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무는 경제 4편
법인세 인하의 부메랑
MB도 법인세 낮췄지만…
아낀 세금 다른 데 쓰면…

꼬꼬경 파트❸에서 다뤘듯 윤석열 정부는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눈치다. 대기업과 고소득층의 소득을 늘려 그 효과가 경제 밑단으로 흐르도록 하겠다는 거다. 이 때문인지 윤석열 경제 정책의 중심엔 감세, 그중에서도 법인세 인하가 있다. 기업의 세금 부담을 낮춰 투자와 경제활동을 부추기겠다는 플랜인데, 이를 둘러싼 비판도 만만치 않다. 

윤석열 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인하하겠다고 밝혔다.[사진=뉴시스]
윤석열 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인하하겠다고 밝혔다.[사진=뉴시스]

“법인세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으로 낮춰야 한다.” “법인세가 기업 활동을 옥죄고 있다.” 높이느냐 낮추느냐, 법인세를 둘러싼 이 해묵은 이슈가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6월 16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법인세를 인하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업의 경영부담은 완화하고 투자·일자리 확충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법인세율을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내용은 7월 21일 발표한 ‘2022년 세법 개정안’을 통해 알려졌다. 

정부는 현재 25%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22%로 3%포인트 낮췄다. 4단계인 과세표준 구간은 ▲5억원 이하 중소·중견기업 10%(특례세율) ▲200억원 이하 20% ▲200억원 초과 22%로 단순화했다.

정부가 법인세 인하로 노리는 것은 ‘낙수효과落水效果’다. 기업이 법인세 인하로 아낀 세금을 투자에 쓰면 경기가 활성화할 수 있다는 거다. 재계도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5월 새 정부 출범에 맞춰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법인세 세제개선 7대 과제’를 발표하고 법인세 인하를 주장했다.

전경련은 “1996~2000년 실질법인세수와 경제성장률은 역(-)의 관계를 보였다”며 “실질법인세수가 10% 감소하면 경제성장률은 6.94% 높아지고 실업률은 1.90% 낮아졌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보다 앞선 2020년 법인세 실효세율 부담이 1%포인트 낮아지면 설비투자가 6.3% 늘어난다는 연구결과 보고서를 내놨다. 증권업계도 법인세 인하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6월 19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유효법인세율을 3%포인트 인하하면 2023년 코스피200 기업의 영업이익이 195조원에서 202조원으로 4%가량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하나금융투자도 “법인세 최고세율을 3%포인트 낮추고, 과세표준 구간을 3단계로 줄이면 7조2800억원의 법인세 절감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시가총액 상위 기업이 법인세 인하 대상에 포함된다는 걸 감안하면 코스피지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법인세 인하 효과가 정부의 예상대로 흘러가면 금상첨화다. 투자 활성화로 고용이 늘고 실적이 증가해 경제가 회복세를 띠면 법인세율이 떨어져도 기업이 내는 법인세 총액은 커질 수 있어서다. 문제는 법인세 인하 효과가 정부의 기대대로 흘러가느냐다. 과거에도 법인세 인하 정책을 사용한 적 있지만 투자와 고용이 늘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MB정권이다. MB정부는 2억원(과세표준) 이하 법인세를 13%에서 10%, 최고세율을 25%에 22%로 각각 3%포인트 낮췄다. 목표는 현 정부와 같았지만 기대한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2015년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표한 ‘MB정부 감세정책에 따른 세수효과 및 귀착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들은 2009~2012년 법인세 인하 덕분에 26조7000억원에 이르는 세금을 절감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투자 금액은 23조1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법인세를 인하하기 전인 2005~2008년 33조5000억원보다도 10조원 넘게 적은 투자금이다. 반면, 기업의 사내유보금은 2008년 65조3000억원에서 2011년 165조3000억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기업들이 법인세로 아낀 돈을 쟁여놓기에 바빴다는 것이다. 

