴스]
국내 튜닝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시장 상황에 맞는 규칙과 제도가 필요하다.[사진=연합뉴스]

국토부의 이런 적반하장식 태도는 국내 튜닝 부품 제조사의 경쟁력을 더욱 약화시키는 결과로 돌아오고 있다. 튜닝 업계에서 “국토부가 권한을 지나치게 남용한다”는 비판이 흘러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튜닝 업계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은 지난 10여년간 시장 개선을 위해 힘썼다. 이제는 이런 노력이 빛을 발할 때다. 이를 위해서는 공정과 상식을 표방하며 들어선 새로운 정부의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전처럼 정부 부처가 ‘제왕적 권한’을 행사한다면 국내 튜닝 산업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다. 

정부가 신산업의 발목을 잡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더이상 두고 볼 수만도 없다. 새로운 정부를 통해 튜닝 산업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돼야 하는 이유다.

글=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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