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무는 경제 3편
인플레이션 앞 尹의 정책
MB 정부 판박이 감세 정책
자칫 더 큰 위기 부를 수도

꼬꼬경 파트❶파트❷에서 보듯 2008년 금융위기에서 시작된 ‘유동성의 시대’는 끝내 인플레이션을 부추겼다. 돈이 시장에 차고 넘치자 물가가 치솟았던 거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공급망까지 마비되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의 징조까지 나타났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윤석열 정부는 ‘낙수효과’를 견인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문제는 이 정책이 한번 실패한 것이란 점이다. MB정부 때의 일이다. 

MB 정부는 경제활성화를 위해 대대적인 감세정책을 폈지만 철저히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사진=뉴시스]
MB 정부는 경제활성화를 위해 대대적인 감세정책을 폈지만 철저히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사진=뉴시스]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다 쓰는 시기는 저물었다. 바야흐로 돈줄을 조이는 시기다. 이유는 간단하다. 경기 부양을 위해 시장에 풀린 돈이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어서다. 미국이 금리를 대폭 올리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는 올해 1월 0.25%였던 기준금리를 3~6월에 걸쳐 1.5%포인트나 올렸다. 연준은 조만간 금리를 더 올릴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각국 중앙은행들도 금리인상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제 거래에서 사용되는 달러가 금리가 높은 미국으로 빠져나가면 국가의 지불능력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참고: 최근 스리랑카가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한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현재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 엘살바도르, 아르헨티나, 파키스탄 등은 디폴트 가능성이 높은 국가들로 꼽힌다.] 

1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세계 55개국 중앙은행이 올해 2분기에만 총 62회에 걸쳐 최소 0.50%포인트 이상 금리를 인상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7월 0.50%였던 기준금리를 서서히 올리더니 올해 1월 1.25%까지 인상했다. 이후 4~7월 사이에 1%포인트를 더 올렸다.

미 연준이 금리를 더 올린다면 한은도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 얘기다.[※참고: 정부가 돈줄을 죄면 기업들도 긴축경영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고금리 상황에선 돈을 빌릴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주식시장의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이 긴축경영에 돌입한 것도 그래서다.]

이렇게 돈줄을 조이면 그 이후 벌어질 상황은 뻔하다. 투자가 줄어드니까 경기는 위축되고, 일자리가 줄어 고용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높다. 물가는 치솟고 경기는 위축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이런 상황에서 나왔다. 

이런 때에 국가는 저소득층의 고용안정이나 물가대책 등 사회안전망 구축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면서 물가를 잡은 그 다음을 모색하는 ‘지혜’도 발휘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 역시 다양한 재원을 절약해 취약계층의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윤 정부가 선택한 전략이 애매하다. 윤 정부는 경제정책의 기본 방향성을 ‘시장의 자율에 맡기겠다’면서 감세를 통한 경제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물가를 잡아야 하는 시기,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겠다면서 감세를 통한 경제활성화까지 동시에 이뤄내겠다는 거다. 두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건데, 전문가들의 의견은 회의적이다. 

강경훈 동국대(경영학) 교수는 “경기를 방어하면서 물가를 잡겠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면서 “역사적으로 그 어떤 나라도 이런 시도를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김상봉 한성대(경제학) 교수도 “한국경제는 사실상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했기 때문에 단편적인 정책들로 경기를 회복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지금은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잡는 게 급선무이고,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선 경기침체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한국도 영향을 받는다. 사진은 이창용 한은 총재(왼쪽)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사진=뉴시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한국도 영향을 받는다. 사진은 이창용 한은 총재(왼쪽)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사진=뉴시스]

더 큰 문제는 우리는 이미 ‘감세를 통한 경제활성화’를 추진했다가 실패한 경험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윤석열 정부가 내세우는 감세정책의 내용부터 살펴보자. 지난 7월 11일 윤석열 대통령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이렇게 지시했다. “고물가 시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산층과 서민층을 위한 세부담 경감 방안을 마련하라.”


