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방 피해자 2명 인터뷰

‘민생경제사범’. 금융사기·불법다단계·불법도박·취업사기 등의 범죄를 지칭하는 말이다. 용어에서 추정할 수 있듯, 민생경제사범 탓에 피해를 입는 이들 중 상당수는 서민이다. 민생경제사범을 두고 ‘서민을 울리는 범죄’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점에서 ‘주식 리딩방’과 여기에서 파생한 ‘사이버피싱’은 민생경제사범에 가깝다. 더스쿠프가 주식 리딩방과 레버리지 사기를 당한 피해자 두 명의 얘기를 들어봤다. 

주식 리딩방과 같은 민생경제사범이 활개를 칠수록 서민들의 피해는 늘어날 공산이 크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주식 리딩방과 같은 민생경제사범이 활개를 칠수록 서민들의 피해는 늘어날 공산이 크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주식투자에 뛰어든 시기는 언제인가.
정미진(가명·49) : “코로나19로 주식시장이 폭락한 이후다. 그 이전에 주식시장이 호황이었던 데다, 투자 수익을 올리는 사람이 많다보니 가만히 있으면 손해를 보는 것 같아 투자에 뛰어들었다.”

김구현(가명·51) : “주식투자는 2019년 말부터 했다. 소액으로 조금씩 투자를 하다가 2020년 이후 투자금액이 커졌다. 동학개미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 주식 리딩방을 접한 시기는 언제인가.
김구현 : “리딩방은 2020년 5월 처음 접했다. 언론을 통해 유사투자 자문업체에 관한 얘기를 접했고, 주식 리딩방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우연인지 몰라도, 당시 문자 메시지나 SNS 메신저를 통해서도 주식 리딩방을 소개하는 글을 숱하게 접했다. 이후 리딩방에 참여했고, 사기를 인지한 건 5개월 후인 2020년 말이었다.”

정미진 : “주식 리딩방을 접한 시기는 (김씨와) 비슷하다. 사기를 당한 시점은 2020년 11월쯤이다.”

✚ 피해 금액을 말해 줄 수 있는가. 
정미진 :
“주식 리딩방 VIP방에 참여하면서 납부한 회원비 1800만원이다.”
김구현 : “1억5000만원 정도 된다. 얘기하기 부끄럽지만 비슷한 사기를 두번이나 당했다.”

✚ 어쩌다 두번이나 사기를 당했나.
김구현 :
“두번이라곤 하지만 사실상 한곳에서 당한 사기다. 저도 시작은 주식 리딩방이었다. 한달에 50만~100만원만 더 벌면 좋겠다는 생각에 주식 투자를 시작했지만 꾸준하게 수익을 낸다는 건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그러다 주식 리딩방을 접했다.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는 전문가라는 말에 속아 VIP방에 참여했고, 이후 레버리지 사기까지 당했다.”

✚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
김구현 :
“리딩방 사기꾼이 VIP방으로 안내한 종목의 수익률이 기대치를 밑돌았다. 사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리딩방의 지시를 대응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매수매도를 따라가기 힘들다’는 푸념을 했더니 리딩방 관리자라는 사람으로 부터 연락이 왔다. 주식 자동매매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수익률 관리가 쉽다는 얘기였다. 그러면서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투자금의 10배에 달하는 레버리지를 이용할 수 있다고 유혹했다. 이른바 ‘레버리지 사기’였다. 결국 VIP방과 레버리지를 사용하면서 한 업체에 두번이나 사기를 당한 꼴이 됐다.” 

✚ 한번에 1억5000만원의 피해를 입은 건가. 
김구현 :
“그렇지 않다. VIP방 회원비로 20 00만원을 냈다. 주식 자동매매 프로그램은 수익의 2~3%가량의 수수료가 들었다. 처음엔 레버리지를 사용하지 않았다. 사기꾼들이 투자 수익이 발생한 것처럼 프로그램을 조작했다. 그러면서 투자금이 더 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겼고, 그게 ‘화’를 불렀다. 레버리지까지 썼지만 손실이 쌓이면서 3000만원, 5000만원, 6000만원 이런 식으로 투자금이 늘어났다. 사기꾼들은 일정 수준 이상 마이너스(수익률)가 발생하면 로스컷(손절매)을 한다며 손실을 키워나갔고, 그 과정에서 돈을 빼돌렸다.”

