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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TV 동맹의 함의
웨이브 다른 듯 닮은 꼴

IPTV 3사가 업무협약을 맺고 콘텐츠에 공동 투자하기로 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IPTV 3사가 업무협약을 맺고 콘텐츠에 공동 투자하기로 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터넷TV(IPTV) 3사가 동맹을 맺었다. SK브로드밴드·KT·LG유플러스 등 IPTV 사업자들은 지난 8일 ‘콘텐츠 공동전략 수급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IPTV에 송출할 콘텐츠를 함께 확보하고 더 나아가선 IPTV만의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겠다는 게 이 협약의 골자다. 이를 위해 3사가 투자하는 금액은 총 3000억원에 이른다.

IPTV 3사가 뜻을 모은 이유는 하나다. IPTV 시장의 미래가 점점 불투명해지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시장의 성장세가 점점 둔화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18년 10.1%였던 IPTV 가입자 수 증가율은 해마다 감소세를 보였고, 지난해엔 6.2%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표❶).

물론 IPTV 시장이 당장 큰 위기를 맞은 건 아니다. 케이블TV·위성TV를 포함한 전체 유료방송 시장에선 전체 점유율의 55.3%를 차지할 정도로 파급력이 세서다(표❷). 하지만 가입자 증가율이 조금씩 줄고 있는 만큼 머지않아 정체기를 겪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업계에선 IPTV가 주춤하고 있는 건 해외 OTT에 시청자가 쏠리고 있기 때문으로 본다. 이를 주도하는 건 수년째 세계 OTT 시장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넷플릭스다. 시장조사업체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2016년 넷플릭스는 국내 진출한 지 5년 만에 월 이용자 수 1000만명(3월 기준)을 끌어모았다.

정지수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넷플릭스는 저렴한 구독료와 양질의 자체 제작 콘텐츠 두 토끼를 모두 갖춘 메기였다”면서 “국내 진출 당시 이미 미국에선 케이블TV·IPTV 가입자들이 대거 OTT로 옮겨가는 ‘코드 커팅’ 현상이 유행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설명대로라면 현재 국내도 미국 시장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치열하게 경쟁하던 IPTV 3사가 손을 잡은 것도 이런 위기감을 느낀 결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한지붕 세가족’을 선택한 이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가장 시급한 건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는 거다.

이를 위해 3사는 7월 20일 개봉 예정인 영화 ‘외계+인’을 수급하기로 결정했다. 이 작품은 영화관에서 상영을 마친 뒤 곧바로 3사 IPTV에서 동시 송출된다. 업무협약을 주도한 한국IPTV방송협회의 한 관계자는 “영화·드라마 등 흥행에 성공한 국내 작품 중 상당수가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해외 OTT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면서 “개별 IPTV의 자금력만으론 콘텐츠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에 3사가 힘을 합쳐 흐름을 바꿔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3사는 추후에 3사 공동 브랜드를 만들고, 콘텐츠를 자체 제작해 IPTV에서 독점으로 선보일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이런 IPTV 3사의 행보는 국내 OTT 서비스인 ‘웨이브(Wavve)’와 비슷하다. 웨이브도 넷플릭스에 대항하기 위해 SK텔레콤과 지상파 방송3사가 힘을 합쳐 만든 서비스라서다(표❸). 2019년 9월 출범한 지 3년이 지난 웨이브는 4월 기준 월 사용자 수 307만명을 기록했다(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4월 기준). 월 사용자 수 1055만명이란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 중인 넷플릭스와 비교하면 아직 웨이브는 넷플릭스의 아성을 넘지 못했다고 봐도 무방하다(표❹).

그럼 IPTV 3사는 웨이브가 해내지 못한 ‘타도 넷플릭스’를 실현할 수 있을까. 다행인 건 IPTV 업체들의 콘텐츠 제작 역량이 나쁘지 않다는 점이다. 일례로,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 4월 230억원을 출자해 IPTV 채널 ‘채널S’를 개국하고 예능 프로그램인 ‘신과 함께’ ‘김구라의 라떼9’ ‘진격의 할매’ 등 자체 제작한 콘텐츠를 선보인 바 있다.

작품들이 나름 입소문을 탄 덕분인지 유료방송 전체 채널 중 채널S의 시청률은 지난해 4월 35위(닐슨코리아클릭)에서 올 6월 17위로 1년 2개월 만에 18계단 상승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넷플릭스와 어깨를 견주려면 파급력이 뛰어난 ‘킬러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박상주 한국프로듀서연합 사무총장은 “텐트의 중심을 받치는 막대기처럼 플랫폼을 이끌어 나갈 흥행 라인업이 필요하다”면서 “유명감독과 배우, 큰 자본이 투입된 텐트폴(tent pole) 콘텐츠를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킬러 콘텐츠’를 만들려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넷플릭스의 예를 들면, 자체 제작 드라마 ‘킹덤’이 대표적인 텐트폴이다. 시대극인 데다 국내 인기 배우들이 대거 투입되면서 첫번째 시즌을 제작하는 데만 350억원이 투입됐다. 작품 하나가 채널S 전체 투자금액(230억원)을 넘어선 셈이다. 웨이브 역시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2025년까지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1조원은 IPTV 3사 투자 규모(3000억원)의 3.3배에 이르는 금액이다(표❺). 이 때문에 ‘한지붕 세가족’ IPTV가 적은 투자로 웨이브보다 나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IPTV 3사의 동맹은 알찬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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