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파트2] 통념 깬 사양산업의 이단아

위기의 순간, 모든 기업이 무너지는 건 아니다. 최악의 불황기에 사과나무를 심는 기업은 생존할 가능성이 크다. 사양산업에 속한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기막힌 전략과 뚝심으로 위기를 돌파하는 기업은 사양산업 안에도 있다. 골판지업계와 인쇄업체 타라그룹이 대표적 사례다. 그들의 ‘통념 깨기’ 스토리를 들어봤다.

▲ 사양산업에 속한 기업이 모두 '힘 없이 쓰러지는' 건 아니다. 생사를 가리는 잣대는 사양산업이라는 통념이 아니라 전략이다.

‘이제 종이의 시대는 끝났다.’ 1997년 외환위기(IMF)가 터진 이후 제지산업은 사망선고를 받았다. 시설투자 기간이 길고,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서다. 불황기가 찾아올 때마다 제지산업은 몸집을 줄였다. 2008년 금융위기, 2010년 유로존 재정위기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모든 제지업종이 침체기를 맞은 건 아니다. 골판지업계는 호황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골판지는 물결 모양으로 골이 진 종이를 붙인 판지다. 사양업으로 치부되던 골판지 산업은 택배산업이 커지면서 활력을 찾았다. 택배 박스 대부분을 골판지로 만들기 때문이다.

택배산업 덕만 본 것은 아니다. 호황이 찾아왔을 때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한 것도 이유다. 대부분의 골판지 업계는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원지와 판지회사를 수직계열화했다. 본사가 원지를 만들고, 계열사가 판지를 생산해 비용을 절약한 것이다. 골판지를 생산하는 제지업체 중 상당수는 원지와 판지를 함께 만든다. 제지업체 태림포장은 계열사 동일제지와 월산으로부터 라이너와 골심지 등 골판지원지를 공급받아 박스를 생산한다. 신대양제지는 계열사 대영포장과 대양판지에 원지를 공급한다.

고강도 수직계열화는 알찬 열매를 맺었다. 무엇보다 수익성이 좋아졌다. 골판지업계 상위 3개사인 태림포장ㆍ대영포장ㆍ삼보판지의 매출은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연평균 18.5% 증가했다. 골판지용 원지업계 상위 3개사인 동일제지ㆍ신대양제지ㆍ아세아제지의 매출도 같은 기간 17.3% 늘었다.

 

골판지업계 관계자는 “제지업체는 안 된다는 편견이 깔릴 때 골판지 업체들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며 “택배사업이 크지 않았더라도 골판지 업계만은 살아남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제적 대응이 불황을 뚫는 전략이 된 셈이다. 제지업과 마찬가지로 사양산업으로 꼽히는 인쇄업계에서도 통념을 깨고 승승장구하는 기업이 있다. ‘역발상 전략’으로 고속성장의 기틀을 마련한 타라그룹이 대표적이다. 실적부진에 빠진 인쇄업체들이 줄줄이 가게문을 닫을 때 타라그룹은 되레 영역을 넓혔다. 인쇄업에 ‘사양’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이상 대기업이 뛰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스마트 시대가 도래하면서 인쇄수요가 감소하겠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사라지진 않을 것으로 분석한 것이다. 역으로 생각하면 인쇄업에는 강력한 경쟁자가 없다는 얘기였다.

타라그룹은 ‘속도전’으로 승부를 걸었다. 원고 마감일과 출판 날짜로 전쟁을 치르는 출판업계를 ‘스피드’로 홀린 것이다. 빠르고 정확한 인쇄라는 콘셉트는 금세 먹혔고, 매출이 수직상승했다. 타라그룹은 2007년부터 매년 30%씩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엔 2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사양산업도 사양산업 나름이다. 기막힌 전략과 뚝심으로 통념을 깨는 기업은 사양업종에도 있다. 골판지업계와 타라그룹이 산증인이다.
김건희 기자 kkh4792@thescoop.co.kr| @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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