✚ 경찰이나 금융당국에 신고를 했나.
정미진 :
“당연하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늘 시원하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권한이 없다면서 강 건너 불구경만 했고, 경찰은 잡기 어렵다는 말을 반복했다. 사기꾼 조직이 해외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유였다. 수사가 적극적으로 이뤄졌는지도 의문이다. 수시로 수사 상황을 문의했지만 6개월 넘게 조사 중이라는 말만 들었다.” 

김구현 : “지금은 달라졌는지 모르겠지만 당시엔 주식 리딩방과 레버리지 사기의 실체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경찰이 많지 않았다. 피해 사실을 듣고, 투자에 실패해 놓고 왜 우리를 찾아왔느냐고 반문하는 경찰도 있었다.”

✚ 사이버피싱 사기는 수사하기 어려운 게 사실 아닌가.
정미진 :
“그렇지만은 않다. 수사기관에 법인명, 법인대표, 대포통장의 계좌번호 등을 직접 찾아 알려줬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 사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정미진 :
“형사고발 건은 아직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별도로 진행한 민사소송은 지난 6월 승소했다. 하지만 사기꾼들이 항소해 2심 절차를 밟고 있다.”

김구현 : “기소중지 상태다. 사기꾼들의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게 이유다. 증거가 더 있으면 다시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고 하는데 기대를 걸어도 될지 의문이다. 시간만 흐르고 있다.”

✚ 주식 리딩방 사기를 당하면서 겪은 개인적인 어려움도 크다고 들었다.
정미진 :
“남편 몰래 주식 투자를 한 것도 모자라 사기까지 당하면서 부부 관계가 틀어졌다. 지난 3월부터 밟기 시작한 이혼 절차가 최근 마무리됐다. 재산 분할을 했지만 워낙 가진 게 없다 보니 빚만 남았다. 당장 지낼 곳도 없어 부모님께 신세를 지고 있다. 애들 학원비나 좀 벌어보려고 시작했던 투자였다. 그래서 사기를 당한 이후 불면증에 시달리는지 모르겠다.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나름 착하게 살아왔는데, 왜 이런 상황에 부닥치게 됐는지 세상이 원망스럽다.”

김구현 :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크다. 은퇴를 위해 마련해 뒀던 돈을 다 날렸다. 피해액 1억5000만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금액이 빚이다. 당장 빚을 갚는 게 가장 큰 걱정이다. 최근 금리까지 오르면서 이자 부담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돈 1억원에 사람이 죽고 살 수 있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사기꾼에게 속아 넘어간 내 탓이라는 생각에 우울증까지 생겼다.”

✚ 가장 후회하는 건 무엇인가. 
정미진 :
“남들이 하니 나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투자에 섣불리 뛰어든 게 가장 후회된다. 주식 투자를 했다가 돈을 잃은 것도 모자라 가정까지 무너질지 누가 알았겠는가.” 

김구현 : “욕심이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투자를 했어야 했다. 쉽게 돈을 벌겠다는 욕심이 모든 것을 망쳤다. 매일 ‘내가 왜 그랬을까’라고 후회하며 살고 있다. 하루하루가 너무 고통스럽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정미진 :
“사기를 당하면서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을 실감했다. 돈은 쉽게 벌 수 있는 게 아니더라. 많이 공부하고 준비해도 손해를 볼 수 있는 곳이 주식 투자 시장이다. 냉정한 주식시장에서 남이 주는 정보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구현 : “사기를 당한 1차 책임은 피해자에게 있다. 하지만 똑같은 사기가 확산되고 반복되는 건 정부 책임 아닌가. ‘잡기 힘들다’ ‘우리가 관리하는 영역이 아니다’는 식으로 방치하면 피해자는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사기꾼을 잡는 게 어렵다면, 수사력을 보강하든 전담기구를 만들든 대책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하나도 없어 답답하다.” <다음호에 계속>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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