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입수 | 사기꾼 스트립트
비상장 주식 사기의 실체 두번째 편

주식 리딩방이 그렇듯이 비상장 주식 사기도 투자자의 관심을 끄는 것에서 시작한다. 껍데기만 남은 부실기업을 상장을 앞둔 ‘전도유망한’ 회사로 둔갑시켜 투자자의 마음을 훔친다. 혹자는 ‘그런 뻔한 수법에 당하는 사람이 ○○’라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사기꾼들이 투자자를 유혹하기 위해 만든 스크립트(대본)를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더스쿠프가 단독입수한 ‘비상장 주식 사기’에 사용하는 스크립트, 그 두번째 편이다. 

투자 사기에 당하지 않으려면 사기꾼들이 쓰는 수법을 알고 있어야 한다.[사진=뉴시스] 
투자 사기에 당하지 않으려면 사기꾼들이 쓰는 수법을 알고 있어야 한다.[사진=뉴시스] 

리딩방에서 파생한 비상장 주식 사기. 그 수법도 리딩방에서 투자자를 현혹하는 방법과 비슷하다. 그럴듯한 말과 근거 없는 자료로 투자자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든다. 그만큼 사기집단은 치밀하게 준비한다. 

기업 사이트를 단장하고, 특허권 효력이 만료된 기술을 싸게 사들여 상당한 기술력을 갖춘 것처럼 포장한다. 부실기업을 상장을 준비하는 곳으로 둔갑시키기 위해 ‘뉴스’를 활용하기도 한다. 

이는 더스쿠프(The SCOOP)가 입수한 비상장 주식 사기에 사용하는 스크립트(대본)에 담겨 있는 내용이었다. 이 대본은 텔레마케터들이 투자자를 끌어들일 때 실제로 사용하는 것이다. 지난 기사에서 스크립트에 적혀 있는 ‘유혹하기’ ‘쇼잉하기’ 두 단계 사기수법을 살펴봤다[※참고: 더스쿠프 통권 502호 당신을 유혹하는 ‘대본’에 적힌 명령어]. 

이 단계에서 투자자를 ‘혹’하게 만들었다면 쐐기를 박는 마지막 절차로 넘어간다. 투자자가 비상장 주식을 매수하게 하는 일이다. 이제부터 그 내용을 자세하게 살펴보자.[※참고: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대화 형식으로 풀어봤다. 스크립트 중간중간 ‘주석’처럼 설명이 달린 글은 당구장 표시를 통해 구분했다.]  

■묶어두기 = 마지막 남은 단계는 파격 조건을 제시해 투자자 스스로 확실한 투자처라고 믿게 만드는 것이다. 

투자자 : “그런데 이렇게 좋은 투자처를 왜 저한테 알려주는 겁니까.”

상담원 : “○○증권을 이용 중인 고객에게 먼저 안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상장 요건 중 하나가 ‘소액주주 비중 25% 이상’ 조건을 충족하는 거예요. 저희가 △△랩 대주주의 주식을 받아와서 일반 투자자에게 소개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투자자 : “△△랩 본사나 공장을 방문해 볼 수 있나요?

상담원 : “물론이죠. △△랩 홈페이지에 방문 일정 예약해주시면 됩니다. 다만, 다른 투자자들과 일정을 맞춰야 해서 원하는 날짜에 방문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투자자 : “판매하는 △△랩 대주주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상담원 : “네. □□□입니다. 
※대주주 □□□은 주식 판매 대금을 받을 비상장 주식 사기꾼의 계좌명

투자자 : “그런데, 상장에 실패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상담원 :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 준비 기업이어서 그럴 가능성은 낮습니다. 3~4개월 후엔 무상증자도 예정돼 있습니다. 물론 상장 기간이 길어질 수는 있지만 실패할 일은 없습니다.”

투자자 : “상장준비는 어느 정도 됐나요?”