법인세율이 낮을수록 청년 고용률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김회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회입법조사처에 의뢰해 진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법인세 최고세율(명목 세율 기준)이 24.2%였던 2010년과 2015년 청년 고용률은 각각 40.4%, 41.2%였다. 하지만 법인세 최고세율이 27.5%로 인상된 2018년 청년 고용률은 42.7%로 높아졌고, 2019년에는 43.5%로 더 향상됐다. 

혹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2년 유럽발 재정위기 등 MB 정부 내내 세계경제가 악화일로를 걸었기 때문에 기업이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릴 수 없었다고 항변한다. 일견 옳은 분석이다.

 

MB정권에서도 법인세를 인하했지만 이른바 ‘낙수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사진=뉴시스] 
MB정권에서도 법인세를 인하했지만 이른바 ‘낙수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사진=뉴시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윤 정부의 법인세 인하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2022년 글로벌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할 만큼 위태로운 상황이어서다. 게다가 국내 주요 대기업은 최근 대규모 투자계획을 앞다퉈 발표했다. 법인세 인하를 이유로 추가 투자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박상인 서울대(행정대학원) 교수는 “과거에도 법인세를 인하했지만 기업의 투자와 고용은 기대만큼 늘어나지 않았다”며 “한국경제가 처한 상황을 미뤄보면, 기업의 투자가 늘어나길 기대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기업이 투자를 확대한다고 해도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지금은 느긋하게 법인세 인하 효과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재정 건전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꼬집었다. 


시장이 우려하는 것도 이 지점이다. 한국경제는 가파른 소비자물가상승률과 이를 잡기 위한 기준금리 인상기조의 영향으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빚이 있는 차주借主의 이자부담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고, 치솟는 물가 탓에 실질소득은 계속해서 줄고 있다.

여기에 2009년 이후 13년 만에 1300원대를 넘어선 원·달러 환율도 걱정거리다. 환율이 치솟으면 수입물가가 올라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더 자극할 수 있어서다. 여러 경제전문가들이 서민층이 붕괴하는 걸 막기 위해 재정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문제는 법인세가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거다. 국세청이 발표한 지난해 세목별 세수를 살펴보면, 법인세는 70조4000억원으로 전체 세수(334조5000억원)의 20.1%를 차지했다.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하하면 세수가 2조~4조원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법인세를 줄이면 재정 건전성이 악화할 건 불을 보듯 뻔하다. 자칫 MB정부 때처럼 낙수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재정 건전성만 악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법인세율 인하가 투자의 획기적 증가를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은 신자유주의자들이 만들어낸 허구에 불과하다(이준구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법인세 인하는 부자감세란 논란에 불을 붙일 수 있다. 기업이 법인세 인하로 늘어난 이익을 사용하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다. 정부의 기대처럼 기업 성장을 위한 투자와 고용에 사용하느냐, 투자자들과 나누는 배당에 사용하느냐다. 만약 기업이 후자를 선택한다면 법인세 인하 혜택을 누리는 건 회사의 주식을 많이 보유한 대주주와 외국인투자자에 그칠 공산이 크다. 

박상인 교수는 “법인세를 낮춰 기업의 투자로 고용이 늘어나고, 경제가 활성화한다는 걸 가정한 건데, 이는 노동집약적인 경제구조에서나 기대할 수 있는 효과”라며 “산업의 생태계가 기술집약적인 구조로 바뀌면서 투자를 늘려도 고용은 크게 증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법인세 인하 효과는 크게 달라질 것”이라며 “세금이 줄면서 늘어난 이익을 배당에 사용한다면 정부가 노린 ‘낙수효과’는 더 줄어들 것”이라고 꼬집었다. 

기업의 세금부담을 낮춰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정부의 법인세 인하 정책은 숱한 우려를 뒤로하고 성공할 수 있을까. 아직은 섣불리 답을 내리긴 힘들지만 전망이 밝지 않은 건 사실이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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