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 앞두고 기름값 폭등
자국 내 석유회사에 증산 압박
글로벌 증산 위해 사우디 방문도
증산해도 공급이 수요 따라 갈지 의문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유가와 물가 상승으로 민심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이런 상황에선 대對 러시아 제재도 힘이 빠질 수 있다. 그러자 바이든 대통령이 유가를 잡겠다고 나섰다. 자국 내 석유회사에는 증산을 압박하는 발언을 내놓는 한편 관계가 냉랭하던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증산 협조를 구하기로 했다. 문제는 바이든의 전략이 먹혀들지 의문이란 점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국 내 석유회사들에 증산을 주문했지만 증산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사진=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국 내 석유회사들에 증산을 주문했지만 증산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사진=뉴시스]

“엑손(모빌)이 지난해 하느님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석유회사들은 9000건의 시추 허가를 확보하고 있지만, 시추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가 상승 국면에서 미국 내 석유회사들이 석유 생산량을 늘리지 않아 유가가 계속 오르고 있다는 건데, 대통령이 직접 석유회사들을 향해 석유 생산량을 늘리라고 압박한 셈이다. 

이처럼 바이든 대통령이 석유 증산을 압박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미국 내 유가와 물가가 치솟아 바이든 행정부가 민심을 잃을 우려에 처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8.6% 급등했다. 1981년 이후 최대 오름폭인데, 가파르게 상승한 유가가 한몫했다. 

국제유가는 중동(예멘 반군과 아랍에미리트 갈등)과 우크라이나에서 지정학적 갈등이 불거지던 지난해 12월을 기점으로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쟁이 본격화한 올해 2월부터는 등락폭도 커졌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올해 3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후 약간의 등락을 거듭하다가 6월 13일 현재 120달러 수준으로 상승했다. 두바이유는 배럴당 116.64달러다. 현재 국제유가는 배럴당 147달러까지 치솟았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최고치를 찍고 있다.

그 바람에 최근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은 처음으로 1갤런당 5달러(L당 약 1700원) 선을 넘어섰지만 “아직도 바닥이 보이지 않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이런 유가의 흐름이 자동차가 필수품인 미국인의 민심과 직결된다는 점이다. 게다가 미국의 가장 중요한 외교정책 중 하나인 러시아의 정치적 고립과 러시아산 석유수출 금지를 통한 전쟁 자금 차단은 유가와 연관돼 있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증산을 통한 유가 안정화가 최대 현안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재 바이든 대통령의 석유 증산 노력은 자국 내에 한정되지 않는다. 외신들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7월 중순 예정된 중동국가 순방 일정에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7월 14일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직접 만나기로 했는데,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바이든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과 증산 사이에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다.
 
당분간 공급 부족 계속될 듯

2018년 발생한 사우디의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을 계기로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는 냉랭해졌다. 미국이 이 사건의 배후로 사우디 왕실을 지목해서다. 따라서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를 방문한다면 그것 자체로 미국이 사우디를 용인하는 셈이 된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더 이상 카슈끄지 사건을 추궁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미국이 이를 통해 얻으려는 건 산유국 가운데 영향력이 큰 사우디의 입김이다. 사우디를 통해 증산 압박을 하겠다는 거다. 

중요한 건 바이든 대통령의 증산 압박이 실제 증산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우선 미국 석유회사들의 증산이 그리 쉽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바이든 행정부가 집권 이후 탄소배출량 감축에 집중해왔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민주당과 투자자들이 지난 몇년간 탄소배출량을 줄이려고 노력해왔기 때문에 석유회사들을 비난한다고 해서 그들이 투자와 공급을 늘릴 것 같지 않다”고 전망했다.

대외 상황도 마찬가지다. 주요 산유국 중 하나인 리비아, 베네수엘라, 이란 등은 대내외적인 이유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산유량 목표값을 할당받지 않고 있다. 이 말은 산유국들의 실질적인 증산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참고: OPEC와 OPEC+ 산유국들은 7~9월 증산계획이던 일 증산량 43만2000배럴을 7~8월 일 증산량 64만8000배럴로 조정했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감소한 러시아산 공급량만 일일 100만 배럴 수준이다. 증산 효과가 크지 않다.]

증산이 이뤄진다고 해서 유가가 떨어질지도 의문이다. 계절적으로 볼 때 미국은 ‘드라이빙 시즌(휴가철)’을 앞두고 있고, 중동은 발전(냉방)용 석유 수요가 급증하는 시기다. 중국의 자국 지역 봉쇄 해제로 석유 수요가 더 늘어날 가능성까지 나온다. 시장에서는 “9월까지는 공급 부족 우려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최진영 이베스트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산유국들이 증산 결정을 했지만, 표면상의 증산일 뿐 애초 생산쿼터에 비해 현저히 미달하는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계절적 수요 증가 요인까지 겹쳐 당분간 공급 부족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바이든 대통령의 증산 전략이 공허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얘기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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