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재테크 Lab | 40대 부부의 재무설계下

치솟는 금리로 인해 주식·펀드·부동산 등 자산시장이 휘청거리고 있다. 평범한 직장인으로선 재테크에 손을 대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자칫하다가 원금을 잃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할 수 있어서다. 이럴 때일수록 마라톤을 하듯 장기적인 안목에서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눈앞의 득실만 따져선 안 된다는 얘기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한 부부의 미래 설계를 도왔다.

자산시장이 하락세를 겪는 요즘 같은 시기엔 장기적인 관점에서 재무 플랜을 세워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산시장이 하락세를 겪는 요즘 같은 시기엔 장기적인 관점에서 재무 플랜을 세워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재무설계 2편 Review = 매월 시댁에 100만원씩 보내는 원상현(가명·46)·안은혜(가명·41) 부부. “부모님의 노후가 준비되지 않았다”는 남편의 말에 따라 부부는 한달에 50만원씩 생활비를 보내는데 그게 끝이 아니다. 시댁 부모님을 위해 월 20만원짜리 연금저축에 가입했고, 형편이 어려운 남편 동생에게도 매월 30만원씩 송금하고 있다.

처음엔 별생각이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안씨는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정 부모님에게도 동일하게 지원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명분이 없었다.

이런 상황이 지속하면서 부부의 갈등은 조금씩 깊어졌다. 아내는 경제권을 쥐고 있는 남편의 재테크에도 불만이 많았다. 남편이 노후를 위한 저축은 뒷전으로 미루고 부동산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현재 부부는 대출을 받아 집 근처의 오피스텔(시세 3억원)을 매입해 월세 70만원짜리 세를 놓고 있다. 남편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값이 오를 만한 아파트로 이사해 시세 차익을 내고 싶어 한다.


남편도 할 말이 많다. 금리상승기이긴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공격적인 투자를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부동산 재테크로 자산을 빠르게 불리길 원하는 남편과 노후를 탄탄하게 준비하고 싶어 하는 아내의 의견 차이를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러기에 앞서 부부의 가계부 상태를 체크했다. 둘 다 중견기업에 다니는 부부의 월 소득은 940만원으로, 남편이 550만원을 벌고 아내가 320만원을 번다. 앞서 언급한 오피스텔 수입(70만원)도 여기에 포함된다. 지출은 정기지출 856만원, 1년간 쓰는 비정기지출 117만원, 금융성상품 90만원 등 1063만원이다. 부부는 한달에 123만원씩 적자를 보고 있었다.

재무설계를 위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1·2차 상담에 걸쳐 지출을 줄여나갔다. 부부는 필자와 함께 식비·생활비(50만원), 부모님 생활비(10만원), 남편 동생 생활비(10만원), 보험료(45만원), 신용카드 할부금(65만원), 통신·TV·인터넷(15만원), 부부 용돈(50만원) 등 245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지출 123만원을 빼면 부부가 쓸 수 있는 자금으로 122만원을 확보한 셈이다.

■ 재무설계 최종편 = 재무설계에 들어가기에 앞서 부동산 투자를 계속할지, 아니면 저축을 통해 노후를 탄탄하게 대비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지금까지 남편의 부동산 재테크는 별문제가 없었지만, 앞으로는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기준금리 인상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집을 사기 어려워졌고, 이 때문에 집값이 하락할 공산이 커서다.

이는 통계로도 잘 드러난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7월 2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07%(전주 대비)로, 5월 30일(-0.01%) 이후 9주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같은 금리 인상 기조 속에서 부동산 투자를 강행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어려울 때 공격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투자철학을 갖고 있던 남편도 다행히 필자의 의견에 동의했고, 따라서 부부는 저축액을 늘리는 것으로 재무설계의 방향을 잡았다.


이제 재무설계를 시작해보자. 지난 1차 상담에서 남편은 새차 구입과 이사 비용을, 아내는 노후자금과 두 아들(8·9세)의 자녀 교육비를 목표로 설정한 바 있다. 부동산 투자를 중단함에 따라 이사 비용이 빠졌으므로 부부의 재무 목표는 3개로 줄었다.

먼저 노후 준비다. 부부는 개인퇴직계좌(IRP)에 20만원씩 납입하기로 했다. IRP의 가장 큰 장점은 세금 공제다. 연소득 550만원 기준으로 5500만원 미만이면 16.5%, 이상이면 13.2%의 세금을 공제받을 수 있다. 또 1년에 700만원까지 공제가 가능하고, 올해 안에 700만원을 다 공제받고 싶지 않을 때엔 내년으로 공제 한도를 이월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 적극 활용키로 했다.

연금저축펀드에도 20만원씩 납입한다. 이 상품의 특징은 증권회사나 자산운용사에 일정 기간 돈을 납입한 후 나중에 연금 형태로 돌려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IRP와 마찬가지로 연간 최대 400만원까지 세금 공제가 가능하다.

다만, 수익성도 나쁘지 않지만 원금을 손실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더욱이 납입기간이 최소 10년 이상이므로 충분한 상담을 거친 후 가입을 결정하는 게 좋다.

자녀 교육비를 마련하기 위해 부부는 적립식펀드에 매월 30만원씩 납입한다. 모든 펀드가 그렇듯 적립식펀드도 주식 투자를 통해 수익을 낸다. 하지만 현재 주식 시장은 금리 인상으로 인해 하락장을 겪고 있으므로, 단기간에 주식으로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다.

역설적이지만 이 때문에 적립식펀드는 주식 경험이 적은 부부에게 제격이다. 소액으로도 시작할 수 있고, 원하면 언제든지 납입을 중단할 수 있어서다. 이런 이유로 자녀 대학 등록금 같은 장기 목표와도 잘 어울린다. 부부는 주가지수 흐름에 따라 수익률이 정해지는 ‘인덱스 펀드’와 성장형 주식에 투자하는 ‘성장형 펀드’ 등 2가지 펀드에 적립식으로 납입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남편의 새차 구입을 위해 매월 52만원씩 적금에 붓기로 했다. 남편은 현재 3000만원대의 전기차를 알아보고 있다. 단순 계산으로 4~5년이면 차 구입을 위한 비용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새차를 뽑은 뒤에는 CMA 통장으로 옮겨 비상금 용도로 쓰기로 했다. CMA 통장은 투자상품이지만, 송금·인출이 자유롭고 하루만 적립해도 이자가 쌓이는 등 일반 통장처럼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렇게 부부의 재무설계가 모두 끝났다. 부부는 122만원을 노후준비(IRP 20만원·연금저축펀드 20만원), 자녀 교육비 마련(적립식펀드 30만원), 남편 새차 구입(적금 52만원) 등에 골고루 분배했다.

필자는 부부에게 재테크 공부를 게을리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부동산을 제외하면 부부는 예금밖에 해보지 않은 ‘재테크 초보’라서다. 특히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의 그림자가 짙어진 요즘 같은 때엔 국제 정세나 금리 흐름을 잘 읽어보고 투자해야 한다. 그러려면 부부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부부가 결혼생활도, 재테크도 현명하게 풀어나가길 바란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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