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의 농락
비상장 주식 사기의 실체
상장 대박으로 유혹하는 사기꾼

비상장 주식 사기를 아는가. IPO가 머지않았다는 말로 비상장 주식을 비싸게 파는 수법의 사기다. 최근 ‘베노디글로벌 사기사건’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주목할 점은 비상장 주식 사기를 치려면 ‘투자자’를 끌어들여야 한다는 점이다. 이 작업은 대부분 ‘전화’를 통해 진행하는데, 사기꾼들은 어떤 멘트로 투자자를 현혹할까. 더스쿠프가 ‘비상장 주식 사기’에 사용하는 스크립트(대본)를 단독 입수했다. [※참고: 이 스크립트를 SNS에서 사용하면 ‘리딩방’의 내용과 거의 똑같다. 비상장 주식 사기는 리딩방에서 파생된 수법이기도 하다.]

비상장 주식 사기가 유행하고 있다. 사진은 영화 ‘보이스’의 한 장면.[사진=더스쿠프 포토] 
비상장 주식 사기가 유행하고 있다. 사진은 영화 ‘보이스’의 한 장면.[사진=더스쿠프 포토] 

추천종목에 투자하면 쉽게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말로 투자자를 유혹하는 ‘주식 리딩방’이 성행하고 있다. 리딩방의 목적은 투자자에게 높은 수익을 안겨주는 게 아니다. 숨은 의도는 따로 있다. 리딩방의 추천종목을 믿고 주식을 사들이는 투자자의 매수세를 교묘하게 이용하거나 비싼 회원비를 받아 챙기는 VIP방으로 투자자를 유인하는 거다. 

당연히 리딩방을 개설한 이들은 투자자가 손실을 봐도 별 관심이 없다. 투자종목에서 손실이 발생해도 ‘나 몰라라’ 하면 그만이다. 몇몇 투자자가 이의를 제기하거나 귀찮게 굴면 방을 폭파하고 사라지면 된다. 리딩방을 믿었다가 뒤통수를 맞는 투자자가 갈수록 늘어나는 이유다. 

문제는 리딩방과 비슷한 투자 사기가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레버리지·가상화폐·FX마진거래·선물거래·비상장 주식 사기 등 그 종류만 해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명칭은 다양하지만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피해자를 속이는 수법과 돈을 갈취하는 방법이 똑같다는 거다.

이들은 전화·문자메시지·메신저 등을 활용해 투자자를 속이고, 대포통장으로 돈을 받는다. 사기 방식이 피싱(phishing) 범죄와 비슷해 ‘사이버 피싱’이라 불리는 것도 같다. 

이중 최근 유행하는 비상장 주식 사기는 ‘리딩방’에서 파생된 기법으로 볼 수 있다. 리딩방이 SNS에서 ‘텍스트’로 투자자를 유혹한다면, 비상장 주식 사기는 ‘전화통화’ 방식으로 전개된다. 그럼 비상장 주식 사기는 어떻게 진행될까. 먼저 ‘베노디글로벌(모터사이클 제조업체) 사기 사건’을 통해 비상장 주식 사기의 실체를 살펴보자. 

비상장 종목은 기업 정보가 한정돼 있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사진=뉴시스] 
비상장 종목은 기업 정보가 한정돼 있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사진=뉴시스] 

사기꾼들은 ‘베노디글로벌’이라는 기업이 곧 기업공개(IPO)에 나선다는 이슈를 만들어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이를 위해 호재성 가짜 뉴스를 ‘기사형 광고형태’로 언론사에 게재했다. 있지도 않은 매출과 실적을 만들어 투자자를 속였다. 사실상 껍데기뿐인 기업을 성장 가도를 달리는 강소기업으로 둔갑시킨 것이다. 사기꾼의 감언이설에 속은 투자자는 베노디글로벌의 주식을 비싼 가격에 사들였다가 피해를 봤다.  

여기서 보듯 비상장 주식 사기의 수법은 단순하다. IPO를 준비하고 있는 기업의 주식을 미리 사놓으면 상장 후 3~4배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투자자를 속인다. 미리 주식을 사놨기 때문에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한 공모주 청약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투자자가 ‘혹’하기에 좋은 내용이다. 그렇다면 비상장 주식 사기꾼들은 어떤 말로 투자자를 속이고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비상장 주식 사기에 사용하는 스크립트(대본)를 입수했다. 이 스크립트는 텔레마케팅으로 투자자를 속일 때 주로 사용한다. 이를 ‘텍스트’로 바꿔 SNS에 입력하면 리딩방 사기꾼들이 사용하는 멘트와 똑같기 때문에 리딩방에 관심을 갖고 있는 투자자들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그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자. 

■흥미 끌기 = “전화(SNS) 끊지 않도록 끈질기게 뚫기.” 스크립트의 제일 첫장에 쓰인 말이다. 그다음 스크립트가 시작된다.[※참고: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대화 형식으로 풀어봤다. 중간중간 ‘주석’처럼 설명이 달린 글은 당구장 표시를 통해 구분했다.] 

