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1세대 래퍼 주비트레인과의 차 한잔
공연기획자 꿈꾸는 홍지연 학생의 고민

티토링으로 만난 래퍼 주비트레인과 홍지연 학생.[사진=더스쿠프 포토]
티토링으로 만난 래퍼 주비트레인과 홍지연 학생.[사진=더스쿠프 포토]

# 홍지연(23) 학생은 공연기획자를 꿈꾸고 있습니다. 그런 꿈을 꾸기 시작한 건 고등학교 축제 때였습니다. 무대가 없어 공연을 못 한 ‘춤 동아리’를 위해 지연 학생은 친구들과 함께 손수 무대를 제작했는데, 그때 받은 벅찬 감정이 공연기획자란 꿈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렇지만 지연 학생은 공연기획자의 꿈을 잠시 접었습니다. “공연기획은 나중에 시작해도 늦지 않다”는 부모님의 조언을 따라 취업 성공률이 높다는 경영학과에 입학했습니다. 꿈을 무작정 좇기보단 현실을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는 건 지연 학생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 하지만 고등학교 때 느꼈던 그때 그 감정은 지연 학생의 마음속에서 점점 커져갔습니다. 결국 졸업을 앞둔 4학년, 지연 학생은 학교를 휴학하고 공연기획과가 있는 해외 대학에 1년간 교환학생을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꿈을 향한 첫발을 막 내디딘 셈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지연 학생은 고민이 많습니다. 또래인 4학년 친구들은 스펙을 쌓으며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자신은 막연한 꿈을 꾸느라 인생을 허비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자신이 훌륭한 공연기획자가 될 수 있을지도 확신이 서질 않습니다.

# 이런 지연 학생을 마주한 사람은 래퍼 주비트레인(43)입니다. 2001년 힙합그룹 ‘부가킹즈’로 데뷔한 그는 한때 한국 힙합 신에서 잘나가는 래퍼 중 한명이었습니다.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 잊힌 ‘1세대 래퍼’로 불리던 그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건 2019년 힙합 서바이벌 ‘쇼미더머니 시즌9’에 참가하면서입니다.

사실 그에겐 말 못 할 사연이 있었습니다. 언제나 밝았던 그 또한 갈림길에서 고민하다 ‘꿈’ 대신 ‘현실’을 택했기 때문입니다. 2015년 주비트레인은 래퍼의 길을 접고 돌연 식당을 차리고 외식업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주비트레인은 지연 학생에게 “처음엔 식당이 무척 잘됐다”면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갔습니다. “영하 18도의 겨울에도 식당에 줄이 끊이질 않았어요. 월 매출 1억원을 찍은 적도 있었고요. 그래서 교만했고, ‘다음’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죠.”

주비트레인은 ‘몰락’이란 녀석이 그렇게 빠르게 찾아올 줄 몰랐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렇게 2번의 창업 실패를 겪은 주비트레인에게 쇼미더머니는 오랜만에 찾아온 ‘기회’였습니다. 그래서 그는 방송을 이전보다 더 치밀하게 준비했습니다. 랩 실력을 갈고닦은 건 말할 것도 없고, 방송 내에서 자신이 어떻게 비칠지도 꼼꼼히 계산했습니다.

노력은 알찬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이전 시즌에서 다른 1세대 래퍼들이 예선 초반부터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반면, 주비트레인은 “자신의 스토리를 담백하게 랩에 녹여냈다”는 찬사를 받으며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2차 예선을 통과했습니다.

3차 예선에서 아쉽게 떨어지긴 했지만, 주비트레인은 “내겐 아름다운 비행이었다”면서 만족감을 드러냈습니다. “제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show) 실력을 증명(prove)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노력하면 누구든 멋진 비행을 기획할 수 있어요.”

주비트레인은 홍지연 학생에게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사진은 티토링 10편 ‘래퍼 주비트레인과의 차 한잔’의 스틸컷.[사진=더스쿠프 포토]
주비트레인은 홍지연 학생에게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사진은 티토링 10편 ‘래퍼 주비트레인과의 차 한잔’의 스틸컷.[사진=더스쿠프 포토]

# 주비트레인은 지연 학생에게 “실패란 데이터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면서 말을 이었습니다. “자신의 역량을 빠르게 파악하는 게 중요해요. 할 수 없는 것은 인정하고,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면 좋아요. 지연 학생도 공연기획자를 꿈꾸는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빨리 파악했으면 좋겠어요. 잘 안되면 넘어져도 보고요. 그러면서 자신의 역량을 데이터화하는 거죠.”

# 그의 말에 지연 학생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불안한 마음까지 가시진 않은 듯했습니다. 특히 ‘공연기획자로서 성공하지 못하면 어떡하나’란 걱정을 떨치지 못했습니다. 지연 학생의 표정을 읽은 듯 주비트레인은 이렇게 조언했습니다.

“저는 출발이 좋았지만, 그 뒤로는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어요. 그러면 사람이 처지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거든요. 그럴 땐, 성공의 기준을 낮추는 것도 방법이에요. 스스로 약속한 시간에 일어나 보고, 약속한 사람들을 만나보는 거죠. 음… 나와의 약속을 만드는 거예요. 나 자신은 못 속이잖아요. 그런 게 하나둘씩 쌓이다 보면 더 큰 성공에 다가갈 수 있을 거예요. 지연 학생이 좋은 공연기획자가 될 수 있길 바랄게요. 그때까지 우리 ‘존버’해요. 존버!”

# 두 사람은 티토링 내내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주비트레인은 지연 학생을 도와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날카로운 조언을 건넬 때도 따뜻한 말을 잊지 않았습니다. 과연 지연 학생은 ‘자신만의 길’을 찾아낼 수 있을까요?

더스쿠프(The SCOOP)가 열번째 티토링을 공개합니다. 실패했다고 말했지만 결코 실패하지 않은 주비트레인과 지연 학생과의 만남입니다.


글·사진 =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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