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글룩의 오페라 파리드와 엘레나

오페라 ‘파리드와 엘레나’는 트로이 전쟁 이야기에 등장하는 파리스와 헬렌의 서사를 모티브로 했다.[사진=Ball Square Films]

독일의 작곡가 크리스토프 윌리발트 글룩의 오페라 ‘파리드와 엘레나’는 세간에 널리 알려진 트로이 전쟁의 주인공 파리스와 헬렌의 서사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파리스와 헬렌은 서양 역사상 가장 유명한 문화유산인 대서사시 ‘일리아드(Iliad)’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다.[※참고: 제목의 파리드와 엘레나는 각각 파리스와 헬렌을 이탈리아식으로 발음한 표기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칭송받던 헬렌은 어느날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의 아들 파리스에게 납치된다. 헬렌의 남편 메네라오스와 오빠 아가멤논은 헬렌을 구하기 위해 군대(그리스연합군)를 이끌고 트로이로 향한다.

이후 10년간 이어진 전쟁을 끝낸 건 그리스연합군의 최고 지략가 오디세우스였다. 오디세우스는 신을 위한 선물로 위장한 거대한 목마 안에 30여명의 군인을 매복시켜 트로이성 안으로 침투하도록 했고, 이를 통해 트로이를 멸망시키고 전쟁의 승리를 거머쥐었다. 

바로크 시대에서 고전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살았던 작곡가 글룩은 여러모로 혼란스러웠던 시기 ‘오페라 개혁’을 완성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그가 선택한 주제가 바로 파리스와 헬렌의 얘기다. 글룩은 두 사람의 서사 중 일부를 각색하기도 했다.

가령, 원작과 달리 글룩의 오페라에선 ‘에라스토’라는 가명으로 정체를 감춘 사랑의 신 큐피드가 등장해 젊은 연인인 파리드(파리스)와 엘레나(헬렌)의 사랑을 이뤄준다. 아울러 엘레나는 유부녀가 아닌 결혼을 앞둔 여인으로 등장한다.

♬ 1막 = 스파르타 근처 해변에서 모험을 시작하려던 트로이의 왕자 파리드는 헤라, 아테네, 아프로디테 중 누가 가장 아름다운지 결정하라는 제우스의 명령에 아프로디테를 선택한다. 아프로디테는 자신을 선택한 대가로 파리드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 엘레나를 아내로 주기로 한다.

이때 파리드 앞에 ‘에라스토’라는 이름의 사람으로 둔갑한 사랑의 신 큐피드가 등장한다. 파리드의 얘기를 들은 에라스토는 엘레나의 마음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말한다. 


♬ 2막 = 스파르타의 왕궁에서 만난 파리드와 엘레나는 서로의 아름다움에 반해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엘레나는 파리드의 구애를 거절한다. 파리드는 엘레나를 가질 수 없을 것이란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그에게 희망은 아프로디테의 약속뿐이다. 

♬ 3막 = 엘레나는 파리드를 스파르타의 운동경기에 초대한다. 엘레나가 파리드에게 노래를 불러달라고 하자, 파리드는 리라를 들고 엘레나의 아름다움을 칭송하는 세레나데를 부른다. 그는 노래를 부르며 엘레나의 마음을 얻기 위해 스파르타에 왔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엘레나는 그의 고백을 단호하게 거절하며 이제 돌아가라고 말한다. 

원작과 달리 오페라에선 파리스와 헬렌의 사랑이 이뤄진다.[사진=Wikimedia 제공]
원작과 달리 오페라에선 파리스와 헬렌의 사랑이 이뤄진다.[사진=Wikimedia 제공]

♬ 4막 = 파리드는 굴하지 않고 엘레나에게 자신과 함께 도망치자며 편지를 보내고, 엘레나는 그의 편지에 괴로운 나날을 보낸다. 엘레나는 자신에게는 결혼을 약속한 사람이 있다며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스파르타를 떠나달라고 냉정한 답장을 보낸다. 하지만 파리드는 차라리 자신을 죽여 달라고 간절히 빈다. 엘레나는 약혼자를 향한 의무와 파리드를 향한 마음 사이에서 갈등한다.

♬ 5막 = 에라스토는 엘레나에게 파리드가 스파르타를 떠났다고 말한다. 파리드가 떠났다는 사실에 당황한 엘레나는 뭇 사람들에게 남자의 눈물과 탄식을 믿지 말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이는 엘레나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도록 만들기 위한 에라스토의 속임수였다. 이윽고 엘레나 앞에 파리드가 나타나고, 두 사람은 마침내 함께 트로이로 떠나기로 한다. 

떠날 채비를 하는 두 사람 앞에 아테네가 나타나 “전쟁이 시작될 것이며 두 사람의 기쁨이 곧 슬픔으로 변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파리드와 엘레나는 그 어떤 가혹한 일이 일어나도 결코 헤어지지 않겠다고 맹세하고, 에라스토는 두 사람을 지켜주기로 약속한다.


글 =​​​​ 김현정 체칠리아 성악가 (소프라노)
sny409@hanmail.net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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