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태원의 사람 | 신동원 농심 회장
취임 1주년 맞아 ‘뉴 농심’ 구축 본격화
국내 시장 넘어 글로벌 NO.1 달성할까

7월 1일이면 신동원(64) 농심 회장이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지난해 3월 창업자인 부친 신춘호 회장이 91세로 타계하자 가업을 승계받아 ‘인생을 맛있게, 농심(Lovely Life, Lovely Food)’이란 새 슬로건을 내걸었다. ‘뉴 농심’ 구축에 뛰어든 그가 한국 라면 업계의 지존, 농심 수성守成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신동원 회장은 “글로벌 라면 NO.1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사진은 미국 제2공장을 시찰 중인 신 회장.[사진=농심 제공]
신동원 회장은 “글로벌 라면 NO.1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사진은 미국 제2공장을 시찰 중인 신 회장.[사진=농심 제공]

“캘리포니아 제2공장을 기반으로 일본을 제치고 미국 라면 시장 1위에 오르고 글로벌 NO.1의 꿈도 이루자.” 

신동원 회장은 지난 4월 29일(현지 시간) 미국 제2공장 준공식 축사를 통해 참석한 임직원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캘리포니아주 랜초 쿠카몽가란 곳에 세운 이 라면 공장을 발판으로 ‘글로벌 NO.1’을 달성하겠다는 자신의 포부를 국내외에 천명했다. 이 공장은 미국에서는 2005년 LA에 제1공장을 세운 후 17년 만에 건설된 것이고, 농심 전체로는 여섯번째 해외 공장이 된다.  

지난해 3월 작고한 창업자 신춘호는 56년 동안 농심을 이끌며 마침내 ‘한국의 라면왕’이란 칭호를 받았다. 신춘호의 3남 2녀 중 장남으로 지난해 가업을 승계한 신동원은 한발 더 나아가 ‘글로벌 라면왕’을 꿈꾸고 나섰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지켜보는 이들이 많다. 

이번에 준공된 미국 제2공장은 신 회장이 취임 1년을 앞두고 가동한 첫 대형 프로젝트여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작고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지난해 7월 1일 회장에 오른 그의 향후 사업 방향을 가늠케 해주기 때문이다.

이제 농심의 미국 현지 라면 생산 능력은 LA 1공장(연산 5억개)을 합쳐 연 8억5000만개로 늘어났다. 미국 · 캐나다뿐만 아니라 멕시코 등 중남미 다른 나라의 라면 시장 개척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차제에 농심은 4년 후인 2025년 미국 2개 공장 매출 목표를 8억 달러(약 1조원)로 높여 잡았다. 지난해 매출 3억9500만 달러(약 5000억원)의 약 2배 규모다. 

신 회장이 미국 2공장 준공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는 뭘까. 인구 구조 변화 등으로 인한 국내 라면 시장의 정체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 시장 확보가 더욱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농심의 3대 제품군은 라면류(78%), 스낵류(15%), 음료류(5%)이다. 주력 제품 라면의 해외 시장 확대 여부가 회사 성장과 직결됨을 알 수 있다.

신 회장은 자신의 해외사업 중시 정책을 회장 취임사를 통해 밝힌 바 있다. 그는 취임사에서 “변화와 혁신을 통해 NEW 농심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3대 중점 사업으로 ‘해외 · 신사업 · ESG(환경 · 사회 · 지배구조)’를 제시했다. 

그는 해외사업 강화를 첫번째로 꼽았다. 미국 제2공장 가동을 계기로 해외사업 비중을 현재의 30% 선에서 50% 선까지 높인다는 구상이다. 농심의 해외 매출은 2020년께부터 이미 연간 1조원 상당에 이르고 있다. 최근의 K-팝, K-시네마 바람도 ‘K-라면’의 글로벌 시장 확대에 큰 호재가 되고 있다.