상담원 : “주식거래에 필요한 통일주권은 발행했습니다. 관련 기사도 이미 나갔고요. 문제없이 상장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만 자세한 내부사정은 공개하기 어렵습니다. 최근 ○○증권과 상장 주관사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랩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참고: 통일주권은 예탁결제원 예탁이 가능하고 증권사 계좌를 통해 거래할 수 있게 만든 주식이다. 통일주권은 자본금 10억원 이상, 설립한 지 1년이 지난 기업이 발행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통일주권 발행은 IPO를 위해 필요한 사전 절차로 여겨진다.] 

투자자 : “어떻게 거래하나요?”

상담원 : “한주당 1만원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알려드릴 □□□ 계좌로 입금하면 됩니다. 비상장 주식은 대주주인 □□□ 이름으로 고객님 계좌로 이체될 겁니다.”

투자자 : “진짜 믿을 수 있는 건가요?”

상담원 : “말씀드린 내용은 인터넷에서 모두 확인하실 수 있어요. 그래도 불안하시다면 저희가 비상장 주식을 먼저 보내드릴게요. △△랩 주식 들어온 거 확인하고 나중에 입금하셔도 됩니다.”

고민에 빠진 투자자의 마음을 흔들 파격적인 제안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이 또한 미끼에 불과하다. 만에 하나 비상장 주식을 사겠다던 투자자가 주식을 받고 돈을 입금하지 않아도 사기꾼이 보는 손해는 얼마 되지 않는다. 비상장 주식 사기에 이용하는 기업의 주가는 대부분 몇백원 수준에 불과해서다. 

비상장 주식 사기 영업조직이 투자자를 속이는 데 사용하는 스크립트.[사진=천막사진관]
비상장 주식 사기 영업조직이 투자자를 속이는 데 사용하는 스크립트.[사진=천막사진관]

■입단속 하기 = 투자자가 입금을 마치거나 주식을 받았다면 사기꾼들은 ‘입단속’에 나선다. 비상장 주식 사기꾼들은 다른 투자자를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좀처럼 하지 않는다. 사기라는 게 밝혀지는 걸 막기 위해서다. 실제로 비상장 주식 사기꾼의 스크립트 마지막 장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 있다. 

투자자 : “혹시 다른 투자자에게 소개해도 될까요.”

상담원 : “그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앞서 설명해 드린 것처럼 대주주 물량을 분산하는 거라 남은 물량이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고객 리스트에 있는 투자자에게만 소개하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투자자 : “그럼  비상장주식 거래 사이트에서도 거래할 수 있나요?”

상담원 : “저희는 상장 예정 기업을 소개하는 곳이라 정확하게는 모르겠습니다. 아마 거래가 된다면 저희가 안내해 드리는 가격보다 훨씬 비쌀 수 있습니다. 비상장 주식은 개인 간 거래가 이뤄지는 탓에 상장 이슈가 있는 종목은 부르는 게 값입니다. 저희 쪽에서 거래하는 게 수익률 면에서 훨씬 나을 겁니다.”

※ 비상장 주식 사이트나 커뮤니티는 절대로 먼저 이야기하지 마세요. 투자자가 먼저 물어보면 그때 얘기하세요.

이 내용은 스크립트에 다른 색깔로 표기하면서까지 강조했다. 비상장 주식을 매입한 피해자가 비상장 주식 사이트나 커뮤니티에 관련 글을 올리면 사기라는 게 발각될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뒀기 때문으로 보인다. 

비상장 주식 사기 영업을 했던 한 상담원은 “주식 리딩방을 운영했던 세력들이 사기의 영역을 비상장 주식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주식 리딩방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사기의 수법이 날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비상장 주식을 소개하겠다고 접근하는 전화는 십중팔구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 수익률이 300~500%에 달하는 고급 정보를 일면식도 없는 일반투자자에게 알려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물론 지금까지 한번도 당하지 않았다면 ‘속는 게 ○○’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사기꾼들의 말을 들으면 유혹당하기 십상이라는 게 피해자들의 이구동성이다. 더스쿠프가 사기꾼들이 사용하는 ‘스크립트’를 공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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