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방의 유혹 2막
투자자 울리는 리딩방의 실체
추천주 부진하자 VIP방 폭파

수십에서 수백만원의 회원비를 내고 받은 리디방의 정보는 정확할까. 불행하게도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리딩방은 전문성을 검증받은 곳이 아니다. 투자 손실을 책임지지도 않는다. 문제가 생기면 리딩방을 없애고 잠적하는 곳도 숱하다. 200만원이 넘는 회비를 내고 VIP 리딩방에 들어간 김영민(가명·42)씨도 끝내 뒤통수를 맞았다. 금융사건 해결사 ‘리딩방의 유혹’ 2막이다. 

리딩방이 추천한 종목에서 손실이 발생해도 이를 구제 받는 건 불가능하다.[사진=연합뉴스] 
리딩방이 추천한 종목에서 손실이 발생해도 이를 구제 받는 건 불가능하다.[사진=연합뉴스] 

주린이 김영민(가명·42)씨는 계속되는 투자 손실을 복구하겠다는 마음에 추천 종목을 알려주는 주식 리딩방에 들어갔다. 일주일간 리딩방을 지켜본 영민은 그곳을 신뢰하기 시작했다. 추천 종목의 수익률이 기대만큼 좋지는 않았지만 투자자에게 필요한 조언을 하는 방장의 모습이 왠지 ‘전문가스러웠다’. 

리딩방에 입성한 지 일주일이 됐을 때, 영민은 방장으로부터 은밀한 제안을 받았다. 유료 VIP방에 참여하면 세력이 매집 중인 급등주를 소개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고민 끝에 영민은 270만원이란 거금을 주고 VIP방에 입성했고, 손실을 복구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차올랐다. 하지만 VIP방은 그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영민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참고: 그의 경험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1인칭 관점에서 기사를 풀어봤다.] 

# 2021년 10월 21일-VIP방 입성 = 270만원의 회원비를 내고, VIP방에 접속할 수 있는 URL을 받았다. VIP방은 비밀번호가 걸려 있는 탓에 아무나 들어갈 수 없었다. 매니저로부터 받은 비밀번호를 누르고 VIP방에 입성했다.

그곳엔 이미 80여명의 투자자가 있었다. 특이한 건 이름 앞에 다이아몬드·플래티넘·골드·실버 등 등급이 붙어있다는 점이다. 눈으로 어림잡아보니 다이아몬드와 플래티넘은 열개 남짓, 대부분은 골드 등급이었다. 오후 2시, 방장이 VIP방에 공지를 띄웠다. “세력 매집 급등주 내일 오전에 공개하겠습니다.”

# 2021년 10월 22일-리딩방 추천주 = ‘어떤 종목일까, 주식을 정리하고 이 종목에 올인해야 하나, 돈을 조금 더 빌려볼까.’ 영민은 기대감과 조바심에 뜬눈으로 밤을 보냈다. 일어나자마자 VIP방 채팅창을 열었다. 수익률이 신통치 않았던 종목을 모두 손절하고 투자금 1200만원을 만들었다. 

오전 9시 30분 드디어 방장이 입을 열었다. “세력 매집 급등주 공개합니다. 종목명 ○○, 진입가 9800원 이하. 1차 목표가 1만3000만원, 2차 목표가는 1만6000원입니다. 손절 라인은 -4%로 잡습니다. 현재 주가가 1만200원입니다. 진입가격까지 떨어지면 매수하시고, 투자 비중은 자율입니다.”

어떤 종목인지, 최근 실적이 어떤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스마트폰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열어젖힌 영민은 ○○의 주가가 9800원으로 떨어지길 기다렸다. 1만500원을 잠시 넘어섰던 주가가 이내 떨어지기 시작했다. 주가 하락이 즐겁긴 처음이었다. 