‘뉴 농심’ 키워드 글로벌과 ESG  

두세번째 중점 사업으론 건강기능식품 등 신사업 진출과 ESG 강화를 꼽았다. 국내 라면 수요 정체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신 회장은 취임사에서 “고객에게 더 큰 만족과 즐거움을 주는 제품으로 라면의 가치를 레벨 업(level-up)하는 게 지상과제”라고 말하면서 신사업과 ESG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따라 농심은 건강기능식품과 대체육 등 신규 사업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일례로 2020년 3월 선보인 건강기능식품 ‘라이필 더마 콜라겐’이 2년 만에 누적 매출 550억원을 돌파한 데 고무받아 ‘종합 건강식품 브랜드’ 이미지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농심은 주종목인 라면의 가치를 제고하는 동시에 다양한 식품 산업으로 미래를 대비할 방침이다.[사진=농심 제공]
농심은 주종목인 라면의 가치를 제고하는 동시에 다양한 식품 산업으로 미래를 대비할 방침이다.[사진=농심 제공]

지난해부터 비건 식품 브랜드 ‘베지 가든(Veggie Garden)’ 사업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 5월말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비건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인 ‘포리스트 키친(Forest Kitchen)’을 오픈하기도 했다. 

아울러 ESG 전담 조직을 꾸려 ESG 경영 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 1월 무파마탕면 묶음 포장을 투명 비닐로 교체하고 앞면과 옆면에 최소한의 내용만 삽입해 연 5톤(t) 이상의 인쇄용 잉크를 줄이도록 했다. 생수 제품 백산수의 50%를 무라벨로 전환하기도 했다.

신 회장은 1979년 농심에 사원으로 입사해 선친과 33년 가깝게 회사 생활을 함께했다. 이 기간 부친 밑에서 경영수업도 받았지만 어느 단계에서는 자신의 장기를 살려 아버지와 공동 경영을 하기도 했다. 2016년께부터 신춘호 회장은 제품 및 연구 · 개발(R&D) 등을 제외한 경영 관리 일반을 당시 부회장이었던 신 회장에게 맡기다시피 했다고 한다.  

특히 농심의 해외사업 전개에 그가 기여한 바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7년부터 농심 국제담당 대표이사로 해외사업을 챙기기 시작했다. ‘신라면’은 글로벌 명성을 떨쳤고 회사의 트레이드마크가 되며 농심 라면 수출의 전위대가 됐다. 2019년 글로벌 라면 업계 5위로 평가받기에 이르렀다. 

지난 4월 공정위는 농심그룹을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공시대상기업집단(76위)으로 신규 지정했다. 이로써 농심은 일감 몰아주기, 사익편취 금지 등 각종 규제를 받고 경영 현황과 계열사 간 거래 내역도 공개해야 한다. 신 회장에게 새 고민거리가 등장한 셈이다. 

농심그룹은 지배회사 농심홀딩스 아래 농심, 율촌화학을 비롯한 상장사 4개와 비상장사 40개 등 총 44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농심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신 회장(42. 92%)이다. 차남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은 13.18%를 보유하고 있다. 재계는 향후 농심의 계열 분리 가능성을 점치고 있지만 좀 더 지켜봐야 알 것 같다. 

농심, 글로벌 NO.1으로 올라설까

신 회장은 부드럽고 소탈한 인상을 풍긴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외부 노출은 많지 않지만 학교 동문이나 범롯데가 모임 등에는 잘 참여하는 편으로 알려졌다. 신일고를 거쳐 고려대 화공과 및 대학원(무역학 석사)을 다녔다. 이공계 출신에다 선친의 영향을 받아선지 연구 · 개발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농심은 국내 라면 시장의 과반(연 매출 2조원 상당)을 차지하는 한국 라면 업계의 지존이다. 라면왕 신춘호의 뒤를 이은 신 회장이 농심을 한국 제1의 라면기업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NO.1 라면기업으로 키워낼지 향후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성태원 더스쿠프 대기자
lexlov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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