고물가 상황을 ‘감세→가처분소득 증대→체감물가 인하’로 타개하겠다는 거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전방위적 감세정책의 일환인데, 이는 기재부가 7월 21일 내놓은 새 세제개편안의 뼈대이기도 하다. 

그 내용을 보면 우선 법인세 개편이 눈에 띈다. 법인세의 과세표준 구간을 조정하고,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3%포인트 낮춘다. 기업이 국내외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을 법인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외국 자회사)하거나 과세 면제 기준을 완화(국내 자회사)하는 방안도 담겨있다.

기업이 투자나 임금 지급, 상생 등에 쓰지 않고 쌓아둔 이익유보금에 세금을 물리는 투자ㆍ상생협력촉진 과세특례제도는 폐지한다. 기업의 부담을 줄여줌으로써 투자와 고용을 늘리도록 유도하겠다는 의도다. 

상속세와 증여세도 손본다. 가업승계 시 일정 요건을 갖추면 실제 양도ㆍ상속ㆍ증여가 이뤄지는 시점까지 상속세 납부를 유예해주고, 사전 가업승계를 위한 증여세 과세특례 한도 기준을 현행 100억원에서 500억원까지 확대한다. 중소기업의 가업승계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자본시장 관련 내용도 있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주식ㆍ채권ㆍ펀드 등의 투자로 일정한 소득을 얻으면 금융투자소득세를 매기기로 했는데, 이를 2년간 유예한다. 또한 주식 종목당 10억원 이상을 보유하거나 종목당 일정 지분율 이상을 보유하면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던 현행 제도를 고쳐 초고액 주식보유자(종목당 100억원 이상) 외에는 양도소득세를 폐지하기로 했다. 

부동산 관련 세제도 손본다. 종합부동산세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은 기존 100%(시가표준액 기준)에서 60%로 낮춘다.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특별공제(3억원)를 해주는 방식으로 종부세 과세기준 금액을 11억원에서 14억원으로 높인다. 과세 기준선이 3억원 더 올라가기 때문에 과세 대상이 줄어든다. 1세대 1주택자의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도 현행 60%에서 45%로 낮춘다. 

임금노동자의 세금도 줄인다. 소득세는 현재 8단계의 누진적인 과세표준 구간을 두고 있는데, 일정 구간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거다. 그러면 임금 상승에 따라 세율이 누진적으로 오르는 걸 막을 수 있어 감세효과가 생긴다. 퇴직소득세는 근속연수에 따라 최대 100%(20년 근속 기준)까지 낮추고, 근로장려세제 혜택 기준인 재산요건을 완화해 지원대상을 확대한다. 

그렇다면 감세를 통해 현 정부가 끌어내려는 목표는 뭘까.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법인세율 인하는 ‘기업의 투자ㆍ고용창출 유인 제고’ ▲상속세 납부 유예와 증여세 과세특례 확대는 ‘원활한 기업승계를 통한 경제활력 제고’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유예와 주식 양도소득세 폐지는 ‘자본시장 활성화’ ▲재산세와 종부세 부과기준 완화는 ‘주택 거래 활성화 유도’가 목표다. 소득세 개편은 사실상 감세를 통한 소비 촉진에 목표를 두고 있다.

세금을 많이 내던 경제주체들의 세금을 줄여줌으로써 투자와 소비를 촉진하고, 이를 통해 경제 선순환을 유도한다는 이른바 ‘낙수효과’를 노린 전략이다. 그 기반은 대기업이나 부유층의 소득이 늘면 투자ㆍ소비가 증가하고, 이를 발판으로 경제가 성장해 그 과실이 모든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란 믿음이다. 

물론 전혀 근거 없는 믿음은 아니다. 낙수효과에 동조하는 이들도 많다. 일례로 지난 3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이런 통계를 내놨다. “국내 100대 기업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매출액이 2.3% 증가했고, 투자는 9% 늘렸다. 같은 기간 인건비 부담은 3.4% 증가했지만, 고용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1.1% 늘었다.” 