오후가 되자 ○○의 주가는 방장이 예고했던 진입가격인 9500~9700원 사이로 떨어졌다. 영민은 떨리는 마음으로 매수를 눌렀다. 1250주 1199만5000원어치의 주식을 샀다. 몰빵이었다. 주당 평균 매입가는 9596원, VIP방이 제시한 진입가보다 2% 싼 가격에 매수한 셈이었다. 영민은 ‘출발이 좋다’며 기대감을 품었다. 

# 2021년 10월 25일-급등주 매수 = 기대에 부푼 주말을 보내고 맞은 월요일. 주식시장이 열리기 20분 전부터 MTS를 열고 ○○의 주가가 지켜봤다. 장이 열리기 전 시간외 거래에서부터 주가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장이 열리고, 9800원으로 시작한 ○○의 주가는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오전 9시 10분 1만원을 넘어선 주가는 30분 만에 1만1950원까지 치솟았다. 영민은 단 30분 만에 294만원의 수익을 기록했다.  

‘유지만 해도 회원비(270만원)는 너끈히 건질 수 있다. 이대로 상한가를 기록하고 내일까지 상승하면 그동안 입은 손실을 모두 만회할 수 있다.’ 영민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던 그때, VIP방에서도 “역시 방장이다”는 칭찬이 쏟아졌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가파르게 상승하던 ○○의 주가는 힘을 잃기 시작했다. 1만1000원, 1만500원…, 시간이 갈수록 주가는 떨어지기만 했다. 

하지만 방장은 “세력의 매집이 아직 끝나지 않아서 주가를 흔드는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그렇게 ○○의 주가는 1만150원으로 이날 장을 마쳤다. 267만원을 웃돌던 수익은 69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그래도 영민은 ‘아직 기대할 만하다’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 2021년 10월 26일-기대와 다른 주가 = 이번에도 예상은 빗나갔다. 보합으로 시작한 ○○의 주가는 오전 내내 옆으로 기기만 했다. 거래량도 전일 대비 3분의 1 토막으로 줄었다. 그렇게 1만원대로 떨어진 주가는 오후 장에 들어서자 하락폭이 커지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방장은 “장이 나쁘지 않으니 기다리라”는 말과 함께 ○○의 분석 자료를 끊임없이 올려댔다. 

○○ 주가는 방장의 말처럼 흘러가지 않았다. 이날 ○○의 주가는 982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전일 대비 3.2%(330원) 하락한 셈이었다. 방장이 장담했던 50~60%의 수익률과는 거리가 멀었다. 방장은 “아직 주가가 급등자리를 벗어나지 않고 있느니 내일을 기대해보자”며 투자자를 달랬다. 

‘어라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그림인데….’ 불현 듯 불길한 생각이 영민의 머리를 스쳤고, 언제나 그렇듯 좋지 않은 예감은 이내 현실이 됐다.

# 2021년 10월 27일-리딩방의 먹튀 = 더 놀라운 일은 다음날 벌어졌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VIP방이 사라져 있었다. 채팅창엔 새벽 3시께 올라온 ‘VIP방에서 강제 퇴장됐다’는 메시지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부랴부랴 무료 리딩방 채팅창을 열고, 글을 읽기 시작했다. 별다른 내용은 없었지만 300명이 넘었던 리딩방 참여자는 200여명으로 줄어있었다. 

그래서 이전 메시지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VIP방에서 쫓겨났을 때와 비슷한 시간인 새벽 3시, 방장을 필두로 리딩방 매니저들이 일제히 방을 빠져나갔다. 잠시 후 방장은 남 실장으로 바뀌었고, 그와 비슷한 대화명을 가진 사람들로 채워져 있었다. 

영민의 머리는 순간 하얘졌다. 그러고 보니, 자신이 가입한 리딩방에 관해 아는 거라곤 매니저라고 밝힌 사람의 휴대전화 번호와 ‘○○파트너스’란 업체명밖에 없었다.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가 될 리 만무했다. 영민에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다음호에 계속>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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