상담원(혹은 리딩방주) : “안녕하세요. ○○증권을 대신해 상장관련주 소식이 있어 안내해 드리고 있습니다. 선생님 ○○증권 이용 중이시죠? 혹시 카카오게임즈나 크래프톤, 맥스트 같은 상장 종목 들어보셨나요?” 

투자자 : “네”

상담원 : “2020년 상장한 카카오게임즈 아시죠. 저희가 대주주한테 받은 물량을 장외시장에서 1만3000원에 매수할 수 있게 해드렸어요. 이후 공모가가 2만4000원으로 결정되면서 80% 이상 수익 나왔고요, 상장 첫날 따상(6만2400원)에 성공하면서 5배가량 수익률을 올린 고객도 많습니다.”

※기본멘트, 영업 대상이 아는 종목으로 자유롭게.

투자자 : “그런데 어디시죠?”

상담원 : “네, 저희는 상장예정 기업만 전문적으로 컨설팅하는 ‘□□투자파트너스’입니다. ○○증권과 업무제휴를 맺고 상장예정 기업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연회비나 정보이용료 등 저희가 요구하는 비용은 전혀 없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저희가 추천하는 종목이 괜찮다고 생각하시면 투자하시고, 상장 이후 수익이 났을 때 수익금의 3%만 수수료로 주시면 됩니다. 그전에 따로 드는 비용은 일절 없습니다.”

■쇼잉하기 = 투자자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하면 본격적인 종목 소개가 시작된다. 물론 기업가치가 높은 기업은 하나도 없다. 이름만 남아 있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사기꾼들은 망해가는 법인을 헐값에 사들인 후 비상장 주식 사기에 사용하기도 한다.

당연히 기업의 실체를 확인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사기꾼들은 이런 기업을 상장절차를 밟고 있는 건실한 기업으로 둔갑시킨다. 베노디글로벌의 사례처럼 광고성 기사를 활용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특허권 효력이 만료된 기술을 싸게 사들인 후 그럴듯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으로 포장하기도 한다. 비상장 종목은 기업의 정보를 속속들이 확인하는 게 어렵다는 걸 악용한 것이다.  

상담원 : “아무 기업이나 막 추천하는 게 아니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상장 이슈는 물론 장외시장에서 거래하고 있는 가격까지 감안해 추천합니다. 단점은 투자 기간이 조금 길어질 수 있다는 건데요. 기업 상장에 평균 3~6개월 정도 걸립니다. 하지만 상장에 성공하면 300~500%의 수익은 거뜬히 올릴 수 있어요.”

투자자 : “주식시장이 이렇게 안 좋은데 괜찮나요.”

상담원 : “그래서 어떤 종목에 투자하느냐가 중요합니다. 2~3년 전에 비해 장외시장이 커지면서 기대 수익률은 더 높아졌어요. 기본적으로 장외시장 가격보다는 공모가가 높게 형성되기 때문에 손해를 볼 일은 거의 없습니다.”

투자자 : “어떤 종목인가요?”

상담원: “이번에 IPO를 준비하고 있는 종목은 ‘△△랩’입니다. 헬스케어 플랫폼·의료기기 전문기업인데요. 정부에서도 추진하고 있는 비대면 진료에 필요한 소프트웨어와 장비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투자자 : “처음 들어보는 기업인데요?”
※관심을 보이면 관련 기사부터 소개.

상담원 : “포털사이트에 검색해보시면 상장 관련 기사를 접하실 수 있어요. △△랩은 산부인과에 특화한 의료기기 전문기업입니다. 이 회사는 빅데이터를 적용해 개발한 ‘표준화 모델’을 전국 산부인과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2020년 2억원이었던 매출이 올해는 10억원으로 늘어날 예정이고요. 2025년까지 매출 100억원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한국산부인과협회와 협약을 맺었고, 일본 주요 기업과 공급계약을 체결할 예정입니다. 무엇보다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으로 IPO를 진행할 예정이라 상장이 빨리 될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참고: 한국산부인과협회는 존재하지 않는 기관이다.] 

이는 모두 새빨간 거짓말이다.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기업 관련 기사를 찾아볼 수 있지만 여기에 속으면 안 된다. 기업 소개 사이트가 존재하더라도 객관적인 자료를 찾을 수 없는 곳이 많아서다. 관련 기사도 광고성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비상장 주식 사기꾼들이 상장 방법을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으로 소개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기술특례 상장 기업은 자기자본 10억원, 시가총액 90억원, 전문평가기관으로부터 기술평가등급 BBB 이상 등의 요건만 충족하면 상장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부실한 기업을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게 쉽다는 얘기다. 다음호에선 혹한 투자자를 묶어두는 멘트를 소개할 예정이다. <다음호에 계속>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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