전경련이 이 통계를 통해 말하려는 건 분명하다. 기업은 생존을 위해서 악조건 속에서도 투자와 고용을 늘렸으니 기업의 경영 환경이 좋아지면(법인세 인하 등) 낙수효과도 일어난다는 거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2019년 ‘감세승수 추정과 정책적 시사점’이란 보도자료를 통해 “(기업의) 세금을 100원 줄여주면 연간 국내총생산(GDP)이 평균 102원 증가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낙수효과를 반박하는 이들도 숱하다. 한경연이 이런 주장을 내놨을 당시 기획재정부조차 이렇게 반박했다. “경제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는 감세가 소비ㆍ투자 등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기업의 투자는 법인세뿐만 아니라 대내외 경제여건이나 전략적 의사결정 등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 법인세 인하가 경제활성화에 기여한다는 걸 보장할 수 없다는 거다. 

주목할 것은 윤석열 정부의 감세정책이 과거 이명박(MB) 정부에서 실시한 감세정책을 빼닮았다는 점이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걸었던 이명박 정부도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하했고, 가업승계를 돕겠다면서 상속세를 감면했다. 종부세 세율을 낮췄고, 과세 기준도 상향 조정했다. ‘1가구 1주택자’ 공제는 늘렸다. 과표 구간을 조정해 소득세율도 낮췄다. 감세책을 꺼내든 이명박 대통령의 목표 역시 경제활성화였다. 

문제는 MB 정부의 감세정책이 낙수효과를 통해 경제활성화로 이어졌느냐는 거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우선 감세 덕에 ‘덜 낸 돈’은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유보금으로 쌓였다. 일례로, 10대 그룹 상장사(공기업ㆍ금융사 제외)의 현금성 자산(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은 2008년 52조9000억원에서 2012년 112조4000억원으로 112.5% 증가했다(재벌닷컴).

10대 그룹 상장사(공기업ㆍ금융사 제외)의 사내유보금(자본잉여금+이익잉여금) 역시 2009년 210조1000억원에서 2012년 457조1000억원으로 117.6% 증가했다(CEO스코어). 

감세의 수혜를 톡톡히 봤던 대기업이 이렇게 투자하지 않고 현금을 쟁여놨으니 경제가 좋아졌을 리 없다. MB 정부 4년간(20 09~2012년)의 평균 실질 경제성장률(GDP 성장률)은 앞선 노무현 정부(평균 5.2%) 때보다 1.8%포인트 낮은 3.4%에 불과했다.[※참고: 취임 첫해는 임기에서 두달이 모자라고, 경제정책이 즉각 반영됐다고 보기도 어려워 제외했다.]

물론 ‘MB 정부가 출범한 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이 주장을 수용하더라도 문제가 남는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출주도형 경제모델을 택한 대만과 싱가포르의 2009~2012년 평균 실질 GDP 성장률은 각각 3.7%, 6.3%였다. 한국보다 낮은 국가는 홍콩(2.7%)이 유일했다. MB 정부가 대규모 재정투입(4대강 사업)까지 하면서 경기부양에 힘을 쏟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형편없는 성적표다.

미국도 조지 부시 행정부의 감세정책이 경제활성화에 기여한 게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사진=뉴시스]
미국도 조지 부시 행정부의 감세정책이 경제활성화에 기여한 게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사진=뉴시스]

반면 양극화는 심해졌다. 일례로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임금 수준은 2003년 61.3%에서 2007년 63.5%로 개선됐지만 MB 정부를 거친 2012년에는 56.6%로 떨어졌다.

소득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1에 가까우면 소득 불평등도 심화)도 이명박 정부가 0.290으로 노무현 정부(0.281)나 김대중 정부(0.279) 때보다 높았다(도시 2인 이상 가구 기준).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윤석열 정부의 감세정책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쨌거나 윤 정부는 물가도 잡고 경기도 활성화하겠다는 밑그림을 그린 듯하다. 그들은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없다’는 많은 이들의 지적을 무색하게 만들 수 있을까. 법인세 인하를 둘러싼 논쟁은 꼬꼬경 파트❹에서 더 자세하게 짚어봤다. [※참고: 꼬꼬경➍ 법인세 인하의 부메랑은 7월 28일 목요일에 업로드할 계획입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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