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의 재무설계 中

할부는 참 편리한 지출방식이다. 급한 상황에서 현금이 없을 때 유용하게 쓸 수 있고, 큰 지출이 발생했을 때 몇개월에 걸쳐 나눠 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그만큼의 대가가 따른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 신용카드든 스마트폰 기깃값이든 할부금 수수료가 붙어있기 때문이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한 부부의 할부금 줄이기를 도왔다.

할부엔 늘 수수료가 따라온다. 가능하면 할부금을 빨리 줄여야 하는 이유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할부엔 늘 수수료가 따라온다. 가능하면 할부금을 빨리 줄여야 하는 이유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부모님께 생활비를 지원하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통계청 조사(2020년)에 따르면, ‘부모가 생활비를 어떻게 마련하느냐’는 질문을 받은 자녀들 중 26.6%가 ‘자신이 지원한다’고 답했다. 10명 중 3명꼴로 부모님께 생활비를 드리고 있다는 얘기다.

액수는 어느 정도일까. 신한은행이 2020년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을 분석한 결과, 부모님께 생활비를 드리는 자식들은 월평균 20만원을 ‘부모님 용돈’에 할애했다. 직장인 평균 월급이 320만원(통계청·2020년 기준)이란 점을 감안하면, 월급의 6.3%를 부모님 생활비로 지출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인 원상현(가명·46)씨와 안은혜(가명·41)씨도 금전적으로 시댁 부모님을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액수가 꽤 크다. 시댁 부모님의 생활비 명목으로 50만원을 지출하고, 여기에 부모님 앞으로 가입한 연금저축에 20만원씩 붓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부부는 형편이 어려운 남편의 동생에게도 3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물론 아내 안씨는 양쪽 부모님 중 한쪽에만 지원하는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따금씩 안씨 앞으로 나오는 상여금을 부모님께 드리는 방식으로 균형을 맞추려고 하지만, 근본 해결책이 아니기에 답답하기만 하다.

남편과 생각이 맞지 않는 건 또 있다. 바로 부동산이다. 요즘 남편은 “더 큰 아파트로 이사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미 부부는 6년 전에 남편의 주장으로 대출을 받아 이사한 적이 있다. 구입 당시보다 시세가 3억원이 올라 결과적으론 성공적인 재테크를 한 셈이 됐다.

그러자 남편은 대출금을 갚자마자 또다시 대출(현재 잔액 3600만원)을 받아 집 근처의 오피스텔(시세 3억원)을 매입했다. 월세가 70만원씩 나오고 있어 생활에는 보탬이 되고 있지만, 안씨는 남편이 부동산보다 저축에 신경써주길 바라고 있다. 현재 부부는 비상금 용도로 예금(월 70만원)하는 것 외엔 저축을 일절 하지 않고 있어서다.


지난 상담에서 살펴본 부부의 재정상태는 이렇다. 둘 다 중견기업을 다니는 부부의 월 소득은 940만원이다. 남편이 550만원, 아내가 320만원을 벌고 오피스텔에서 월 70만원의 수입이 나온다. 지출은 정기지출 856만원, 비정기지출 월평균 117만원, 금융성 상품 90만원 등 총 1063만원이다. 부부는 한달에 123만원씩 적자를 보고 있다. 지난 상담에서 식비·생활비를 160만원에서 110만원으로 50만원 줄인 덕에 적자는 73만원까지 줄어든 상태다.

언급했던 대로 부부는 시댁에 총 100만원씩 보내드리고 있다. 이는 부부 월 소득(940만원)의 11.1%로, 필자가 언급했던 평균값(6.3%·월소득 대비 부모님 용돈)과 비교하면 지출 수준이 좀 과하다. 다행히 시댁 부모님께 드리는 생활비를 줄이는 부분에선 부부가 합의를 봤다. 부모님 앞으로 연금저축(20만원)을 붓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생활비를 50만원에서 40만원으로 10만원 줄이기로 했다. 안씨 동생에게 주는 생활비(30만원)도 10만원 줄였다.

가장 민감한 부분이 해결됐으니 이번 상담에선 지출을 본격적으로 줄여보기로 했다. 먼저 보험료(76만원)를 살펴봤는데, 가장 문제가 된 건 아내의 종신보험(25만원)이다. 부부는 “종신보험을 나중에 연금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상담사의 말을 믿고 오래전 해당 보험에 가입했다. 하지만 종신보험은 종신보험일 뿐이다. 저축성 보험과 비교했을 때 수익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섣불리 해지할 수도 없었다. 지금 해지를 하면 원금의 20% 정도를 손해 봐야 한다는 계산이 나와서다. 필자는 손익을 냉정하게 따져보기로 했다. 종신보험을 해지할 경우 부부가 받을 수 있는 환급금은 1090만원에 이른다. 이 돈의 일부로 신용카드 할부금(월 65만원·총 580만원)을 갚으면 지출을 줄일 수 있다. 할부금에 포함된 수수료도 ‘빚’이란 걸 생각하면 합리적인 결정이었고, 부부 역시 동의했다.

동시에 필자는 남편과 자녀 보험도 더 저렴한 보험으로 변경했다. 여러 과정을 거쳐 부부의 보험료는 76만원에서 31만원으로 45만원(종신보험료 포함) 줄었다. 종신보험을 해지하고 받은 환급금 1090만원 중 580만원을 신용카드 할부금을 전부 갚는 데 썼으므로 지출 65만원도 사라졌다.

남은 510만원은 통신·TV·인터넷(36만원)을 줄이는 데 썼는데, 먼저 부부가 어떻게 36만원을 지출하고 있는지부터 살펴보자. 인터넷 속도에 민감한 부부는 9만원짜리 5G 무제한 요금제를 각각 쓰고 있다. 스마트폰 기기할부금도 각각 3만원씩 6만원을 낸다. 여기에 각종 OTT 서비스에 중복가입해 4만원가량 지출하고 있다. 이밖에 집에서 쓰는 유선 인터넷도 가장 빠른 서비스인 8만원짜리다.

이제 하나씩 줄여보자. 부부의 스마트폰 데이터 사용량을 조회해 보니, 지금 쓰고 있는 무제한 요금제를 굳이 쓸 필요가 없었다. 집 인터넷 속도가 빨라 집에 있을 때엔 무조건 와이파이를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둘 다 9만원에서 6만원대 요금제로 변경했다. 여러개 쓰고 있는 OTT 서비스도 한 개(1만원)만 남겨두고 다 해지했다.

아울러 남은 보험해지 환급금 510만원의 일부를 사용해 기깃값(120만원)을 전부 갚아 기기할부금(총 6만원)을 없앴다. 따라서 총 요금은 36만원에서 21만원으로 15만원 줄어들었다.

마지막으로 100만원씩 쓰는 부부의 용돈을 절반으로 줄였다. 평소 씀씀이가 큰 부부는 커피 한잔을 마시더라도 비싼 브랜드 커피를 찾았다. 앞으론 이런 지출 습관을 고쳐 용돈을 아껴 쓰는 습관을 갖기로 약속했다.

이렇게 지출 줄이기가 모두 끝났다. 부부는 부모님 생활비 10만원(50만→40만원), 남편 동생 생활비 10만원(30만→20만원), 보험료 45만원(76만→31만원), 신용카드 할부금 65만원(65만→0원), 통신·TV·인터넷 15만원(36만원→21만원), 부부 용돈 50만원(100만→50만원) 등 195만원을 절약하는 데 성공했다. 따라서 73만원이었던 적자도 122만원 흑자로 전환됐다. 또 신용카드 할부금과 스마트폰 기깃값을 갚고 남은 390만원의 보험해지 환급금도 확보했다.

이제 부부의 재무 목표를 준비하는 일만 남았다. 아내는 ▲노후 자금 마련 ▲자녀 교육비 지원을, 남편은 ▲차량 교체 ▲이사 비용 마련을 목표로 삼았다. 122만원으론 이들 모두를 준비할 순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 시간에 자세히 소개하도록 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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